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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쏟아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 |
'복수불반분 이야기'
옛 중국 한나라에 주매신이라는 선비가 있었습니다.
그는 어려서부터 책읽기를 좋아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일을 하러 갈 때에도 꼭 책을 들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집안이 몹시 가난하여 나무를 해다 팔아 겨우 끼니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는 산에 나무를 하러 갔습니다. 나무를 하면서도 책을 옆에 펴놓고 읽곤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나무를 다 해서 내려 올 때에는 날이 저물곤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나무를 팔러 시장으로 가야만 하였습니다. 사람들은 이미 많이 돌아가고 난 뒤였습니다.
"이 늦은 저녁에 나무를 팔러 오다니 정신나간 사람이구먼!"
사람들이 빈정거렸습니다.
"정신없는 책벌레, 책벌레!"
아이들도 주매신의 뒤를 따라다니며 놀려댔습니다. 그러나 주매신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남편을 기다리던 주매신의 아내가 시장에 나왔다가 이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놀림을 받는 남편을 보고 몹시 부끄러워하였습니다.
"나는 도저히 당신과는 같이 못살겠소."
주매신의 아내는 남편이 너무 가난한데다 책만 읽어 늘 놀림감이 되자 참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시집을 가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주매신은 아내를 원망하지 않고 그 뒤에도 열심히 책을 읽었습니다.
그 후, 주매신은 열심히 책을 읽은 덕분에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자리에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낮은 직책에 있었지만, 임금 앞에서 <춘추(春秋)>를 설명하게 되었을 때에 가장 쉽게 잘 이야기하였으므로 정승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되었습니다. <춘추>는 공자가 엮은 중국 역사책입니다. 왕으로부터 신임을 받은 주매신은 마침내 벼슬아치라면 누구나 해보고 싶어하는 회계태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되었습니다. 회계태수라는 자리는 우리 나라 조선 시대의 경우 평양감사에 해당하는 높은 벼슬 자리였습니다.
회계태수가 된 주매신은 화려한 마차를 타고 회계로 부임하러 갔습니다. 회계 지방 사람들은 새로 태수가 온다고 모두 나와 길을 닦았습니다. 길을 닦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주매신의 옛아내와 그의 남편도 있었습니다. 주매신은 옛 아내는 마차에 탄 새 회계태수가 옛날 자기 남편이라는 것을 알고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정말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그리고 저를 다시 아내로 맞이해 주십시오."
"보다시피 나는 당신이 떠난 후에도 지금까지 혼자 살고 있소. 그러나 당신은 이미 다른 곳으로 시집을 갔소. 당신이 만약 다시 나에게 온다면 지금의 남편은 또 얼마나 슬프겠소. 이 일은 되돌릴 수가 없다고 보오."
"그 일은 잘못되었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그러자 주매신은 길바닥에 물을 쏟으면서 말하였습니다.
"나도 그대를 보고 싶었소. 하지만 당신은 다른 곳으로 이미 새로 시집을 갔지 않소? 자, 여기 길바닥에 물을 쏟았소. 그대가 다시 한 번 담아보구려."
이 말에 주매신의 옛 아내는 울면서 돌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이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즉 '한번 쏟아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는 말로서, 잘못된 일은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심후섭 엮음 /독서동기 형성 유발 자료집 /'소의 뿔에 책을 걸고' 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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