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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를 팔아 책을 사다 |
이항로 아버지의 책 사랑
조선 말기에 이항로라는 학자가 있었습니다. 이항로의 원래 이름은 이광로(李光老)였으나, 철종이 왕위에 오르자 이름을 광로에서 항로로 바꾸었습니다. 그것은 철종 아버지의 이름이 이 광(李 壙)이었기 때문에 같은 소리를 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항로는 세 살 때에 <천자문>을 떼고, 여섯 살 때에는 <십팔사략(十八史略)>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열두 살 때에는 <상서(尙書)>를 익힐 만큼 학문에 매우 뛰어났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스무 살이 채 되기 전에 과거에 합격하였습니다. 그러나 벼슬보다는 학문을 택해 열심히 책을 읽었습니다. 그러자 나라에서는 몇 번이나 이항로를 불러 벼슬을 내렸습니다. 끝내 사양할 수가 없어 벼슬길에 나아간 이항로는 거침없이 바른 말만 하였습니다.
왕자와 임금을 가르치는 경연관(經筵官)이 되고, 공조참판(工曹參判)에 이르렀지만 임금 편만 들지 않고 백성들을 위해 애썼습니다. 그리하여 대원군(大院君)의 경복궁 중수(重修: 다시 고치는 일)와 취렴(聚斂; 백성들의 재산을 함부로 거두어들이는 일)을 최초로 반대하는 상소를 올려 백성의 고통을 덜어 주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 일로 이항로는 평생 동안 대원군의 핍박을 받으며 힘들게 일생을 보내어야만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항로는 결코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이항로를 존경하였습니다.
이처럼 올곧은 이항로가 있기까지는 그의 부모님이 공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항로의 부모는 매우 가난한 농사꾼이었지만 어찌나 인격이 높았던지 처음 혼인을 했을 때부터 죽을 때까지 서로 공대말을 하며 존경했다고 합니다.
하루는 이항로의 아버지 이회장이 밭을 갈고 있었는데, 한 선비가 무엇을 짊어지고 가다가 밭둑에 앉아 쉬었다고 합니다.
"어디로 가는 뉘시오?"
"네, 집안이 가난하여 대대로 내려오던 책을 팔러 가는 중입니다."
"듣자 하니 사정이 딱하구려. 이 소와 그 책을 바꾸지 않겠소?"
선비는 값비싼 소와 책을 바꾸자는 말에 얼씨구나 하고 얼른 바꾸었습니다. 이회장은 선비를 보내고 나서 생각해 보니 좀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 소는 우리 집 전 재산인데, 내가 잘못을 한 게 아닐까? 앞으로 농사는 어떻게 지으며 아내에게는 무어라고 말해야 하나?'
세상 물정을 잘 몰랐던 이회장은 책을 짊어지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조금도 언짢아하지 않았습니다.
"아이쿠, 정말로 잘 하셨습니다. 옛 성현의 말씀이 들어 있는 훌륭한 책을 구해 오셨다니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이런 좋은 책을 구했으니 어서 떡두꺼비같은 아들을 낳아 공부를 시켜야겠습니다."
아내는 남편을 극구 떠받들면서 오히려 잘 했다고 칭찬을 하였습니다.
이리하여 태어난 아들이 바로 이항로였던 것입니다. 이항로는 이러한 부모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자라났습니다. 이항로는 부모들의 가르침에 어긋나지 않게 부지런히 책을 읽었습니다.
이항로의 어머니는 아들의 글친구들이 몰려오면 하루에 다섯 번이나 밥을 지으면서도 기뻐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이항로는 마침내 훌륭한 학자가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 후 이항로에게 글을 배운 선비들은 한결같이 불의와는 끝까지 싸우는 대쪽같은 선비들이 많이 나왔다고 합니다.
심후섭 엮음 /독서동기 형성 유발 자료집 /'소의 뿔에 책을 걸고' 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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