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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은 마음과 마음을 이어줍니다 |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온갖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보고 듣고 한 것을 그 누구에게 말하고 싶어합니다. 이렇게 하고 싶은 말을 써 놓은 것이 글이 됩니다. 하고 싶은 말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 아마도 자기가 바로 그 무엇을 한 일(겪은 일)이 되겠습니다. 다음 글을 읽어 보세요.
2학년 아이가 쓴 <심부름>이란 제목의 글입니다.
나는 어머니의 심부름을 갔습니다. 어머니는 동생하고 같이 가라고 하셨습니다.
나는 동생하고 같이 가기가 싫었습니다. 그러나 안 데리고 갈 순 없었습니다.
그래서 데리고 갔습니다. 나는 동생하고 손을 잡고 걸었습니다. 가는데 동생이 넘어졌습니다. 동생의 옷에 흙이 묻었습니다. 나는 동생의 흙 묻은 옷을 털어 주지도 않고 있었습니다. 동생은 옷을 털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내가 넘어졌습니다. 내 옷에도 흙이 묻었습니다. 동생은 내 옷을 털어 주었습니다.
나는 아까 동생의 옷을 털어 주지 않은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동생하고 같이 가다가 동생이 넘어져 옷에 홀이 묻어도 털어주지 않고 있었는데, 다음테 저가 넘어졌을 때는 동생이 옷을 털어 주더라고 했습니다. 동생한테 배우게 된 것이지요. 이 글은 심부름을 가다가 일어난 일을 쓴 것입니다.
다음은 괴로운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얘기를 쓴 6학년 아이의글입니다
나는 요즈음 신발을 넣을 비니루 봉지에 줄을 끼는 일을 한다. 한 뭉치에 다섯 묶음이 있고 한 묶음에는 백 장의 비니루가 있다. 한 장 한 장마다 줄을 8번이나 끼어야 되고 한 묶음을 끼면 처음에는 2시간이나 걸리는데 지금은 1시간이다. 다섯 묶음을 하면 250원인데 팔·목· 허리가 아프다. 보통 6시부터 9시까지 한다. 비니루 월급은 하루 일한 것을 적어 놓았다가 30일이 되면 계산해서 월급을 준다.
비니루를 끼고 피곤해서 자면 4시 반에 일어난다. 일어나면 형님은 공부하고 동생은 자고 있다. 나는 밥을 하고 반찬을 만들어 놓는데 만들어 놓으면 6시다. 6시에 밥을 먹고나서 공부를 하는데 잠이 무척 온다.
잠을 이끌고 공부를 하고 나서 학교로 간다. 학교에서도 잠이 많이 온다. 집에 가서는 어제 하다 남은 비니루를 낀다. 지금까지 긴 비니루 값은 1770원이다. 더 많은 일을 해서 돈을 모아 학용품과 그밖의 나에게 모자라는 물건을 사겠다.
참으로 고된 일을 하면서 공부하는 아이입니다. 그런데도 불평하지 않고 더 열심히 일하겠다고 했지요. '끼기'란 말은 표준말로는 '꿰기'이지만 이 아이가 있는 지방에서는 모두 '끼기'라고 합니다. 글은 말하는 그대로 쓰는 것이 좋고, 그래야 글을 쓴 사람의 생좔과 마음이 잘 나타납니다.
이 글을 쓴 아이는 괴롭게 살아가는 자기의 얘기를 조금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당연히 쓸 것을 쓴다는 태도로 썼습니다. 그런 태도가 훌릉합니다. 이령게 써 놓고 이 아이는 스스로만족하고, 자신과 용기도 얻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사람은 누구나, 세상에 이런 아이도 있었구가 하고 남의 생활을 이해하고, 한편 자기를 반성하게 될 것입니다. 글은 모든 사람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 줍니다.
<신나는 글쓰기/이오덕/지식산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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