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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은 왜 써야 할까요 ? |
어린이 여러분, 여러분은 아마도 거의 모두 글쓰기(글짓기)를 무척 어렵게 생각하고 싫어할 듯합니다. 여러분이 별로 반가워하지 않는 글쓰기 얘기를 지금부터 하려고 합니다..
글은 특별한 사람들만 쓰는 것이 아니고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이구나, 나도 써 보고 싶구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얘기할테니 잘 들어주세요. 글짓기를 글쓰기라고 말하는 것도, 마음에 없는 것을 머리로 억지로 만들어 내는-곧 지어내는 글이 되어서는 안 되고, 다만 자기의 생활에서 저절로 술술 얘기가 쏟아져 나와야 하고, 글을 쉽고 재미있게 써야 한다는 뜻에서 고쳐 말하는 것입니다.
"글은 왜 써야 할까요?" 이렇게 누가 묻는다면 여러분은 어떤 대답을 할는지요? 우리 나라 거의 모든 어린이들은 (만약 조금도 숨김없이 솔직하게 말한다면) 아마도 다음 세 가지에서 하나를 대답할 것이 확실합니다.
① 선생님이 쓰라니까 씁니다.
② 칭찬 받고, 상도 탈 수 있으니까요.
③ 점수를 따기 위해서요.
이 가운데서 첫번째의 대답이 가장 많을 것 같습니다. 그 까닭은, 학교에서 글쓰기를 정말 많이 하니까요.
저금을 알뜰히 했다는 얘기라든가, 부모에 효도한 얘기라든가, 자연보호를 잘 했다는 얘기, 그밖에 상을 타기 위해서 마음에도 없고 실지로 하지도 않은 얘기들을 머리로 만들어 내느라고 애를 쓰지요. 그러다 보니 '글짓기'라면 지긋지긋하게 싫다는 어린이도 있을 것입니다.
두번째의 대답은 글을 장난스럽게 만들어 내는 손재주를 익힌 문예부 학생들의 말일 것입니다. 무슨 백일장이나 글짓기대회 같은 행사가 있으면 문예부의 학생들이 참가해서 상을 타야 하거든요. 이런 어린이들로서는 칭찬 받고 상타는 일이 즐거울는지
모르지만 어떨 때는 칭찬 받을 수 있는 글, 상을 탈 수 있는 글을 꾸며 만들어 내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행사에서 상을 타게 되는 글 중에는 삶에서 우러난 정직한 글이 아니고, 어린이의 삶과 마음의 세계를 알지 못하는 어른들의 글 취미에 맞춰 흉내를 낸 것도 있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상을 받기 위해 글을 쓰는 어린이들은 글을 쓰는 참 기쁨을 모르는 가엾은 어린이들입니다.
세번째 대답은, 요즘 글쓰기가 시험 점수로 계산이 된다니까 많은 부모님들이 글쓰기 공부를 시키고 싶어하고, 글쓰기(글짓기) 학원 같은 것도 생겨나니까 그렇게 말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어린이들이 쓴 글을 두고 점수를 매긴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만약 이 어려운 일을 쉽게 하기 위해, 말썽 없이 공평하게 점수를 매길 수 있도록 하려고 점수를 매기기에 편리한 글을 쓰게 한다면, 기계같이 머리로 맞추고 만들어 내는 글밖에 될 수 없으니, 참된 사람의 길을 찾기 위한 글쓰기와는 아주 딴판인 비참한 '점수 따기 글짓기'라 할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이러한 쓰기 싫은 글, 상타고 점수 따기 위한 글을 쓰지 마세요. 지금까지의 글쓰기 태도를 아주 바꾸어서, 쓰고 싶은 얘기를 참마음에서 나온 말로 써야 합니다.
다음 글을 읽어보세요. 2학년 아이가 쓴 짧은 글입니다.
[오늘 나는 소풍을 갔는데 과자를 다 먹어 버렸어요. 점심 시간에 내 동생이 와서 밥을 먹었습니다. 과자가 없어서 동생이 불쌍하고 내가 부끄러웠습니다. 다음부터는 과자를 남겨 동생과 나눠 먹겠습니다.]
나날의 삶에서 겪는 얘기를 정직하게 쓴 이런 글이 좋은 글입니다. 글 끝에 '다음부터는‥‥‥‥ 하고 쓴 것도 착한 아이의 흥내나, 꾸며 만든 말이 아니고 진정으로 우러난 말입니다. 이런 글은 점수를 따기 위해 쓴 것이 아니지요. 상타기 위해 쓴 글일 수도 없습니다.
다음은 4학년이 쓴 글입니다.
[오늘 김정환과 원화가 한윤석 책상에 꽃을 놓았다. 나는 너무 슬퍼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부처님, 부처님, 인도하셔서 한윤석이 하느님 곁으로 잘 가게 해 주십시오. 한윤석이 제발 천당에 가게 해 주셔요. 아멘."]
진정이 담겨 있는 이런 글이 좋은 글입니다. 글을 쓰고 싶어서, 써야 좋은 글이 되는 것이지, 남보다 점수를 많이 얻기 위해, 상타기 위해, 또는 쓰라니까 어쩔 수 없이 써서는 결코 좋은 글이 안 됩니다.
<신나는 글쓰기/이오덕/삽사리 문고> 문화원에서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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