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로 농사를 짓는 방씨 집안에 중영이란 아이가 있었다. 이 아이가 다섯 살이 되었을 때 갑자기 붓과 종이와 벼루와 먹을 가져다 달라고 떼를 썼다.  아버지가 이웃 선비의 집에 가 그것들을 빌려오자 중영은 큰 밥상 위로 올라가 큰 종이를 펼치고 붓을 휘둘러 네 구절의 시를 쓰고 그 아래에다 서명까지 했다. 식구들은 어안이 벙벙하여 황급히 마을의 진사를 청해 왔다. 진사가 집 안에 있던 물건 하나를 가리키면서 당장에 시를 지어 보라고 하였다. 그러자 중영은 작은 머리를 갸우뚱하며 생각하더니 짙은 먹물을 잔뜩 묻혀 손을 휘저으면서 일어났다. 그런데 시구가 절절하고 막힘이 없었다.

이리하여 신동이라는 명성이 파다하게 퍼지게 되었다. 동네 사람들이 신동을 구경하러 왔으므로 그의 집에는 언제나 수레와 말이 문 앞을 가득 메웠다. 어떤 부호가 많은 돈을 주고 그를 청해 시를 짓게 했다. 돈벌이가 될 만한 일이라 여긴 그의 아버지는 하루 종일 아들을 이끌고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신기를 자랑하느라 독서할 여유를 주지 않았다.

왕안석이 경성에 있을 때 이 중영의 명성을 들었다. 어느 해 그는 외가에 갔다가 열두세 살 된 중영을 보았다. 왕안석은 아주 감동하여 그에게 시를 짓도록 했다. 중영은 한참 동안 머리를 긁적이더니 시 한 수를 힘들여 썼는데 전보다 훨씬 못한 것이었다.

7, 8년이 지난 뒤 왕안석이 다시 외가에 갔을 때 내친 김에 중영에 대해 물었더니 외삼촌이 말했다.

“그 아이? 이젠 평범하다네. 다른 사람과 전혀 다를 게 없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