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에서 한글을 쓸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컴퓨터를 다루는 조그만 회사에 들어간 소년은 컴퓨터의 위력을 보면 볼수록 더욱 안타까워졌습니다. 입버릇처럼 중얼거립니다.

“참 좋을 텐데…….”

서양에선 벌써 컴퓨터가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 일상 생활에 커다란 도움이 된다는 신문기사가 실렸습니다. 또한 우리 나라에서도 컴퓨터를 이용하여 여러 가지 문제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개발된 컴퓨터이기에 모든 것이 영어로 처리됩니다. 소년은 항상 컴퓨터에 한글을 쓰지 못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소년은 회사에서나 집에서나 어떻게 하면 컴퓨터에 한글을 사용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모든 영어는 대문자로 시작하거나 소문자＋소문자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소문자＋대문자인 경우는 거의 없는 것입니다.

즉, ‘iM'ꡐaM'ꡐsTudent'라는 형식이 영어에 없다는 것이지요.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소년은 이것을 컴퓨터에 적용해 보았습니다. 소문자＋대문자(aK, sY)로 시작하는 것은 영어가 아닌 한글로 읽으라고 컴퓨터에 명령한다면 한글을 읽지 않을까, 라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서 출발하여 밤을 세워 가며 컴퓨터와 씨름한 소년은 드디어 컴퓨터가 한글을 읽을 수 있는 ‘7비트’ 한글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컴퓨터가 한글을 읽는 원리입니다. 컴퓨터를 많이 알고 공부한 학자나 전문가도 해내지 못한 일을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소년이 해냈습니다. 우리 나라 컴퓨터계의 커다란 숙제를 해결한 것이지요.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컴퓨터에서의 한글은 바로 이 소년의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으로 만들어졌다. 소년은 이 연구를 자기만 가진 것이 아니었다. 컴퓨터를 다루는 여러 이웃에게 자기가 발견한‘한글 만들기’를 가르쳐 주었다. 소년의 방법을 이용하여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그 결과가 모아진 끝에 오늘날 우리가 컴퓨터에서 마음대로 한글을 사용하게 된 것이지. 이 이야기를 들으며 두 가지를 생각해 보았다. 하나는 훌륭한 발명은 ‘왜？ 어떻게？’라는 문제의식을 통해 조그만 원리에서부터 찾아진다는 것이다. 사물의 원리를 좀더 폭넓게 생각하면 거기에 놀랍고 새로운 사실이 있다. 뉴턴이 사과가 떨어진 데서 만유인력을 발견했듯이.

또 하나는 대학에서 컴퓨터를 배우는 사람도 하지 못한 일을 고졸 소년이 해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은 컴퓨터에서는 흔한 일이라고 한다. 자기가 일하는 분야에 열정을 갖고 있다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