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규야, 넌 빨래도 네가 하는 거야?”

종규는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그야 돌보아 줄 부모님이 안 계시니 당연하잖아? 넌 종규의 마음이 아프게 그런 질문을 다 하니?”

곁에서 어머니가 준이를 나무랐습니다.

“아니에요. 아주머니, 괜찮아요. 이제 슬픔을 이길 수 있게 되었는걸요.”

종규는 아주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종규의 태도가 너무나 의젓했습니다. 준이는 그런 모습의 종규를 바라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종규는 어머니 초청으로 온 소년 가장입니다. 종규가 두 살 때, 아버지께서 병환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종규가 네 살 때, 어머니께서도 공장에 나가셔서 일하시고 밤늦게 돌아오시는 어느 날, 뺑소니차에 치어 그만 돌아가셨습니다. 종규는 늙으신 할머니를 모시고 단둘이 살고 있습니다. 

식사를 한 후, 물조차 가만히 앉아 어머니가 따라 주어야 먹는 준이는 종규의 모습을 바라보며 결심해 봅니다.

‘이제부터는 방 정리도 스스로 하고 숙제도 혼자하는 거야. 종규는 밥도, 빨래도 제가 다하는데. 나는, 나는……’

준이는 종규의 손을 꼬옥 잡아 주었습니다. 그러나 종규는 슬퍼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눈빛이 빛나는 듯 했습니다. 종규는 혼자 도는 바람개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