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병에 걸렸다. 그 병은 현대의학으론 고칠 수 없는 불치병이었다.

“혹시 냉동 인간이 되었다가 과학이 좀더 발달하면 고칠 수 있을까요？”

병자는 한 가닥 기대를 가지고 물었다. 소원대로 그는 급속 냉동실에 들어가 냉동 인간이 되었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흘렀다. 드디어 이 남자의 병을 고칠 만큼 의학이 발달했다. 냉동되었던 병자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어렴풋이 느끼면서 눈을 떴다. 

‘아, 나는 미래에 와 있구나. 가만 있자. 저기 네 명의 여의사가 있네.’

방안에 있는 사람 가운데 3명은 좀 이상했다. 털이 부숭부숭한가 하면 얼굴이 흰 종잇장 같기도 했고 까만 얼굴도 있었다.

‘아, 세 명은 로봇이로구나. 하긴 의학이 발달했으니 그럴 만도 하지.’

그는 이상한 얼굴을 가진 세 명을 내보내고 나머지 한 명에게 물었다.
 
“당신만 사람이로군요？”

그러자 그 여자는 가슴을 확 열어 젖혔다. 거기에는 에너지 박스가 들어 있었다. 

“나도 로봇이랍니다. 지구가 너무 더러워 사람이 사라진 지 벌써 2백년이 넘었다고 해요.”

병자는 너무 놀라 그 자리에서 기절해 죽고 말았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사람 구경은 하지도 못했던 로봇들은 잠시 만났던 옛날 사람을 보고 나서 궁금함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되돌아보았다. 자기를 만든 아버지 어머니 로봇, 그들을 만들었던 할아버지, 할머니 로봇……. 자꾸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최초의 로봇을 만든 ‘사람’을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이 로봇을 만들었다는데 대체 사람들은 어디로 떠난 것인가? 무엇 때문에 지구를 떠난 것인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지구로 다시 돌아올 것인가. 답을 발견했다. 그것은 사람에게 필요한 산소였다. 로봇들은 사람들을 지구로 되돌아오게 하기 위해 지구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나무를 심고, 죽어 버린 강물을 맑게 하고, 온 하늘을 뒤덮은 더러운 공기를 거두어들였다. 정말 오랜 시간 힘들여 지구를 깨끗하게 하자, 더러운 지구를 피해 다른 별에 가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 돌아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