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이라는 사람이 어려서 공부할 때의 일이다. 명절이 가까워 오자 문장은 명절 때 있을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일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공부 시간에도 글에는 마음이 쏠리지 않았다. 그저 즐거운 놀이나 맛있는 음식을 먹는 일을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선생님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자기가 가르친 글을 알고 있는지를 묻는 일이 가끔 있었다. 이 날도 종이에 큰 글자를 하나 써서 아이들에게 보였다. 쉴 휴(休)자였다.

“쉰다는 뜻의 글자인데, 어째서 이 글자를 쉴 휴라고 하는지 알겠느냐? 왼쪽의 인변(人)은 사람이라는 뜻의 글자이고, 오른쪽의 글자는 나무(木)라는 글자다. 이 글자를 합친 모양이 다름아니라 사람이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는 것이 된다.”

선생님이 “알겠느냐?” 고 되묻자 모두들 알아들었노라는 표정이었으나 문장만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선생님은 글자를 크게 쓴 종이를 감추고 문장 앞에 가서 방금 가르친 글자를 써보라고 했다. 그러나 문장은 손에 붓을 든 채 움직일 줄을 몰랐다.

“왜 쓰지 않느냐?”

“잘 모르겠습니다.”

“아니, 지금 막 내가 큰 종이에다 써서 보여준 것을 보지 않았느냐?”

하고 선생님이 묻자, 문장은 못 보았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선생님은 화를 내면서 말했다.
 
“거짓말하지 말아라. 내가 지금 이 종이에 쓴 글자를 보일 때 너도 다른 아이들과 같이 이 쪽을 보았다. 그렇지 않느냐?”

다른 아이들은 모두 그렇다고 대답했다.

문장은
“아니에요. 보지 않았어요.”
라고 말하며 흐느껴 울었다.

문장이 억울하다는 듯이 흐느껴 울고 있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선생님은 무언가 깨달은 듯이 말했다.

“응, 알았다. 보기는 했는데 보이지 않았구나.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너는 글자를 향해서 보고는 있었으나 머릿속에는 딴 생각을 했으니 글자가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 말을 듣자 문장은 울음을 그치고 선생님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그러자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그래, 너는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눈만 돌리고 마음을 딴 데 파는 것은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은 마치 마음이 없는 인형과 같느니라.”

문장은 이때부터 공부할 때, 정신을 다른 데 파는 일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