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 말기에 제나라에 안영이라는 유명한 재상이 있었다. 그는 지혜와 정략이 뛰어난 데다가 말재주와 담력이 대단했는데, 특히 키가 작은 것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었다. 어느 해 초나라 영왕이 안영을 자기 나라로 초대해 그의 키를 빗대어 짓궂은 질문을 했다.

“경의 나라에는 사람이 없소? 경과 같은 사람을 보내게….”

“우리 나라에서는 상대방 나라에 맞게 사신을 보냅니다. 큰 나라에는 큰 사람을, 작은 나라에는 작은 사람을 보내지요.”

왕은 두 번째 계획을 진행시켰다. 왕이 바라보고 있는 뜰 아래로 포졸들이 죄인을 묶어 앞세우고 지나갔다.

 “여봐라! 그 죄인은 어느 나라 사람이냐?”

 “제나라 사람입니다. 도둑질을 해서 붙잡혔습니다.”

 초나라 왕은 안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제나라 사람은 원래 도둑질을 잘하오?”

 안영은 초연하게 대답했다.

 “강 남쪽에 귤이 있는데 그것을 강 북쪽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되는 것은 토질 때문입니다. 제나라 사람들이 제나라에 있을 때는 도둑질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자랐는데 그가 초나라로 와서 도둑질을 한 것은 초나라의 풍토 때문인 줄로 아옵니다.”

 초나라 왕은 부끄러워하며 크게 잔치를 벌여 안영을 대접하고 다시는 제나라를 넘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