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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개구쟁이 노마와 현덕 동화나라

지은이
현덕 글/신가영 그림
출판사
웅진닷컴
페이지수
76
대상
초등 1
<너하고 안 놀아>로 잘 알려진 현덕의 동화 4편이 멋진 그림과 함께 꾸며졌다. 가난하지만 기죽지 않는 풋풋한 동심이 살아 있다. 엄마가 장사 나간 동안 동생을 보며 하루를 보내는 영이, 놀고는 싶은데 일하는 엄마의 청을 거절 못하는 노마들이 주인공이다. 미디어 서평 요즘 아이들의 잃어버린 ‘놀이’를 찾아… 아이들은 노는 존재이다. 아이들에게 놀이를 빼앗으면 그때부터 아이들은 시들기 시작한다. 물고기가 물에서 놀아야 하듯이 아이들에게는 늘 놀이공간이 주어져야 한다. 현덕은 아주 특이한 작가이다. 현미경을 들이댄 듯이 아이들이 노는 삶을 이야기로 담아냈다. 현덕 이전에 이런 작가가 없었고, 현덕 이후에도 이런 작가를 좀처럼 보기 어렵다. 현덕이 일제시대 남긴 동화에다 그림의 옷을 입힌 책이 나와 관심있게 읽었다. 「개구쟁이 노마와 현덕의 동화나라」에는 네 편의 동화가 실려 있다. 동화에는 네 명의 아이가 나온다. 노마, 똘똘이, 영이, 그리고 기동이. 보통 「어린이는 시인」이라고 하는데, 현덕의 동화를 읽고나니 한 마디를 덧붙이고 싶다. 어린이는 「놀이를 만들어내는 시인」이라고. 「큰소리」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골목 안 응달에 노마, 기동이, 똘똘이가 앉아 있다. 아이들이 모여 앉아 있는 걸 보면 맥없이 가만히 있는 것 같아도 그게 아니다. 아이들은 지금 놀이를 찾고 있는 중이다. 노마가 먼저 놀이를 생각해냈다. 노마는 아이들에게 자긴 땅바닥에 물구나무를 서서 하나부터 열 셀 때까지 있으라면 있겠단다. 노마는 『내가 제일』이란 얼굴을 하고 있다. 아이들 놀이공간을 잘 살펴보면 으레 서로 맞서거나 기대는 목숨들이 나온다. 노마가 앞서 나오자 기동이나 똘똘이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기동이가 맞서고 나왔다. 그까짓 물구나무 서는 것 쯤이야, 난 한길 다리 위에서 아래로 뛰어내리라면 뛰어내린단다. 이젠 기동이도 노마처럼 내가 제일이란 얼굴을 하고 있다. 남은 건 똘돌이다. 똘똘이라고 가만 있을 리가 없다. 똘똘이는 한술 더 떠서 한길 전봇대 꼭대기까지 올라가겠단다. 이젠 똘똘이도 내가 제일이란 얼굴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은 이렇게 놀이공간에서 서로 맞서고 화해하며 살아간다. 현덕의 동화를 읽다보면 요즘 우리 아이들이 사는 놀이공간을 생각하게 된다. 놀이에도 두 종류가 있다. 서로 어울려 목숨과 목숨이 함께 거듭나는 놀이공간이 있다. 예전 아이들이 주로 놀던 놀이공간이다. 이런 놀이공간 말고 어른들이 살아가는 어둔 삶을 흉내내는 놀이공간이 있다. 이런 놀이공간에서는 힘이 지배하고, 목숨이 목숨을 억압하여 상처를 준다. 안타깝게도 요즘 아이들은 주로 이런 놀이공간에 갇혀 산다. 요즘 아이들에게 현덕의 동화를 읽히는 것이야말로 아이들이 알게 모르게 빼앗긴 놀이공간을 되돌려주는, 어른이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싶다. <조선일보 00/04/15 이재복(아동문학평론가)> 철없지만 천진한 동심 현덕(1912~?)은 일제 강점기에 활동했던 동화작가 겸 소설가다. 한국전쟁 중 월북한 탓에 우리 기억에서 한동안 잊혀졌지만, 이 땅의 삶과 정서를 사실적으로 포착해 깨끗한 우리말로 담아낸 작품들을 남긴 작가다. <개구쟁이 노마와 현덕 동화 나라>는 그의 작품 가운데 네 편을 골라 모은 것이다. 네 편 모두 손바닥만하지만 기승전결이 확실한 이야기들이다. 현덕의 동화에는 기본 등장 인물 네 명이 항상 나온다. 가난하지만 밝고 용감하고 슬기로운 노마, 욕심꾸러기지만 친구들과 친해지려고 노력하는 부잣집 아이 기동이, 키는 작지만 결코 기죽지 않는 똘똘이, 평소에는 귀엽고 어리지만 동생을 돌볼 때는 의젓한 영이. 이 네 아이가 엮어가는 짧은 이야기에는 철없지만 순수하고 천진한 동심이 잘 표현돼 있다. 신가영씨의 해학적인 그림이 앙증맞다. <한겨레신문 00/01/25 고명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