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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문제아

지은이
박기범
출판사
창작과비평사
페이지수
186
대상
여러 단편을 묶어 놓은 단편집이다 .작품 안의 주인공 시점이 실감나게 그려져 있다. 어린이에게 훈계를 하거나 교훈을 주려고 하지 않음에도 작가가 전하려는 것을 훌륭하게 전달하고 있다. 미디어 서평 우리 아빤 손가락없어 공장서 일하다 잘렸어 공장에서 손가락 잘린 아빠는 시골 할아버지 산소 옆에 그걸 묻었다고 했다. 딸아이는 생각에 잠겼다. “손가락 무덤을 상상해 보았다. 아마 손에 모래를 덮어서 만드는 두꺼비 집이랑 비슷할 것 같았다….” 일기체의 단편 10개로 꾸며진 동화집 『문제아』는 서민아이들의 눈을 찌르는 팍팍한 현실에 대한 이야기이다. 흔히 말하는, 세상의 어둠을 지운 동심의 환상은 책에 없다. 달동네 아이들은 철거깡패와 마을어른들 싸움을 보며 예전의 “별밭같은 마을불빛”을 그리워한다. 정리해고로 서먹해진 큰아버지와 아빠에게서 지난날 술친구였던 두 어른의 밉지않은 술노래를 기억하며, 오토바이 탄다고 문제아로 찍는 선생님들은 정말 싫다고 넌더리 친다. 독재정권을 꾸짖으며 몸을 불사른 고 박래전씨 무덤을 찾은 조카는 삼촌 마음이 겨울꽃이란 말에 “내 마음 속에 어떤 꽃씨가 잠자고 있을까”를 생각한다. 동심은 세상의 생채기와 어둠을 먹으며 커간다. 추천사를 쓴 윤구병씨의 말처럼 “어린이들도 알 것은 알아야 하고 느낄 것은 느껴야” 하기에. <한겨레신문 책과사람 02/05/04 노형석 기자> 우리사회 그늘진 이야기 아이들 일기 펼쳐보이듯 섬세한 심리묘사로 투영 오랫동안 과거를 답습하던 우리 어린이 문학이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신춘문예나 소수잡지에 의해서만 가능하던 ‘등단’이 이제 그 제도적인 틀을 벗었다. 누구라도 좋은 작품을 쓰면 ‘작가’가 될 수 있는 보다 민주적인 출판풍토가 이루어진 것이다. 지금, 우리의 어린이 문학은 신인들에 의해서 풍요로와지고, 변화와 발전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 한 예가 창작과 비평사의 제3회 ‘좋은 어린이 책 원고 공모’에 당선된 ‘문제아’(1999년 간)이다. 이 책에는 정리해고, 분단, 노동운동, 학교문제, 가난 등을 다룬 10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그러나 이 책을 우리 사회의 그늘을 조명한 이야기라고 해버리면 이 작품의 새로움에 대해서 아무 것도 말하지 못하는 셈이 된다. 이 책이 독특하게 느껴지는 것은 서술방식 때문이다. 일인칭 서술자 시점으로 되어있는 이 작품들은 주인공 아이가 보고, 듣고, 겪고 느낀 것을 또래의 언어로 서술하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대개는 일인칭 시점이라고 해도, 특히 아동문학에서는 주인공의 내면탐구 보다는 사건의 서술이 우선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마치 일기와도 같은 문체를 사용, 사건이 주인공의 내면에 미치는 작용과 반작용을 섬세하게 드러내준다. 하지만 단편 모음집인데도 이상하게 이 책은 한 편의 장편처럼 읽힌다. 비슷한 색깔의 주제를 계속해서 다루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인물로 구별되지 않는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나’의 목소리 때문이기도 하다. 또렷하고 생생한 아이다움이 느껴지는 그의 주인공들은 역설적이게도 하나의 목소리로 추상화되어있다. 이 작품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작품은 단연, 표제작인 ‘문제아’와 ‘독후감 숙제’이다. 작가는 주인공이 읽고있는 만화와 그림일기를 작품 속에 그대로 삽입함으로써 어떠한 묘사보다도 훌륭하게 주인공의 심리를 그려보인다. 일기의 문체를 사용하고 있지만 흔한 일기형식을 빌리지 않는 이 책은 작가서문과 ‘독후감 숙제’를 통해서 작가가 일기체에 기대고 있다는 것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여준다. 결코 가볍지 않은 사건들이 그려내는 마음의 음영을 아이의 단순한 언어로 정밀하게 그려낸 ‘문제아’나 ‘독후감 숙제’는 적어도 심리묘사에 관한 한, 한국 어린이 문학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빼어나다. 박기범은 아이의 내면을 투시하는 현미경과도 같은 시선을 가졌다. 사물과 사태의 외면(단순함)에 눈을 고정시키고 내면(복잡함)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탁월함은 신인다운 패기를 충분히 보여준다. <조선일보 어린이책 00/12/30 최윤정(아동문학평론가)> '아이들 눈에 비친 삶 말하고 싶어요' 박기범(26)씨는 몹시 수줍음을 탔다·말을 아끼고 가리는 것이 어눌해 보이기까지 했다. 입으로 할 얘기를 글로 다 표현해놨다는 뜻일까.그도 그럴 것이 첫 창작동화집 <문제아>에서 그는 진실성이 절절이 묻어나는 이야기로 자신의 속내를 다 드러내 보였다. 그런데도 굳이 그를 만난 건 이 동화집 속의 세계가 어른이 그렸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정밀하게 묘사돼 있기 때문이었다. 창작과 비평사가 제3회 '좋은 어린이책' 원고공모 창작부문 대상 수상작으로 뽑은 <문제아>는 문체의 독특함과 내용의 신선함이 근래 나온 동화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인다.<문제아>에 묶인 10편의 단편 동화들은 모두가 일기체로 쓰였다. 초등학교 5∼6학년 어린이가 방금 써 놓은 일기를 훔쳐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게 예사롭지 않다. 어떻게 어린이의 말투와 이렇게 똑같을 수 있나. 머뭇거리던 그가 대학 시절 활동 경력을 살싹 내비쳤다.'서초동, 봉천동 철거민촌에서 2년 남짓 빈민활동을 했어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공부방을 열었는데, 학교공부 끝나면 동화책 읽어주고, 애들하고 그냥 놀았어요. 그게 좋았으니까.' 글 속에 담긴 풍경의 꾸밈 없는 사실주의는 이 책을 달리 보게 만드는 더 큰 미덕이다.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모두들 가난한 집의 아들딸이다. 손가락이 잘리거나 실직 위기에 몰린 아버지, 콩나물을 길러서 파는 홀어머니…. 그들의 모습이 화자의 정직한 시선에 잡혀 눈앞의 사건처럼 현장감 있게 묘사된다. 이 묘사에는 현실의 어두운 곳을 감싸안는 따뜻함이 있고 그런 현실을 만들어내는 사회에 대한 올곧은 비판이 있다. 평범한 소년이 문제아로 낙인 찍혀 소외되는 과정을 소년 자신의 목소리로 서술한 표제작 '문제아'는 학교교육의 문제점을 아주 다른 방식으로, 그러나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숭실대 국문과를 나온 그는 지난해 한겨레문화센터 창작동화반을 다녔다. 이 동화들은 그때 강사들이 내준 '숙제' 의 결과물이다. '학생 때 고민한 것들을 실천하는 장으로 어린이문학을 선택했어요 어린이의 눈에 비친 인간의 삶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가 맨 나중에 밝힌 창작 동기다. <한겨레 문학 99/5/4 고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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