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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모모

지은이
미하엘엔데
출판사
비룡소
페이지수
368
대상
전세계 40여 개 언어로 번역된 프랑스 작가의 장편, 기적과 신비가 가득 찬 상상의 세계로 독자들을 인도하는 동화이다. 시간을 훔치는 도둑과 그 도둑이 훔쳐간 시간을 찾아주는 한 소녀에 대한 이상한 이야기로 모모와 친구들, 회색신사, 거북 카시오페아이 등이 등장한다. 미디어 서평 앞만 바라보았던 새천년 첫해 현대인에 주는 '동심의 호흡' '시간은 삶이며, 삶은 우리 마음 속에 깃들어 있는 것이다.' 모모는 사람들이 절약한 시간을 빼앗아 생명을 이어가는 도시의 회색 신사들과 한판 결전을 치루는 이야기로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책이다. 필자는 업무 자료를 찾기위해 방문한 서점에서 어린시절 읽었던 모모가 새롭게 번역돼 진열돼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 책을 집어들었다. 20년전의 감동을 떠올리며, 모모와 회색 신사들의 손에 땀을 쥐는 추격전에 다시 빠져들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모모의 감동이 진하게 느껴졌다. 초등학생인 큰 아들 녀석도 밤새워 모모를 단숨에 읽었다. 녀석도 나와같은 감동을 받았을까. 새 천년 벽두가 엊그제 같은데 거리 곳곳에서는 벌써부터 캐롤송과 연하장들이 등장해 신년맞이의 분위기가 물씬하다. 필자는 벤처기업인으로서 한때 새천년 한국의 희망으로 떠올랐던 인터넷과 벤처가 천덕꾸러기 애물단지로 전락한 이유를 생각해본다. 일확천금을 꿈꾸는 일부 사이비 벤처 기업인들의 탐욕과 일탈이 연일 신문지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앞만 보며 묵묵히 기술개발과 시장개척을 해온 대다수 중소 벤처기업가들의 어깨는 연말이 다가올수록 자꾸 쳐져만 가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2000년은 정신 없이 앞만 보며 달려온 한 해였지만, 만족감보다는 아쉬움이 더 크게 남는다. 그런 필자에게 모모는 단순한 동화책의 의미를 넘는다. 이 책은 내게 각박한 삶의 찌꺼기를 털어버리고, 여유와 겸손함, 남에 대한 배려의 시간을 갖게 한다. ,이 책은 사람들에게 왜, 그리고 무엇을 위해 그토록 바쁘고 각박하게 살아가는가 하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이같은 질문은 요즘같이 되바라진 황금 만능주의 사회에서 무의미할 지 모른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돈을 쉽게 잘버는 요령과 조직사회에서 빨리 출세할 수 있는 처세술을 담는 책들을 가까이 하고 있지않은가. 그러나 잠시만이라도 동심의 마음으로 모모를 만나본다면, 그 누구라도 삶의 깊은 의미를 되새겨보게 될 것이다. 모모의 친구인 청소부 베포는 조급증을 내는 우리에게 나지막한 음성으로 말한다. "때론 우리 앞에 아주 긴 도로가 있어 도저히 (청소를) 해 낼 수 없을 것 같아. 아마 일을 서두르고,점점 더 빨리 서두르겠지.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거야. 한꺼번에 도로 전체를 생각해서는 안돼. 다음에 딛게 될 걸음, 다음에 쉬게 될 호흡, 다음에 하게 될 비질만 생각해야 하는 거야. 계속해서 바로 그 다음의 일만 생각해야 하는 거야. 그러면 일을 하는 게 즐겁지." <디지털타임스 <요즘 읽고 있습니다> 00/12/1 이호석(해피머니 대표이사)> “시간은 돈이다.” 벤자민 프랭클린의 이 말은 막스 베버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지적했듯 현대 사회의 근본적 에토스를 드러내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이 돈이라면, 그것은 절약할 수 있는 것이고, 저장할 수 있는 것이 되며, 돈이 그렇듯이 그것은 적극적으로 관리되고 활용될 때에만 이윤을 낳을 수 있다. 그래서 세간에서는 `재테크'라는 말에 이어 '시테크'라는 말도 쓰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고방식과 습관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느릿한 걸음의 산책과 잠에 대한 경멸, 전철에서 내리면 개찰구로 가는 계단을 한번에 서너 개씩 밟으며 올라가는 생활, 미래를 향해 현재를 유보하고 그리하여 끝내는 현재를 상실하게 되는 그런 삶은 아닐까? 도시 외곽의 원형경기장에 사는 거지 소녀 모모가 호라 박사의 도움으로 사람들의 시간을 훔치는 시간 도둑들과 싸워 이기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미카엘 엔데의 <모모>는 바로 이런 현대의 지배적인 시간에 대한 태도와 생활양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시간이 절약가능한 것인가? 우리가 절약한 시간은 어디에 저장되어 있는 것일까? 시간은 돈이 아니라 삶 자체인 것이 아닐까? 그것은 우리의 경험과 꿈과 활동과 기억으로 채워져 있는 충만한 것이고, 또 그것을 충만하게 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닐까? 20여년 전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첫 수업 시간에 담임 선생님은 칠판에 커다랗게 `사당오락(四當五落)'이라고 적으셨다. 같은 시기에 나는 사촌누나에게 선물로 받은 <모모>를 읽었는데, 그 덕에 사당오락이라는 말의 위협으로부터 조금은 심리적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 후에 대학에 들어와 정치경제학을 배우게 되었는데, 그때 나는 자본이란 `살아있는 노동'을 통해 `축적된 죽은 노동'이라는 것을 알았다. 더불어 나는 <모모>의 내용에 비추어 자본이란 `살아있는 시간'을 통해 축적된 `죽은 시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모>의 심오한 통찰력에 다시 놀란 셈이었다. 세상이 변해간다고 하지만 요즘 청소년들이 내가 20여전에 들었던 협박에서 벗어난 것 같지는 않다. 그들 또한 나로 하여금 지배적 가치에 대해 성찰하게 해주고 살아있는 시간에 대한 열정을 갖게 해주었던 <모모>를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한겨레신문 00/09/02 김종엽(한신대 사회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