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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오세암

지은이
정채봉
출판사
창작과비평사
페이지수
186
대상
정채봉 선생님의 단편 동화집이다. 잔잔한 호수와 같은 묘사, 조용한 산사의 목탁 소리, 애틋하며 여린 아이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촉촉히 적셔준다. 3학년 1학기 '읽기'교과서에 실린 '신호등 속의 제비집'도 들어 있다. 하늘 나라 아버지께 편지를 쓴 미경이 이야기, 아버지의 답장을 전달해 주는 집배원 아저씨, 다섯 살에 부처님이 된 길손이는 모두들 순진무구한 어린이의 전형이다. [언론사 서평] 천진하고 맑은 어린이가 되고 싶은 아이에게 1. “감이 누나, 눈이 바다보다 넓게 내려. 그런데 저기 식은 나물국빛 옷을 입은 스님이 지나 간다.” 길가의 짚가리 속에서 아이의 키득거리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스님은 짚더미를 헤쳐보았다. 대여섯살쯤 되어 보이는 사내아이와 장님 소녀가 노랑지빠귀처럼 웅크리고 있었다. “길손아, 누구니?” 사람의 기척을 느낀 장님 소녀가 아이의 어깨를 끌어당기며 물었다. “스님이야, 누나. 머리에 머리카락 씨만 뿌려져 있는 사람이야.” “고 녀석 참….” 2. 길손이는 언제나 가물가물 웃고 있는 관음보살 탱화에게 말을 건넸다. “안녕하세요? 전 길손이예요. 계곡의 얼음이 하늘에서 늘어뜨린 동아줄 같아요.” “보살님, 춥지요? 내가 군불 넣어 드릴께요.” “이 군밤 드실래요? 제일 큰 것으로 남겨왔어요.” 길손이는 그림 속에 계시는 분을 소리내어 웃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귀를 세운 토끼가 깡총거리는 흉내, 스님이 목탁을 치면서 염불하는 흉내를 냈다. 슬그머니 방귀를 뀌어놓고 능청을 떨기도 했다. 그러다가 머뭇머뭇 입을 열었다. “저, 엄마라고 불러도 돼요? 나는 엄마가 없어요. 내 소원은 어, 엄마….” 3. “감이 누나. 꽃이 피었다. 겨울인데 말야. 바위틈 얼음 속에 발을 묻고 피었어. 누나, 병아리 가슴 털처럼 꽃이 아주 보송보송해. 저 돌부처님이 입김으로 키우셨나봐.” “누나가 어디 있다고 누나한테 말을 했느냐?” “아유 답답해. 누난 지금 내 곁에 있는 거야. 감이 누나가 그랬어. 내가 있는 곳에는 어디든 감이 누나 마음도 따라 와 있겠다고….” “고 녀석 참….” 눈이 시리도록 맑은 동화다. 그런데도 읽은 이의 마음을 이토록 따뜻하게 덥혀주는 힘은 무얼까.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의 마음이 곧 하늘의 마음이요, 부처의 마음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이 동화를 열살이 지난 모든 아이들에게 권한다. 아울러 눈이 바다보다 넓게 내리던 날 이 곳을 떠나신 정채봉 선생님의 명복을 빈다.<동아일보 책의 향기 01/1/13 아침햇살아동문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