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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참여

제목 수고한 나에게 위로를...
글쓴이 이명희 최우수상
잘 견디고 수고한 나에게

명희야
스스로에게 편지를 쓰는 것이 어색하지만 그동안 수고한 너를 위로하고 싶어서 편지를 쓴다.
곧 있으면 결혼 4주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그동안 네가 겪어 왔던 모든 일들이 머릿속을 스치는구나. 많이 울었고, 때론 웃었던 시간들...
그런데 어쩐지 사람은 울었던 일들이 마음에 많이 남겨지나봐...
아파했던 기억들, 상처받았던 일들이 지워지지 않고 계속 곱씹어지는 걸 보면...
별명이 ‘봉선화’인 너...
손대면 톡하고 터질 것만 같다고 해서 주변에서 별명을 붙여줬지.
눈물도 많고, 마음이 여려서 작은 일에 많이 아파하고, 상처 받는 너와 잘 맞는 별명인 듯해.
너는 그런 네 모습을 정말 싫어하지만 바꾸려하면 할수록 더 스트레스가 돼서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었지. 그런 네 모습을 더 사랑해버리기로.
마음을 그리 먹었으니 너를 다그치는 것보다 너의 걸음을 격려하고 싶다.

결혼하고 나서 네가 많이 아팠었지.
결혼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였을지도 몰라. 시댁과 가까이 살다보니 매주 마다 가서 저녁준비하고 저녁 먹고, 함께 여행을 가고...
가까이 계셨기에 그게 당연한 것일 수도 있는데, 27살 새댁에게는 그 모든 게 스트레스였나 봐. 결혼 후 1년 동안은 해오던 공부가 있었기에 공부에 집중하고 싶은데, 안 찾아뵈면 화가 나실까봐 매주 마다 더 함께 시간을 보내드리려 노력했었지.
여린 나에겐 대장부 스타일의 시어머니가 어려웠고, 때론 무서웠어. 지금도 뭔가 무겁고 부담스럽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 지혜롭게 그 상황을 견디고 풀어나가려 노력하는 네가 대견하다.
지금처럼 며느리로서의 역할이 어렵고 무겁지만 사랑하는 남편의 부모기에 더 사랑하고 존경해 드리자. 잘 할 수 있으리라 믿고 노력할 너를 응원해.

또 하나.. 너를 응원하고 싶다.
우선 너를 꼭 안아 주고 싶구나. 고생했어. 다섯 번의 유산...
4년이란 시간동안 겪어도 되지 않을 일을 참 많이도 겪었구나. 유산의 후유증인지 언제부턴간 허리가 묵직하고 아파서 앉았다 일어날 때면 할머니 소리를 내며 일어나지. 그런 너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왜 그런 일을 그렇게나 많이 겪어야 했을까..
원인이 밝혀졌지만, 그 원인에 맞는 치료를 받다가도 한 번의 유산을 더 겪어버린 터라 ‘과연 내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불안해하는 너를 보면 안스럽다.
분명 너의 삶에도 감사할 것들이 많이 있지만, 마음이 힘들고 지칠 때면 감사의 제목보다 원망의 제목들만 가득하지.
명희야 그동안 잘 견뎠어. 지금까지 아픔도 많고, 마음의 상처도 받았지만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서 힘을 내준 네가 난 너무 고맙고 자랑스럽다.
네가 겪었던 아픔들로 인해 새생명의 소중함을 처절하게 알게 되었고, 난임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돌아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었단 것만으로 넌 인생에서 참 많은 걸 얻은 거야.
그러니 원망하는데 그치지 말고, 다시 한 번 감사로 시선을 돌려서 희망이라는 곳으로 발걸음을 힘차게 내 딛어보자.
고생했다. 잘 이겨내 줘서 고마워.
너의 앞길을 축복하고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