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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문/기행문

제목 친구들과의 진솔한 우정을 그린 소풍
글쓴이 정은비
치열했던 중간고사가 끝난 바로 다음날이었다. 친구들과 진주성으로 기차여행을 떠날 생각에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은 채 엄마가 정성스레 싸 주신 도시락을 들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아직 약속한 시간까지는 30분정도가 남아있었기에 친구들이 많이 보이지는 않았다. 10분, 20분이 지나고 약속 시간에 다다르니 전 날까지만 해도 시험으로 지쳐있었던 얼굴들이 모두들 해맑은 미소와 함께 기차역으로 들어섰다. 부급장인 나는 급장과 함께 우리 반 인원 점검을 끝낸 뒤, 선생님들의 지시에 따라 질서 있게 기차에 올라탔다. 어렸을 때, 엄마 아빠 손잡고 기차를 탄 후로 10여 년 만에 다시 기차를 탄 것 같았다. 나는 새삼 세월이 빨리 간다는 생각이 들면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새겨 보았다. 어느새 어엿한 고등학생이 되어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며 기차를 타고 있는 차창에 비친 나의 모습이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졌다.
얼마 가지 않아 진주에 벌써 도착했다는 소리가 들렸다. 진주성까지는 20분 정도 걸어가야 했다. 하지만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걸어가니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진주 남강을 가로지르는 기분이 무척 신선하고 상쾌했다. 진주성에 도착한 후에는 안내자의 설명을 들으며 여기 저기 둘러보았다. 특히 의기사라고 하는 임진왜란 당시 왜장을 껴안고 남강에 투신하여 순절한 논개의 넋을 기리기 위하여 세운 논개 사당이 무척 인상 깊었다. 이처럼 그냥 지나칠 뻔 한 것들도 그에 대한 역사적 이야기를 안내자를 통해 들으면서 둘러보니 과연 진주성이 한국 방문 시 꼭 들러야 할 50선에 선정된 이유를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점심은 진주성의 야외공연장에서 친구들과 도시락을 맛있게 나누어 먹었다. 오고 가는 음식 속에서 우리들의 우정은 더욱더 깊어져만 갔다. 그렇게 배불리 먹은 후, 진주성과 진주 남강의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친구들과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들을 사진기에 하나, 둘씩 담았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 갑자기 기차에 관해 문제가 생겼다고 한바탕 떠들썩했다. 티켓 구매를 잘못하여 가는 도중에 일어서서 가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 것이었다. 선생님들께서는 걱정을 하셨지만 정작 우리들은 흥미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며 오히려 재미있어 하였다. 2인용 자리에 3명이 겨우 끼어서 가고 그 자리조차도 앉지 못한 친구들은 아예 지나가는 통로의 바닥에 앉아버리는 웃지 못 할 해프닝도 벌여졌지만 나는 오히려 이를 통해 친구들과의 우정이 더욱 돈독해지는 예상치 못한 즐거운 추억이 또 하나 생긴 것 같아 뿌듯했다.
평소에 학교에서 무려 13시간동안 함께 생활을 하지만 친구들과 진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별로 없었다. 학업 등수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답답하고 무거운 관계에서 벗어나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고 진솔한 이야기들을 거리낌 없이 터놓을 수 있는 소중한 친구로서 함께 보낸 시간은 정말 행복했다. 이제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학업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열심히 공부하는 것과 함께 소중한 친구들과의 우정을 쌓는 것도 고등학생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는 것을 깨닫고, 공부도 친구도 소홀히 하지 않는 당당한 사람이 되길 힘차게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