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 너는 화장을 얼마나 하는 거니?"
"몰라, 그런데 나 예쁘지 않냐? 인정할 거는 하자. 크크크크."
"아, 그래. 예뻐요, 아주, 미스코리아다. 그래."
"그~~렇지!! 야, 우리 저거 먹자."
"저게 뭔~데?"
"야, 야!! 학교 근처에 있던 건데, 모르면 안 되지~.."
"나만 모르냐... 우리 새내기잖어? 넌 좀 소문난 먹방 아니여? 크크."
"흥? 나 다이어트 중이거든? 흥! 흥!"
"백조가 물에 떠 있기 위해 엄청 애쓴다며, 너도 그래?"
"백조?"
이 순간, 윤미에게는 5년 전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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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탁, 탁. 쾅, 쾅, 쾅.
그 사람이 또 다시 문을 두들기나 보다.
하도 두드려서 망가지기 일보직전이다. 아니, 이미 녹슬었다.
학교에서 돌아와서, 딱 조금만 쉬려고 하는데, 이게 뭔 일이람! 싶었지만 참고, 또 참았다.
"미쳤나, 이 사람이? 언제까지 이러고 싶냐고!!!" 그 사람이였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빠였다.
"여기 봐!! 니가 안 갚은 빚이야!!" 그 사람은, 고물 티비 위에 빨간 딱지를 탁, 붙였다.
"100조가 되도록, 이렇게 되면. 미쳤냐!!!! 이 미친 사람아."
"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 사람은, 뭐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더니, 이내 집을 떠났다.
이미 쌓일대로 쌓였다.
"휴....." 한숨을 쉴려해도 쉴 수 없었다. 동생 말에 의하면, 매일마다 악당들이 하나씩 찾아오는 기분이랄까.
"누나야, 나는 저 악당들을 파워~ 물리칠꺼다!! 우리 엄마랑 아빠랑 다 지켜줄꺼다?"
윤미는 웃음이 나왔지만, 씁쓸한 웃음이였다. 마냥 철부지인 일곱 살 동생처럼, 어리기라도 했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을텐데. 아마도, 그럴텐데.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이였다.. 그 다음날.
"윤미 너는, 반 평균이 뭐 이래? 다른 애들 다 잘하는데, 너만!!" 과학 선생님이였다.
몇 몇 짖궂은 남자애들이 까르르 웃었지만, 웃을 기분이 아니였다.
"윤미 너는 나랑 나머지공부하자.이대로는 안 될듯 하네" 담임 선생님이였다.
반 애들이 모두 다 떠나고, 윤미랑 선생님만 남은 그 자리.
"윤미, 정신 바짝 차려. 중2병 걸렸냐? 너? 미쳤어?"
그 자리에서, 그저 눈물만 뚝뚝 흘렸다. 바보처럼.
한 달간, 그 일은 계속되었다.
"야, 너는 정체가 뭐냐?"
"니 아빠 빚쟁이라며. 크크크."
"나 빚쟁이 처음봤다! 반갑네."
"야, 오늘 도덕이 그거 말했는데. 빚지는 사람들은 지가 문제있다고."
윤미를 향한 수많은 소리들. 미처 귀를 닫을 새도 없이, 꾸역꾸역 들려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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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집에 찾아오기 몇 주전, 불의의 사고가 있었다.
콰쾅, 쿵, 탁, 탁,탁. 그리고 비명과 신음소리와 함께 뻥소니와 함께, 그 때부터 윤미의 불행은 시작되었다.
그 뻥소니한 사람은 어디론가 가버리더니, 다시 왔다.
"빚이나 내 놔!!!"
그 사람은 병문안을 빌미로, 와서 위로는 못할망정 소음만 냈다.
빚이 쌓여있는 상태였기에.. 감히 그 사람에게 뭐라 할 수 없던 윤미 아버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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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will too be pass."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지나가기만 했으면.. 그랬으면.. 얼마나 바랬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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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시선들과 소리들. 윤미를 그 안에 가두고, 마음대로 평가했다.
한창 자라야 하고, 학원도 다니고, 과외도 받고, 화장도 실컷 해 보고.. 싶었지만 시선이 윤미를 잔뜩 억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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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이였다.
"윤미야. 그랬구나... 괜찮아, 다 괜찮으니까." 윤미네 담임선생님이였다.
"네? 뭐가요?"
"너희 아버지.."
"아..."
"윤미야. 나는 솔직히 도움이 될 지 모르겠어.. 어른들이 미안해. 정말."
"아니예요.. 하..."
"정말 미안해. 그동안 잘 모르고 선생님이 마음대로 말해서. 정말."
",...."
"부담이 된다면 미안하고, 그래도 힘내라."
"..아.. 네..."
"윤미야, 백조는 있잖아."
"네? 백조?"
"아리따운 새 백조! 너랑 이 선생님처럼!!"
"하하하."
"윤미, 백조 강에서 보면 진짜 우아하잖아. 그렇지. 그런데 떠있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을 가하는 거래. 알고 있지?"
"네."
"윤미야, 이 책 읽어봐라."
<백조> 라는 책이였다.
- 아름다움은, 현재를 뛰어넘는 현재 속에서 발견하며 행복한 것.
- 너의 가치는 시선에 의해서 결정되지 않는다. 너는 지금 빙산의 일각을 보일 뿐이다. 내재되어 있는 진실은 무한하리라.
-울 수도 있으나, 우는 걸로 끝이 아니다. 울면서도, 기대하는 마음.
상황에 지배받지 않는 마음과 태도를 지니면, 상황이 바뀌어간다. 마인드 컨트롤 브이!
"우와."
엄마가 있고, 아빠가 있고, 까불거리지만 귀여운 동생도 있고. 집도 있고. 공부도 할 수 있고. 책도 있고, 선생님도 있고. 단짝도 있고.
--미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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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가 되기 위해 준비하듯. 백조가 나아가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