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마당 > 글쓰기마당 > 글나라북클럽

글나라북클럽

제목 [북클럽2기] 펄벅의 《대지》를 읽고
글쓴이 장재형



펄 벅의 《대지》는 『대지(1931)』, 『아들들(1932)』, 『분열된 집안(1935)』 이렇게 3부작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지》는 1931년 출간되어 다음 해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대지》는 왕릉과 그 아들들, 손자들로 이어지는 3대에 걸친 긴 이야기로 엮어진, 중국인의 삶과 농민들의 순박한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려 낸 걸작이다. 《대지》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가난한 농부인 주인공 왕룽의 ‘땅’에 대한 사랑하는 이야기이다. 시대적으로는 1930년대의 중국으로 왕룽이 아내를 얻는 날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말이 없고 건강한 아내는 왕룽의 자식을 낳고 아침부터 밤까지 밭에서 일을 한다. 왕룽의 땅에 대한 집착이 얼마나 강했는지 늙은 아버지와 아이들을 먹일 것이 남아 잇지 않은데도 다음과 같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저희들이 아무리 그래도 내 땅은 빼앗아갈 수 없어. 나는 힘들여 일해서 농사지은 곡식을 팔아 남들이 빼앗아갈 수 없는 땅으로 바꿔 두었다. 내가 돈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그들은 그것을 뺏어갔을 것이다. 또 그 돈으로 물건을 사두었더라도 남김없이 뺏어갔을 것이다. 나에겐 아직 땅이 있다. 땅은 나의 것이다.’ p68

그러나 얼마 뒤 흉년이 들어 먹을 것이 없어진 그들은 남방의 도시로 간다. 이듬해 왕룽과 오란은 집주인으로부터 많은 돈을 얻어 고향으로 돌아와 몰락한 지주 황부자집의 땅과 저택을 손에 넣어 대지주가 된다.

“대지는 남쪽 도시에서 돌아왔을 때 그의 마음의 병을 고쳐 주었다. 이번에도 왕룽은 논밭의 검은 대지로 애욕의 상처를 낫게 할 수 있었다.” p172

왕룽에게 있어서 땅은 단지 재산이 아니다. 땅은 그를 치료해 주었고, 괴로움을 잊게 했고, 그를 낳아주고 길러주고 고통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어머니였다. 왕룽의 땅에 대한 집착은 이렇게 강했지만, 그의 아들들은 자라면서 아버지의 토지를 팔 생각만 한다. 이 사실을 안 왕릉은 다음과 같이 화를 내며 말한다.

“땅을 팔기 시작하면, 집안은 끝장이야.” 그는 띄엄띄엄 말했다. “우리는 땅에서 태어났어. 그리고 다시 땅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땅을 갖고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 땅은 누구에게도 뺏기지 않는다……”

노인은 뺨을 타고 흐른 눈물 자국이 허옇게 나는데도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그는 몸을 굽혀 흙을 한 움큼 움켜쥐고는, 그것을 꼭 쥔 채 중얼거렸다.

“만일 땅을 파는 날에는 그것이 마지막이다.” p284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펄 벅은 《대지》라는 작품을 통해서 ‘생명의 원천’인 대지를 벗어나서는 사람은 살아갈 수 없음을 말하고 있다. 우리의 삶의 희노애락이라는 모든 사건은 땅 위에서 일어난다. 우리의 삶은 땅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땅이 없다면 우리는 존재하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땅 위에서의 우리의 삶은 생각하기에 따라 눈물의 골짜기도 아니고, 시련의 장소도 아니며, 어쩌면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멋진 장소일 수 있다. 우리는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가는 삶과 죽음을 경험한다. 덧없이 짧은 인간사에 비해 오직 땅만은 변하지 않고 영원히 그대로 남는다. 그 땅 위에 우리가 살고 갔다는 흔적을 남겨둬야 하지 않을까?

#대지 #펄벅 #서평 #글나라북클럽 #글나라넷 #독서 #한국독서문화재단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장작가의인문학살롱 #책추천 #고전문학 #세계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