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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방인도 괜찮은 사회
작성자 노윤 작성일 2023-12-15
작성일 2023-12-15

 이방인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단순하게 이 정의대로 생각해 보면 이방인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외국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이 책에서 어떤 형태로든지 이방인이 등장할 것이라고 짐작했다.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이질적인 모습이나 행동을 보여주는 사람들에게 종종 이방인이라는 비유적 표현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상대로 알베르 카뮈는 뫼르소라는 프랑스인을 통해 그러한 이방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뫼르소는 주변 사람들과는 다른 사고와 행위를 보여주었다. 기본적으로 그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강하게 표현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제안에 대해서 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라며 수용하고 받아들인다. 그래서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의 감정과 생각에 잘 휘둘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계속해서 글을 읽어나갈수록 그는 오롯이 자신의 머릿속에서 이루어진 생각으로 선택을 할 뿐이었다. 단지 그가 누군가의 제안을 거부하는 일이 적었을 뿐 자신의 생각과 결정을 누군가에 의해 바꾸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전념하고 그것을 거짓 없이 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이 정도의 모습이라면 뫼르소를 이방인이라고 칭하기엔 무리가 있을 수도 있었다. 그저 일상을 자기 주관대로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모습을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상황 앞에서도 일관되게 유지하는 모습이 뫼르소를 이방인으로 만들었던 것 같다. 뫼르소가 마주하는 죽음은 3가지다. 어머니의 죽음과 아랍인의 죽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죽음이다. 그는 어머니의 죽음을 그다지 슬퍼하지 않고 아랍인을 죽인 것을 크게 후회하지도 않으며 자신의 죽음을 적극적으로 피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어머니의 죽음을 크게 슬퍼하지 않는 뫼르소의 모습을 보았을 때는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어머니가 어떤 존재였는지와 그가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어떤지를 알게 된다면 그때라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후에 그가 살인을 하는 것과 그에 대한 결과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웠다.


 뫼르소가 아랍인을 죽이지 않았더라면 그가 사형을 선고받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가 보여주고자 했던 이방인의 모습도 없었을 것 같다. 살인을 한 후에 사형 선고를 받고 죽음을 대하는 뫼르소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사람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일은 오로지 그 사람의 행동으로만 알 수 있다라고 했던 한 작가의 말씀이 떠올랐다. 만약 뫼르소가 죽음 앞에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행동했다면 앞서 보여주었던 그의 삶의 방식에 진정성을 느끼기는 힘들었을 것 같다. 그가 프랑스 사람들로 하여금 죽여야 할 존재로 전락하는 과정과 죽음 앞에서조차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이방인의 의미가 강하게 다가왔다.


 만약 내가 뫼르소의 재판에 배심원으로 참석했다면 어떤 판결을 요구했을지 생각해보았다. 난 뫼르소처럼 살아가지 못했을 것이고 그를 이해하는 것 또한 어려웠을 것 같다. 지금은 내가 배심원과 법관들을 비이성적이라 느끼지만 나도 그 자리에선 그가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형을 요구했을지도 모른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인간의 삶을 통제하는 상상의 질서가 있음을 이야기했다. 나도 그동안 의식하지 못했던 이 상상의 질서에 순응하면서 살아왔다. 그리고 그 질서에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어색함을 느꼈다. 그 질서가 나의 욕망이라고 착각하거나 그것이 옳은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랬던 것도 있지만 이 질서에서 벗어났을 때 느끼게 될 두려움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러한 질서가 존재한다고 해도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러한 질서에서 벗어나 이방인이 되는 순간이 있을 수 있다. 그럴 때 그 사람에게 맹목적으로 돌을 던지지 않기 위해서는 그동안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에도 한 번 더 질문을 던져보고 자신만의 대답을 해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들을 다른 구성원들과 자유롭게 나누며 좀 더 다양한 질서가 만들어질 수 있는 사회가 오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