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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사용법

지은이
조르주 페렉
출판사
문학동네
페이지수
744
대상
일반

<<책 소개>>

'조르주 페렉 선집' 2. 조르주 페렉의 모든 문학적 실험과 작가적 소명의식이 녹아 있는 명실상부한 조르주 페렉의 대표작이다. 죽기 약 4년 전인 1978, 마흔둘의 나이에 이 작품을 완성해 그해 메디치 상을 수상한다. 문학계 평단에서는 정교한 구조와 다양한 규칙 속에서 이룩한 이 수학적 퍼즐과도 같은 놀라운 소설에 눈부신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조르주 페렉이 글재주를 넘어 인간을 깊이 이해하는 작가, 인간을 품을 수 있는 대작가로 인정받게 된 것은 이 소설을 통해서였다. 그는 이 방대한 분량의 작품에서 비로소 인간을 포용하는 따듯한 시선으로 자신의 삶과 마주할 수 있었고, 그만의 개성적인 문체미학을 구축할 수 있었다.

소설의 무대는 가상공간으로, 파리 17구 시몽크뤼벨리에 거리의 한 아파트다. 99개의 장별 제목은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인물이거나 그 인물이 사는 공간이다. 이 건물 거주자들 각각이 끌어들이는 100년 전 먼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는 사연들과 국가와 대륙을 달리하는 수없는 장소들이 서로 조합되면서, 이 건물 자체가 개개인의 인생과 세계의 거대한 사건을 보여주는 일종의 축소 모형이 된다.

조르주 페렉은 이러한 축소 모형속에 사는 사람들을 순차적으로 서술하지 않고 독특한 규칙(체스의 행마법)에 따라 서술해감으로써 정형화된 장르적 양식을 탈피해 이 소설의 배경 자체가 일종의 거대한 퍼즐이 되는 묘를 발휘한다.

<<목차>>

조르주 페렉 선집을 펴내며 _5

머리말 19

1

1·계단 1

2·보몽 1

3·4층 오른쪽 아파트 1

4·마르키조 1

5·풀로 1

6·브레델(다락방 1)

7·모렐레(다락방 2)

8·윙클레 1

9·니에토와 로헤르스(다락방 3)

10·제인 서턴(다락방 4)

11·위팅 1

12·레올 1

13·로르샤슈 1

14·댕트빌 1

15·스모프(다락방 5)

<<출판사 서평>>

20세기 후반 프랑스 현대문학 실험의 결산이자 페렉 문학의 정수

인생사용법은 조르주 페렉의 모든 문학적 실험과 작가적 소명의식이 녹아 있는 명실상부한 그의 대표작이다. 죽기 약 4년 전인 1978, 마흔둘의 나이에 이 작품을 완성해 그해 메디치 상을 수상한다. 문학계 평단에서는 정교한 구조와 다양한 규칙 속에서 이룩한 이 수학적 퍼즐과도 같은 놀라운 소설에 눈부신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르노도 상을 받은 첫 소설 사물들(1965)이 있기 전까지, 갈리마르 등 유명 출판사로부터 몇 번이고 원고 출간을 거절당했던 습작 시절이 그에게도 있었다. 아우슈비츠의 홀로코스트 희생자였던 부모들이 떠나고 혼자 남은 세계, 고아이자 유대인으로 살아야 했던 현실 세계의 잔혹함과 이데올로기의 허상으로부터 그의 결핍과 생존을 떠안아줄 집념의 세계는 오직 문학적 유희뿐이었다. 1967년 실험문학그룹 울리포Oulippo에 가입하면서 그의 문학은 더욱 활력을 띤다. 양식화된 글쓰기에서 탈피해 온갖 언어적 유희, 형식적 실험을 실천하여 그 재능을 인정받는다. 그러나 글재주를 넘어 인간을 깊이 이해하는 작가, 인간을 품을 수 있는 대작가로 인정받게 된 것은 이 소설을 통해서였다. 그는 이 방대한 분량의 작품에서 비로소 인간을 포용하는 따듯한 시선으로 자신의 삶과 마주할 수 있었고, 그만의 개성적인 문체미학을 구축할 수 있었다. 페렉은 일상적인 사물들에 대한 치밀한 묘사와 독자가 눈치 챌 수 없게 기존 작품들의 구절을 곳곳에 배치하는 인용의 글쓰기라는 수법으로, 있는 그대로의 현실로부터 인간적 관계와 사회적 상황의 폭넓은 성찰로 그 범위를 확장시킨다. 이런 방법으로 페렉 자신이 말한 일상의 사회학을 구현하는 것이다.

 

퍼즐이 지니는 외적인 특정들에도 불구하고 퍼즐은 혼자 하는 놀이가 아니다. 퍼즐을 맞추는 이가 수행하는 각각의 행위는 퍼즐을 제작한 이가 이미 행한 행위다. 그가 몇 번이고 손에 쥐어보면서 검토하고 어루만지는 각각의 조각, 그가 시험하고 또 시험하는 각각의 조합, 각각의 모색, 각각의 직관, 각각의 희망, 각각의 절망은 타인에 의해 이미 결정되고 계산되고 연구되었던 것들이다.

―「머리말부분(본문 22).

시몽크뤼벨리에 거리의 한 아파트가 세계의 축소판이 되다
인생사용법의 무대는 가상공간으로, 파리 17구 시몽크뤼벨리에 거리의 한 아파트다. 지하 2, 지상 8층의 이 건물에서 펼쳐지는 시간은 소설의 맨 마지막에서 1975623일 저녁 8시경의 찰나로 모두 수렴된다. 즉 이 소설의 은유적 배경 이야기의 주인공인 부유한 영국인 바틀부스의 사망 시각이다. 그는 젊은 시절 이 건물에 사는 수채화가 발렌으로부터 10년간 그림을 배워 20년 동안 세계 곳곳을 떠돌며 500개의 항구를 수채화로 그린다. 이 그림을 퍼즐제작자 윙클레에게 건네 그림 퍼즐을 만들게 하여 20년간 방에 틀어박혀 퍼즐 맞추기'에 골몰하다 끝내 숨지는 인물이다. 그러나 '소설들'이라는 부제가 보여주듯이, 이 건물 안 각각의 인물과 사물이 시공간을 달리하며 빚어내는 깨알 같은 소소한 이야기들, 인생의 묘미를 느끼게 해주는 이 이야기들이야말로, 페렉의 문학적 허구가 선사하는 가장 찬란한 요소이다. 그래서 99개의 장별 제목은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인물이거나 그 인물이 사는 공간이다. 이 건물 거주자들 각각이 끌어들이는 100년 전 먼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는 사연들과 국가와 대륙을 달리하는 수없는 장소들이 서로 조합되면서, 이 건물 자체가 개개인의 인생과 세계의 거대한 사건을 보여주는 일종의 축소 모형이 된다. 페렉은 이러한 축소 모형속에 사는 사람들을 순차적으로 서술하지 않고 독특한 규칙(체스의 행마법)에 따라 서술해감으로써 정형화된 장르적 양식을 탈피해 이 소설의 배경 자체가 일종의 거대한 퍼즐이 되는 묘를 발휘한다.

페렉이 전해주는 각각의 사연을 담은 이야기들은 책 말미의 부록에 실려 있다. 다시 말해, 99개의 장에 107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 이 소설이다. ‘공중그네에서 내려오기를 거부했던 곡예사 이야기' '단어들을 말소했던 남자 이야기' '마구상과 그의 여동생, 그리고 매제의 이야기' '83번이나 악마를 나타나게 했던 여인 이야기' '좋아하는 놀이를 빼앗긴 햄스터 이야기' '히틀러의 생존 가능성에 관한 증거를 모았던 창고 계장 이야기' 등으로 이어지는 각각의 사연들과 사람들. 이 낱낱은 전체를 구성하는 부분이 아닌 온전한 유기체적 구조로 되살아나면서 단 하나뿐인 유일무이한 생 그 자체가 된다. 즉 개별 이야기들은 독립된 이야기로 존재하는 동시에 이 아파트 내의 공동 영역에서 얽히고설킨 관계적 지리를 드러내면서, 공동의 삶과 개인의 삶 사이를 넘나들며 다양한 방식으로 연대하는 관계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부분의 총합이 전체를 구성하는 퍼즐 자체의 속성을 벗어나 인생이 던지는 신비의 질문으로 확장된다. 결국 바틀부스는 그토록 매달렸던 퍼즐을 완성하지 못한 채 수수께끼와도 같은 결과의 퍼즐판을 남긴 채 이미 자신이 예비해놓은 함정과 더불어 죽음의 미명 속으로, 인생의 신비 속으로 사라진다.

<제공-알라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