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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괭이 씨가 받은 유산

지은이
조장희
출판사
중앙M&B
페이지수
196
대상
미요'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고양이답게 키워지지 못하고 미장원엘 다니면서 치장만 하고 그야말로 우아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다른 삶 속에 뛰어들게 되면서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결국은 마지막 주인인 할머니에게 유산까지 받게 되고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해 준 그 할머니의 무덤 앞에서 자기의 새끼들과 즐겁게 살아간다. 그 할머니는 친자식들이 있었으나, 털보라는 양아들과 살았었다. 진짜 자식들과 양아들 털보와 무덤을 지키기라도 하는 듯 그 앞에서 놀고 있는 '미요' 가족들의 모습은 참다운 사람의 관계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해 준다. 미디어 서평 인간과 애완동물 교감 통해 `남을 존경하는 마음` 가르쳐 아동문학은 근본적으로 미숙한 존재인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만큼 교훈성이라는, 자칫 작품의 질적인 저하를 가져올 우려가 있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주인공이 다양한 모험을 통해서 자기성숙을 이룩하고 세상이해의 폭을 넓힌다는 식의 전개는 옛이야기에서부터 현대 창작에 이르기까지 가장 무난하게 그 과제를 실천하는 형식이다. ‘괭이씨가 받은 유산’(1995년 간)도 그런 점에서 보편적인 작품이다. 그러나 흔히 동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들이 그 야생의 삶을 통해 인간과 동물의 대립을 보여주는 반면, 동물 중에서도 애완동물 이야기를 통해서 인간과 동물이 친구사이가 되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개성적이다. 이 작품은 주인 아줌마의 사랑 외에는 아무 것도 모르는 ‘행복한 미요’가 도둑고양이들에게 ‘너의 두목은 바로 너다!’라고 외칠 수 있는 고양이다운 고양이로 거듭 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요의 이런 변신은 자신을 ‘친구’로 대해주고 유산까지 남기는 생선가게 할머니 덕분에 가능하다. 무소유와 베품의 미덕을 몸으로 실천하는 불교적인 세계관을 가진 할머니는 미요에게 그리고 독자들에게 여운과도 같은 형태의 가르침을 남긴다. 그런 생선가게 할머니에 비하면 동물학대에 대한 털보 아저씨의 설교, 그리고 청어 열마리를 사러 와서 한사코 ‘비웃 한뭇’을 고집하는 ‘훈장질하던’ 할머니의 우리말 사랑에 대한 잔소리, 서양흉내 운운하면서 애완견들을 업신여기는 진돌이의 말은 날 것으로 드러나는 가르침으로 독자를 식상하게 한다. 인간의 자연정복은 수많은 문제를 낳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되어 버렸다. 싫건 좋건 우리는 그 속에서 살고 있다. 이제, 시멘트를 부정하고 흙을 예찬하는 것만으로는 아이들을 비인간화된 환경으로부터 구출할 수 없다. 동물들도 그렇다. 개나 고양이가 원래는 야생동물이었다 할지라도 이제는 사람과 함께 사는 집짐승이 되어 있다. 미요처럼 자신을 잊게 만들어 버리거나, 재롱이나 아양이 처럼 ‘수치스럽’거나 ‘끔찍한’ 수술을 시키는 것은 잔인한 일이지만 숲으로 돌려보내는 것도 그들을 사랑하는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 아이들은 너나없이 동물을 사랑한다. 그러나 그 사랑은 몹시 자기중심적이다. 그 아이들에게 가르칠 것은 타자존중이다. 그리고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사랑보다 더 베풀어야 할 것도 바로 존중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애완용’이 아니므로. <조선일보 어린이책 00/12/16 최윤정(아동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