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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나와 조금 다를뿐이야

지은이
이금이
출판사
푸른책들
페이지수
179
대상
우리는 모두 다 조금씩 다르다. 이름, 얼굴, 성격,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지 않고 나와 다르면 이상하고 우리들과 다르면 따돌리고 놀리는 '왕따 현상'에까지 이르게 되는 우리 사회의 풍조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정서 장애라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수아를 중심으로 가족과 친구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미디어 서평 요즈음의 우리나라 어린이 문학작품의 제목들은 이상하게도 설명적이다. 책을 골라주는 어른들이 표지만 보고도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있어야 한다는 지나치게 친절한 의도때문일까? 그렇게 해서 잃는 것이 있어 보인다. 설명식 제목은, 제목과 내용의 관계에서 기대되는 시적인 입체성을 포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정서장애라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친구와 사랑을 나누는 두 아이의 이야기」라는 부제와 『나와 조금 다를 뿐이야』(2000년 간)라는 제목에서, 장애아를 감싸야 한다는 흔한 모럴이 읽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몇 페이지만 읽어 나가면 독자는 그런 편견을 까맣게 잊고 작품 속에 빠져들게 된다. 제목과 달리, 작품 속에는 ‘정서장애’라는 용어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영무가 이름 붙인 ‘맘대로 병’이 나올 뿐이다. 한 학년에 한 반 뿐인 은천 초등학교에 다니는 단조로운 영무의 삶이 드라마틱해지는 것은 동갑내기 고종사촌인 수아가 전학오면서 부터이다. 선생님이 데리고 들어설 때부터 ‘우와! 예쁘다’라는 탄식이 터져나오도록 눈부시고 깜찍한 수아가 바로 ‘맘대로 병’의 주인공이다. 수아를 고단하고 지난했던 가족사의 희생물로 받아들이며 불쌍해 하거나 귀찮아 하거나 부끄럽게 여기는 것은 매양 어른들이다. 아이들에게 수아는 뭐든지 ‘맘대로’해서 사람을 웃기는 아이이며, 도대체 야단도 안맞는 얄밉기도 한 아이이다. 언제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골치덩어리 수아를 ‘잘 돌보아 주어야 한다’는 임무를 떠맡고서 정작 복잡해진 것은 영무의 인생이다. 수아 때문에 밤낮 야단을 맞는 영무는 어른들처럼 수아를 동정하기는 커녕 골탕먹이기도 하고 이용하기도 한다. 이 작품이 상큼하게 다가오는 것은 마지막에 선생님이 얘기하듯 아이들은 ‘다 조금씩 다르다’는,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깨달음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수아가 영무의 삶 속으로 성큼 들어왔던 시간들, 그 시간들이 영무의 삶에 빛과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독자들의 눈에 또렷하게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수아의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영무의 이야기, 혹은 모든 아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감상으로 축축 처지지 않는 아이의 눈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서술 덕분이다. 도식적인 제목에도 불구하고 아이든 어른이든 이 작품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도 역시 그 때문일 것이다. <조선일보 책마을 01/1/27 최윤정 (아동문학평론가)> 정서장애아와 더불어 살아가기 아이들은 투명하다. 가르치는 대로 꽃이 되고 나무가 되고 빗방울이 된다. 굳은 살 박이지 않은 생각에 어떤 사람이 되라고 가르쳐야 할까. 위인전만 읽히면 될까. ‘나와 조금 다를 뿐이야’(푸른 책들)는 정서장애아 수아의 이야기다. 타인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위인전엔 나오지 않는 이야기다. 탤런트처럼 예쁜 수아가 서울에서 전학온 날 “쟤가 내 고종사촌이야” 으쓱했던 영무. 자진해서 짝꿍이 되고 보니 후회막심이다. 정서장애아 수아는 수업시간에 맘대로 돌아다니다 불쑥 “오늘 급식반찬은 두부하고 장조림이래요” 자랑스럽게 알려주는가 하면 애국조회 시간엔 그늘이 있는 단상에 올라가 교장선생님 옆에 앉기 일쑤다. 점점 더 짜증이 나는 영무. 친구를 시켜 수아를 괴롭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수아의 장점들을 발견하게 된다. 동시도 많이 외우고, 한번 본 흥부놀부전도 그대로 따라하고 춤도 잘추는…. 수아가 다시 전학간 뒤 선생님은 말한다. “그래, 수아는 어디가 모자라거나 문제가 있는 게 아니었구나. 단지 조금 다를 뿐이지”. 성인군자 같은 어른들이 없는 것도 좋다. 귀찮아지자 수아를 방관하는 선생님, 온전치 않은 손녀를 부끄러워 하는 할아버지는 우리의 모습이다. 오늘은 장애인의 날이다. <경향신문 00/4/20 송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