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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할아버지 아주 어렸을 적에

지은이
김창원
출판사
진선
페이지수
94
대상
평양에서 태어나신 김창원 할아버지의 실제 이야기이다. 연필로 그린 그림같은 삽화가 옛사람, 옛 물건에 대한 그리움을 마음속에 품게 한다. 요즈음 어린이들에게는 생소한 물건과 풍습이지만 그런 낯설음이 오히려 흥미를 자극하는 책이다. 김창원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따라가면 은연중에 할아버지의 부모님의 사랑이 잔잔히 젖어 온다. 미디어 서평 힘들고 푸근했던 옛날이야기 '할아버지 어렸을 적에' 모닥불에 불똥 튀는 소리, 사랑방 창호지에 눈송이 스치는 소리, 고드름 똑똑 물 떨어지는 소리, 누에 뽕 이파리 쏴~ 하고 갉아 먹는 소리, 퇴비 구덩이 인분 냄새, 온돌 바닥 썩어가는 눅눅한 냄새, 목욕탕에서 때 문지르는 자갈돌의 쓰라린 감촉…. 요새 어린이들은 이런 것을 잘 모를 것이다. 하지만, 전에는 흔히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었던 것들이다. 올해 72세인 김창원 할아버지가 ‘할아버지 아주 어렸을 적엔…’하고 옛날 이야기를 들려준다. 해방되기 전인 지금부터 60~70년 전 얘기다. 그때는 어떻게 살았을까. 아이들은 무얼 하고 놀았을까. 모두 가난했다. 없는 것, 불편한 것이 수두룩했다. 목욕을 자주 못해 옷 솔기를 털면 이가 후두둑 떨어지고, 전깃불이 잘 안 들어와 촛불 켜고 숙제하던 시절이다. 학교에서는 회충약 먹는 날이 있었다. 똥오줌 거름으로 농사를 짓던 때라 전국민의 70%가 기생충이 있었다. 그놈의 회충약이 얼마나 메스꺼운지, 먹느라 혼났다. 서울로 수학여행 와서 그때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건물이었던 4층 짜리 화신백화점을 구경한 일, 먼 데 있으면서 비싼 기찻삯 때문에 식구들 보러 못오던 아버지를 여덟 살에야 처음 만난 일, 대동강의 작은 섬에 놀러가서 솥 걸고 닭 잡아 닭곰탕 끓여먹던 일, 같이 왕잠자리 잡고 놀던 친구 이야기…. 할아버지는 옛날 이야기를 구수하게 술술 풀어놨다. 없는 게 없이 편리한 세상에서 컴퓨터와 TV에 묻혀 사는 요즘 아이들에게, 이 책은 고달프고 힘들었지만 푸근했던 옛날을 들려준다. <한국일보 00/3/14 오미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