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선택 > 권장도서 > 초등3~4

권장도서

세상이 생겨난 이야기

지은이
김장성
출판사
사계절
페이지수
112
대상
아무것도 없는 이 세상에 하늘과 땅과 해와 달이 생겨난 이야기, '미륵님이 만든 세상', '거인설화', '큰 사람 장길손' 등 다섯 편이 실린 책이다. 친근한 어투로 저학년 어린이들이 우리의 창세 신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돼 있다. 미디어 서평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 `말의 시대'에서 이제 `글의 시대' 문턱을 넘어서는 초등학교 1~3학년 어린이들의 인식 세계는 신화 시대와 같다. 신화는 바로 인류가 `말의 시대'에서 `글의 시대'로 넘어가면서 남겨놓은 인식의 세계가 아닌가? 그래서 아직은 모든 사물을 과학적 인식보다는 신화적 인식으로 파악하기 좋아하는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한테 해와 달의 운행을 과학 지식으로 가르치는 게 아쉽다. 이렇듯 사물에 대한 과학적 인식은 4학년부터 가르치는 게 나을 것 같고, 저학년 때는 풍부한 상상력을 촉발시킬 수 있는 신화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주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신화는 창조 신화와 건국 신화가 있는데, 근대에 들어와 창조 신화보다 건국 신화가 우세했었다. 그러나 최근에 사계절, 한겨레 등에서 무속이나 민담에서 뽑아낸 창조 신화를 새롭게 쓴 좋은 창조 신화가 속속 출판되고 있어 반갑다. 도대체 이 세상은 어떻게 창조되었을까? 근대 이후로 기독교 창조 신화, 그리스-로마 창조 신화, 중국 창조 신화에 익숙해진 우리 겨레한테 바로 우리 겨레의 창조 신화가 새 옷을 입고 힘차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어린이들 상상의 세계, 신화적 인식의 세계로 걸어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세상이 생겨난 이야기'는 이렇게 우리 겨레의 창조 신화를 새롭게 되살려낸 여러 책 가운데 하나다. 창조 신화도 잘 선택하였고, 글 구성과 문장이 저학년 어린이가 흥미롭게 읽기 좋다. 더욱 민화의 선과 색을 되살려낸 삽화들이 시원하고 아름답다. 아름답고 힘찬 수탉과 용, 친근감이 드는 거인 장길손, 마음을 한껏 넓혀주는 설문대 할망은 푸근한 웃음이 감돌기에 넉넉하다. 책을 읽고, 미륵님은 사람을 금쟁반과 은쟁반, 하늘 벌레로 만들었지? 내가 미륵님이라면 사람을 이렇게 만들었을텐데. 네가 미륵님이라면 사람을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고 싶니? 또는 대별왕과 소별왕처럼 수수께기 내기를 하거나 설문대 할망처럼 `내 섬 만들기'를 해볼 수 있겠다.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 머리 속에서 펼쳐지는 꿈의 세계, 신화의 세계를 엿볼 수 있지 않을까? <한겨레신문 00/09/30 이주영(서울 삼전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