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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아빠가 내게 남긴 것

지은이
미라 로베 글/수지 바이겔 그림
출판사
중앙출판사
페이지수
224
대상
초등 3
항상 할머니가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소년에게 어느 날 상상 속의 할머니가 나타난다. 그 사과나무 할머니는 소년과 유원지도 가고, 해적이 되어 신나는 모험을 즐긴다. 또 이웃에 이사온 외롭고 몸이 불편한 할머니와 소년을 따뜻하게 이어준다. 환상과 현실이 잘 어우러져 상쾌하면서도 따뜻함을 주는 동화이다. 미디어 서평 아빠의 죽음이 몰고온 복잡한 감정의 변화들 송곳같은 눈길로 그려 우리의 일상적 자아가 그것을 의식하는가 하지 않는가와는 관계없이 삶은 죽음과 연관되어 있다. 이 점은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아니, 죽음은 의외로 아이들에게 가깝다.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죽음을 경험하는가. 부모나 형제의 죽음과 같은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조부모 심지어 애완동물의 죽음을 대개의 아이들은 겪으면서 자란다. 이제, 아동문학도 죽음이라는 주제를 애써 피해가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런 점에서 서구의 문학은 우리보다 앞서있다. 그런데 그들이 죽음을 다루는 방식은 거의 공식화되어 있다. 죽은 사람(동물)은 우리 곁을 떠나지만 그와 함께 했던 시간들은 남아있으며 따라서 그는 우리 안에 영원히 살아있는 것이라는, 그러니까 죽음은 슬프지만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된다는 식의 정리가 그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아빠가 내게 남긴 것』(2000년 간)이라는 작품은 한 사내아이가 어느날 갑자기 암선고를 받은 아빠에게 서서히 다가오던 죽음을 치러내고 받아들이면서 자기 안에 힘겹게 쌓여가는 말들을 ‘털어놓’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죽음이라는 것, 끝이라는 것, 사라진다는 것에 대해서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 까불이’에게 찾아온 아빠의 죽음은 단일한 검정색이 아니다. 장례식에 찾아온 사람들, 위로편지를 보내준 반 아이들과 학교 선생님들에게 까불이 아빠의 죽음은 어떻게 위로해야 좋을 지 모르는 슬픔일 뿐, 그들에게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슬픔. 아빠를 잃은 아이가 어찌 슬프지 않을 수 있으랴. 그러나 아이의 감정은 슬픔이라는 한 가지 이름으로 부르기엔 너무나 복잡하다. 남들 다 있는 아빠가 없어서 억울하기도 하고, ‘가슴 깊은 곳에서 편안함이 밀려오’던 아빠의 가슴에 안길 수 없어서 허전하기도 하며, 꼭 필요할 때 없는 아빠한테 화가 나기도 한다. 아빠에 관한 이야기를 입에 올리면 남들이 불편해 할까 봐 신경이 쓰이고, 남들 앞에서 울어도 되는지 아닌지 몰라서 불안하며, 옷장 속에서 발견된 아빠의 스웨터 한 장에 울음이 복받치기도 하고, 아빠의 모습이나 목소리가 기억나지 않을 때는 두렵기도 하다. 그렇게, 남은자(아이)는 떠난자(아빠)의 죽음을 살아낸다. 아니, 삶도 죽음도 그렇게 기억과 망각으로 아이 혹은 어른인 우리를 관통하면서 흘러가고 또 되돌아 온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들 모두에게 언제나 처음이고 유일한 체험이다. <조선일보 책마을 01/02/03 최윤정 (아동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