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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언청이 순이

지은이
서정오
출판사
지식산업사
페이지수
253
대상
초등 5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을 통해 참되게 살아가는 여러 모습들을 우리 정서에 맞는 모습으로 그려낸 단편 모음이다. 혼자보다는 여러 사람이 힘을 모을 때 어려움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들의 따뜻한 마음은 굳은 땅을 녹이는 강한 힘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미디어 서평 깔끔한 우리말로 옛이야기 입말 생생하게 살려내 서정오는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인 이야기꾼이다. 아마 '옛이야기 보따리' 시리즈로 이 작가를 기억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옛이야기를 다시 쓴 작가는 많다. 그러나 그 구수한 입말을 서정오만큼 생생하게 글로써 살려낼 줄 아는 작가는 별로 없다. 공짜가 어디 있나. 서정오의 우리말 공부가 남달랐다는 사실을 놓쳐선 안된다. 원형에 가깝게 보존된 옛이야기에는 깨끗한 우리말이 그 정신과 함께 살아 있다. 서정오의 작품을 하나로 꿰뚫는, 백성을 알맹이로 여기는 귀한 마음이 거기에서 비롯됐다. 동화는 말 그대로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다. 마땅히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들려줄까 하는 점에 고민이 놓인다. 흔히 아동문학도 문학이라는 말이 강조되곤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 당연한 명제가 왜 거듭 강조되고 있을까? 이야기를 우습게 안다는 점, 그리고 아이들을 낮추어보는 생각이 아직도 강하고 질기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시나 동화의 아이 '동' 자는 걸핏하면 문학의 감옥으로 작용하고 있다. 작가의식이 투철하지 못하면 스스로의 주문(呪文) 으로 관념의 화원을 만들어 놓고 자기도취에 빠지기가 그만큼 쉬운 게 바로 아동문학이다. 서정오의 작품집 『언청이 순이』(지식산업사, 1995) 에는 옛이야기에서 씨앗을 가져와 오늘의 현실을 신랄하게 풍자한 것들이 많다. 예컨대 「대장장이 쇠복이」는 재물에 눈이 흐려져 멋모르고 쟁기를 녹여 칼을 만들던 대장장이가 전쟁의 참상을 겪은 뒤로 백성의 편에 서게 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 세상 최고의 대장장이 쇠복이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쇠붙이 연장을 대장간에서 만들 때의 이야기이지만, 지금도 이 땅 어느 곳에선가 일어나고 있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 이와 같은 현대판 우화로, 못된 지도자와 바른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을 맞서게 하고 백성의 편에서 하늘의 선물을 내려주는 이야기인 「은꽃, 눈꽃」도 재미있다. 한편 학년이 올라갈수록 아이들은 자기가 발 딛고 사는 세상을 바라보는 좀더 사실적인 눈을 키워가게 된다. 이에 걸맞은 소설 풍의 긴 이야기 가운데 「언청이 순이」는 동족상잔의 가슴아픈 후유증을 아이들의 순정한 마음으로 녹여내는 따뜻한 감동의 드라마다. 아동문학이라고 해서 역사현실로부터 차단돼야 한다고 믿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어리석은 일이다. <중앙일보 행복한 책읽기 01/05/19 원종찬 (아동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