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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괴상한 녀석

지은이
남찬숙 글/한선금 그림
출판사
창작과비평사
페이지수
175
대상
초등 5
엄마의 행동이 모순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엄마의 말을 따르고, 어른이 보기에 착한 ‘찬이’와 진짜 착하고 괴상한 ‘석이’의 우정이 중심 줄거리다. 아이들의 심리가 잘 보이고, 실제로도 문제가 되고 있는 교육 현실을 아이의 눈으로 비판하고 있다. 미디어 서평 어른 빗나간 교육열에 다치고 고민하는 동심 복잡한 내면묘사 탁월 “책에 그렇게 좀 빠져봤으면 오죽이나 좋겠노.” 컴퓨터 오락에만 매달리는 자녀를 보고 요즘 어른들이 한번씩 토해봄직한 말이다. 공부를 강요받을수록 오락에 대한 욕구 또한 거세어진다. 강요된 공부는 마음을 꽁꽁 붙들어매야 하는 재미없고 힘든 노동이 아니랴. 그러나 동화책은 다르다. 동화의 ‘재미’는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의 다른 표현이다. 주인공의 속내와 더불어 시시각각 변하는 숨소리의 무늬까지도 닿을 것 같은 생생한 체험공간―거기 내가 엿보고 싶은 또 하나의 소우주가 펼쳐진다. 서투른 동화작가들은 ‘어린이’를 단색의 이미지로 색칠하기 좋아한다. 이들 뻔한 작품에 물린 고학년 아이들이 몹시 반가워할 장편이 하나 나왔는데,‘괴상한 녀석이 앞집에 이사왔다’는 에피소드로 시작해서 ‘녀석이 날 울렸다’는 에피소드로 끝나는 『괴상한 녀석』(남찬숙 지음, 한선금 그림, 창작과비평사) 이 그것이다. 이 작품에는 어른의 체면 때문에 멋대로 부풀려지고 쪼그라든 아이들과,‘너를 위해서’라는 구실로 자녀의 사생활을 남김없이 저당잡아 두려는 어른들이 나온다. 예컨대 주인공 소년의 엄마는 천재라고 소문난 앞집 아이와 친하게 지낼 것을 종용하더니 나중에 부진아임이 밝혀지자 만나지도 못하게 막아선다. 이렇게 어른의 허위의식을 훤히 드러내어 한방 먹이는 데서 오는 통쾌함에 초점을 두었다면 이 작품은 대리만족을 주는 쪽으로 나아갔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가족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어른들의 비뚤어진 교육열이 아이들의 사회생활을 어떻게 일그러뜨리고 있는지에 대해 아이들 나름의 자각을 이끌어낸다. 지금은 비록 약자지만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은밀한 공모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현실은 컴퓨터 오락 게임이 아니다. 자기 일상을 되새김질하게 만드는 이 작품은, 흑백논리에 따라 단죄의 칼을 들이미는 안이함과 거리가 멀다. 부당한 세계에 둘러싸인 친구를 바라보는 주인공 소년의 내면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자기 역시 가해자라는 자의식과 함께 어찌할 수 없는 소심함·영악함·비겁함·부끄러움 등 온갖 현실의 감정이 꼬리를 문다. 작품 읽기는 이런 살아있는 긴장감으로 하여 성숙을 수반한 내면의 여행이 되는 것이다. 때로 가슴 조이는 통증을 느끼게 되더라도 문학의 감동을 오락의 재미와 바꾸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앙일보 행복한 책읽기 01/02/24 원종찬 (아동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