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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끝없는 이야기(1,2)

지은이
미카엘 엔데/차경아 역
출판사
문예출판사
페이지수
대상
10살짤리 외롭고 못난 소년 바스티안. 자신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참 뜻을 알기까지 소년이 겪는 헤아릴 수 없는 아슬아슬한 모험. 기쁨과 환멸이 제목과 같이 '끝없는 이야기'속에 펼쳐져 있다. 미디어 서평 지금 삼십대 부근을 통과하고 있는 이들의 추억 한쪽에는 「모모」라는 아이의 이름이 오롯이 들어앉아 있을 것이다. 중학교를 다닐 무렵 나는 배가 고프면 곧잘 라면을 끓여 먹던 쓸쓸한 자취생이었는데 퉁퉁 불은 라면이 담긴 냄비를 앞에 두고 「모모」의 이름 위에 내 외로움을 겹쳐 보면서 그 강박한 시절을 견뎌야 한다고 마음 속으로 다짐했던 기억이 난다. 「모모」가 심어준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는 그 당시로서는 막연했지만 내가 은근히 기대고 싶은 따뜻한 언덕 같은 것이기도 하였다.그런데 「모모」를 잊어 버린채 나는 이십여년을 훌쩍 건너뛰듯이 살아버렸고 작년에 미카엘 엔데의 죽음을 알리는 신문 기사를보고서야 그가 옛날에 감동의 빗줄기를 데리고 와 나의 어린 날을 적시던 작가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그리고 그의 역작 <끝없는 이야기>가 오래전에 우리나라에 번역돼 나와 있었다는 것도. 올봄에 다시 나온 <끝없는 이야기> 개역판을 읽으면서 나는 무척이나 행복했다. 이 책은 현실세계와 환상세계라는 두개의 공간적 배경을 가지고있다. 현실 속에서 어머니가 없는 주인공 바스티안은 아버지의무관심 속에서 친구와 학교로부터도 따돌림받는 소심한 소년이다. 이런 현실적 결핍은 우연한 기회에 바스티안에게 환상적 세계와의 만남이라는 보상을 제공하게 되고 그는 환상계로 들어가 현실에서 누리지 못했던 안락과 명예와 지혜를 마음껏 향유하게 된 다. 그렇게 될 수 있는 까닭은 「네 뜻하는 바를 행하라」는 부적을 몸에 지녔기 때문이다. 이 부적의 전언은 얼핏 보면 개인의 자유의지에 대한 강조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다. 소망을 하나씩 이룰수록 인간 세계의 기억을 하나씩 상실하게되고 나아가 이기적인 인간으로 변하고 마는 주인공을 통해 작가는 「참된 뜻」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도록 만든다. 그것은 「자기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라는 뜻이 아니고 자기 스스로를 바꾸는 일」이라는 말 속에 요약되어 있다. 즉 무한대의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현대인에게 헛된 환상은 인간뿐만아니라이 세상까지도 파멸시킨다는 경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아마도 작가 미카엘 엔데는 생전에 동양적 사유 세계에 상당한 관심을 가졌던 것처럼 보인다. 작가는 등장 인물의 입을 빌려 곳곳에서 그의 폭넓고 깊은 정신의 면모를 드러낸다. 열쇠 없는 문을 열려면 모든 의도를 잊어버리고 아무것도 원치 않아야 한다고 말할 때, 슬픔과 기쁨같은 극과 극이 사실은 한몸에 존재한다고 말할 때, 또 아름다움이 끔찍할 수도 있다고 말할 때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현실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이에게는 환상의 세계가 있음을 끝없이 이야기하고 환상의 미몽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이에게는 우리가 뿌리내려야 할 곳이 결국은 현실이라고 끝없이 이야기하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아름다움이란 현실과 환상의 끝없는 긴장 속에서 나온다는 것을 암시한다.<동아일보 96/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