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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땐 이런 책

* 푸른 바다, 하얀 돛, 기다림 - 청포도

청포도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절이주절이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먹으면,
두 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 출처 : 『육사시집(陸史詩集)』, 서울출판사, 1946

* 이육사(1905~1944): 경북 안동 출생, 시집 『육사시집』

* 도움말
이 시는 1939년 『문장』지에 발표된 이육사의 대표적 서정시로서, 독립 투사로서의 이육사의 조국애가 예술의 차원으로 승화되어 잘 나타나 있다. 이 시에 나타난 ‘청포도→하늘→바다→청포→포도’로 이어지는 푸른색과 ‘은쟁반, 모시수건’으로 이어지는 흰색의 시각적 심상은 ‘그리움과 기다림’ 그리고 ‘희망의 세계’를 암시하고 있다. ‘민족의 해방이나 조국 광복에의 염원과 기대’를 서정성 짙게 표현하고 있다.

* 관련 내용
첫새벽에 길어 온 맑고 정한 우물물, 정안수라고도 한다. 그러나 ‘정화수 떠놓고 빈다’는 말이 일러두고 있듯이 화학적인 맑음보다는 신앙적인 맑음과 정갈함을 더 강하게 함축하고 있다. 정화수는 신령에게 빌 때, 신령에게 바치는 제수 또는 공물이라는 의미를 가지게 된다. 가장 간소하나 가장 정갈한 제수로서, 신령에게 비는 사람이 지닌 치성의 극을 상징하게 된다. 이때 새벽의 맑음과 짝지어진 정화수의 맑음에 비는 사람의 치성의 맑음이 투영되는 것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부정과 대극이 되는 정함이나 맑음은 우리 나라 사람의 전통 신앙에서 매우 큰 뜻과 구실을 지니고 있었다. ‘맑은 마음과 몸으로 정성 들여 빈다’고 하는 흔한 말에서, 맑음과 정성을 믿음의 마음의 두 기둥이라고 말할만한 근거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관련 어록 및 어휘
사랑이란 우리들의 혼의 가장 순수한 부분이 미지의 것을 향하여 갖는 성스러운 그리움이다.《상드》


우리들이 쫓겨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낙원은 그리움이다.《장 파울》


다시 기다림으로 지새는 이 생활, 나는 저녁 식사를 기다리고 잠자기를 기다린다. 막연히 희망을 안고 깨어날 때를 생각해 본다.무엇에 대한 희망인가 모르겠다. 아침 잠에서 깨어나면 또 점심 식사를 기다린다.《카뮈》

* 생각 거리
1.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누군가를, 무엇을 기다려 본 적이 있는가?
2. 기다리던 그 사람, 또는 그것을 위해 자신은 무엇을 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