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마당 > 글쓰기마당 > 기록문/기행문

기록문/기행문

제목 몸과 마음을 단련한 4박 5일 여행
글쓴이 정영학
7월 23일 수요일, 드디어 결전의 날이다. 왜냐하면 바로 진교에 계시는 있는 고모 댁으로 가는 첫날이기 때문이다. 아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처음에는 아빠차를 타고 가려고 했지만 고모와 고모부께서 반대하여 고속버스를 타고 동생과 함께 갔다. 또 원래는 3박 4일로 토요일에 오려고 했으나 일요일에 오기로 일정을 바꾸었다. 영어캠프가 끝나자마자 즐거운 시간이 되기를 기대하며 고모 댁으로 출발했다. 첫날은 너무 늦게 도착해서 빵 몇 개를 사 고모 댁으로 가 야식으로 먹었다.
실컷 자고 다음날 사천 와룡산으로 암벽을 타러 갔다. 와룡산 아래에는 물이 나오는 곳이 있는데 거기서 물을 떠가기로 하고 또 물이 엄청 시원했다. 자 상사바위 쪽으로 출바알~~. 한지 10분도 안 되어 나와 동생은 지쳤다. 나와 동생만 자일과 안전줄 같은 암벽등반장비가 잔뜩 들어있는 배낭을 메고 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모와 고모부는 아무것도 안 들고 그냥 갔기 때문에 속으로 고모와 고모부를 원망도 해 보았다. 그리고 배낭을 놔두고 그냥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참고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때는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완전 죽을 맛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를 훈련하기 위해 그러셨다고 했다.) 어쨌거나 겨우 상사바위에 도착했다. 그때에는 기분이 좀 나아졌다. 구름이 바람과 함께 위에서 사악 내려오면서 바람이 등 뒤로 지나가 땀을 식혀주었다. “영학아, 마치 신선이 된 것 같지 않냐?”는 고모부의 물음에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계속 바람과 함께 구름이 계속 내려왔기 때문이었다. 마치 고모부는 신선이고 나는 고모부의 동자가 된 기분이었다. 잠시 쉬었다가 이제 암벽을 탈시간이다. 고모부가 자일을 나무 위에 걸쳐놓고 내려오자 고모께서 먼저 바위를 타셨다. 처음에는 무섭게 느껴졌으나 차츰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더 커졌다. 그리고 막상 내가 타보니 바위를 타는 기분이 끝내주었다. 그러니까 마치 바위와 함께 어우러져 있기도 하고 바위의 체온과 호흡을 느끼기도 했다. 맨발로 바위를 타기도 했는데, 그 때에 바위의 우둘투둘한 피부를 느끼고 다시 한 번 더 바위의 체온을 느낄 수 있었다. 더 타고 싶었으나 고모부께서 힘드신 것 같기도 하고 해가 지려고 해서 아쉬운 마음을 감추고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빵을 먹고 내려와 밑에 있는 물에 발도 씻고 세수도 하고 안경도 닦았다. 다시 트럭 위에 올라타고 고모 댁으로 갔다. 그날 고모와 고모부께서 배우신다는 국선도를 체육관에서 동생과 나도 함께 했는데 그 덕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다음날 몸에 알이 배기지는 않았다.
(바위와 함께 했던 시간, 바위의 체온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

다시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오늘은 ‘문화의 집’이라는 곳에 가기로 했는데 거기에서 책을 읽었다. 그런데 도중에 비가 와서 나가지는 못하였다. 비가 그치자 ‘월운마을’이라는 곳에서 산책을 했는데, 솔직히 산책이라기보다는 등산 같았다. 왜냐하면 길이 너무 험하고 힘들었기 때문이다. 거기서 딱정벌레도 잡아보았다. 처음에는 그것이 사슴벌레인 줄 알았는데 고모부께서 “영학아, 그건 사슴벌레가 아니고 딱정벌레란다.”라고 해서 나 빼고 모두 웃었다. 겨우겨우 가서 10분남은 거리까지 왔는데 앞에 10m 가 넘는 풀들이 떡하니 자리 잡아 다시 돌아와서 5시간이나 걸렸다. 지쳐서 왔는데 죽는 줄 알았다. 아, 지금 생각해도 너무너무 힘들었다. 오늘도 국선도를 하고 잤는데 너무 잠이 잘 왔다. 내일은 늦게까지 푹 자야지.
또다시 새날이 밝았다. 오늘은 해수욕을 하겠다고 하셨다. 해수욕을 하기 전에 고모 댁 집터를 보았다. 황토로 만들 것이라고 해서 ‘황토펜션’이라고 이름을 지을 거라고 하신다. 고모 댁 집터를 보고 나서 설리 해수욕장으로 갔는데 물이 너무 더러워서 두모 해수욕장으로 갔다. 거기서 수영도 하고 고둥이 많아 고둥도 많이 잡았다. 그런데 물이 하도 얕고 모래가 아닌 돌로 되어있어 꼭 계곡 같았다. 어쨌거나 재미있게 놀고 근처의 샤워실에서 샤워를 했다. 오랜만에 재미있었다. 해수욕을 마치고 중국집에서 자장면과 만두를 시켜먹었는데 완전 꿀맛이었다. 거기에 저녁에는 피자와 팥빙수까지 맛있게 먹었다. 아 내일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서운하다.

아, 이제 헤어져야 할 날이 다가왔다. 이번 방학에 시간이 있으면 한번 더 올 생각이지만 거의 불가능할 것 같다. 그래서 겨울방학이나 내년 여름방학을 기약하며 고속버스를 타고 대구집으로 돌아왔다.

고모 댁에 놀러갔다고는 하나 실제로는 마치 수련회를 다녀온 것 같았다. 강사는 고모와 고모부, 학생은 나와 동생 이렇게 말이다. 그러나 고모와 고모부라고는 하나 혹독하게 훈련을 받아 몸이 더 단련되었다. 그리고 정신과 마음 또한 한층 업그레이드 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