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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문/기행문

제목 고등학생이 되어 처음이자 마지막인 수련회
글쓴이 정은비
친구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들뜬 마음으로 낙동강 수련원에 들어섰다. 고등학생이 되어 처음이자 마지막 수련회인 만큼 2박 3일 동안 정말 열심히 수련하여 많은 것을 얻고 가야겠다고 다짐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처음 입소식을 할 때부터 내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열심히 해 보리라 굳게 마음먹고 있었던 우리를 한 동안 멍하게 만들었다. 소지품 검사를 하는 데 전자기기는 물론이고 친구들과 함께 나누어먹으려고 했던 과자, 그리고 한참 외모에 관심이 많을 시기인 우리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샴푸와 린스까지 모두 압수였다. 애지중지하던 것들을 하나 둘씩 빼앗기면서 우리들은 모두 충격의 도가니였다.
그렇게 소지품 검사를 끝내고는 방이 배정되었는데 방 배정도 우리들에게 또 한 번 더 커다란 충격을 안겨 주었다. 당연히 반별로 배정되어 질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다른 반 아이들과 모두 섞여서 배정이 된 것이었다. 처음에는 같은 학교였음에도 불구하고 말 한마디 나누어 본 적 없는 친구들과 같이 방을 사용해야 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했고 서로가 참 어색했었다. 하지만 같이 활동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함께 식사도 하면서 서로에게 굳게 닫혀 있었던 마음이 하나 둘 씩 열리기 시작했다.
지금 와서 되돌아보니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라고 할 수 있는 2박 3일 동안 우리는 정말 많고 다양한 활동들을 했었던 것 같다. 직접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생활예절을 배우기도 하고 그 외에도 두뇌집중교육, 심폐소생술, 풍물놀이, 긍정리더쉽 같은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수련했다.
특히, 사물놀이 시간에는 북과 장구 그리고 징 세 가지 악기로 한국인의 소리인 흥겨운 풍물소리를 직접 연주해보기도 했다. 특히 나는 그 세 가지 악기 중에서 북을 칠 때, 내 마음도 북과 함께 쿵 쿵 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북만의 그 짧으면서도 강렬한 소리가 내 마음을 흔들어놓았고, 풍물소리가 옛날 악기들을 가지고 연주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멋과 운치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서양의 클래식 같은 음악들은 모두 세련미를 가지고 있는데 동양의 풍물소리도 그에 못지않게 세련되고 흥겨운 소리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는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긍정 리더십 프로그램을 할 때에는, 담당 수련원 선생님께서 다소 어렵고 조금 까다로운 내용이었던 것을 우리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설명을 해 주셔서 긍정적인 생각을 할 때와 부정적인 생각을 할 때의 내 몸에서 일어나는 반응 의 차이가 정말 180도 다르다는 것을 확실하게 실감했다. 그래서 앞으로는 나 스스로에게 긍정 리더십을 실천하면서 '나는 할 수 있다'라며 자신감을 주면서 열심히 하면 모든 일에서 좋은 결과가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2박 3일 동안 쉴 틈 없이 이리저리 바쁘게 많은 프로그램들을 수련했는데 이를 통해 내 몸과 마음이 모두 깨끗해지고 열정으로 가득 메워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처음에는 과자와 샴푸, 린스까지 모두 압수되어 시무룩했었지만 또 막상 2박 3일 동안 무소유 정신으로 생활하다 보니 어느 새 적응이 되어서 생활하는데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다른 반 친구들과도 많이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아서 뿌듯했다.
이제는 다시 학교생활을 시작하고 학업에 열중해야 한다. 고등학생이 되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수련회에서 배운 성실과 끈기, 그리고 열정을 가슴 깊이 새겨서 내 꿈을 향해 한 발짝 더 나아갈 것이라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