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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문/기행문

제목 환상의 섬 가덕도를 다녀와서..
글쓴이 박진수
“부스럭, 부스럭.”
뭔가가 계속 부스럭대는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위를 둘러보니 어머니께서 간식을 준비하고 계셨다. 며칠 동안 어머니께서 휴가인데도 불구하고 마트를 집처럼 오고 가고 하셨다는 걸 생각하니 이제야 오늘이 영재원에서 가덕도로 현장학습을 가는 날임을 깨달았다. 늦게 깨달았지만 다행히 늦지 않았다. 얼마나 빨리 준비했으면 오히려 제일 먼저 해강 초등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시간이 점점 지나자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고, 해강 초등학교 앞은 순식간에 사람들로 메워졌다.
조금 뒤, ‘가덕도’ 여행의 한 걸음을 내딛는다는 생각으로 버스에 올랐다. 적은 시간이었지만 가덕도로 향하는 동안 씽씽 달리는 버스에게도 한마디 던지고, 내 옆에 앉은 상민이에게도 한마디 던지며 지루함을 달래고 있었다. 버스는 달리고 달리다가 목적지인 가덕도에 도착했다. 우리들은 기쁜 마음으로 버스에서 내렸다.
하지만 그 기쁜 마음을 망치로 부수는 것은 30분 쯤 더 걸어야 한다는 선생님 말씀이었다. 그 순간은 더 걸어야 한다는 점에 실망했지만 걸으면서 주위 풍경을 구경해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걷다가 농협 마트가 있어서 화장실 갔다 올 사람은 갔다 오고, 먹을 것을 사먹을 사람은 사먹기로 하고 잠시 쉬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장난을 치다가 우리 어머니께서 힘들게 준비하신 선생님들 간식이 엎어졌다. 맨 위쪽에는 과일들이 있었고, 다행히 밑 부분은 살아남았다. 어머니께서 밤을 새우면서 까지 준비해서 정성이 듬뿍 들어갔는데 엎질러져서 조금이나마 먹지 못하게 되자 아쉬웠다. 그리고 정성이 물거품이 된 것 같기도 했다. 하이라이트는 밑 부분이었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발걸음을 다시 옮겼다. 가덕도의 마을에서는 부산의 도시에서 보기 힘든 건물들의 세월의 흔적과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대문, 지나간 시간에 색 바랜 지붕들이 마음을 새롭게 해주었다. 풍경을 즐기며 도착한 곳은 천가초등학교였다. 주위의 풍경과 같이 나이를 먹은 듯 옛날의 모습이 잘 간직되어 있었다. 특히 학교 앞 정원에는 기린같이 생긴 모형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또 학교 옆에 선생님들이 사시는 기숙사가 있어 신기했다. 더 놀라운 점은 학교 앞에 6학년 1학기 때 배웠던 척화비가 있다는 것이다. 척화비에 새겨진 글자에 누가 빨간 색연필로 덧칠을 해 놓아서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지만 교과서에서만 보던 척화비를 실제로 보니 꼭 박물관에 온 것 만 같았다.
구경을 하면서 들뜬 마음도 잠시, 이제 본격적으로 등산을 시작한다고 하였다. 등산을 좋아하시는 이모와 함께 산을 몇 번 올라보아서 크게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등산로 입구까지 왔을 때 벌써 지쳐 버렸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손에 들린 생명수에 의지하며 터벅터벅 걸어 나갔다. 멍하니 걸어갈 때까지는 몰랐는데 알고 보니 계속 오르막길을 걷고 있었다. 그것도, 경사가 매우 심하고 중간 중간에 돌들이 막고 있는 그런 길을 말이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조금만조금만 더 참아야지 하고 계속 걸어가는데도 눈앞에 보이는 것은 위로 쭉 뻗은 얄미운 길들이었다. 그 때 선생님께서 봉수대가 보이는 곳이 도착지이자 정상이라고, 조금만 더 힘내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내 귀에는 그 말씀이 약올리는 것으로만 들렸다. 주인을 잘 못 만나 고생하는 다리에게 미안함을 느끼며 억지로 끌고 계속, 계속 올라갔다. 그러다보니 올라가는 것에도 경쟁심이 붙어 하위권, 중위권, 상위권, 최상위권으로 나누어 아이들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나와 상민이는 하위권에서 힘을 내어 최상위권으로 올라갔다. 상민이는 초반에 너무 힘을 많이 써서 조금씩 내려갔고, 나는 최상위권의 김보민과 허서영을 만나 정상 함께 밟기 동맹을 맺었다. 모두 다함께 정상을 제일 먼저 밟자는 동맹이었다. 나중에는 상민이가 동맹에 끼워달라고 하여 함께 정상을 먼저 밟게 되었다.
“이야! 정상이다!”
김보민의 한마디에 아이들은 모두 바닥난 힘을 끌어올려 뛰어왔다. 봉수대가 밝은 햇살에 비쳐 빛나는 곳, 정상이었다. 바닥을 내려다보니 다이아몬드같이 반짝거리는 바다가 출렁이며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다. 모두가 그 풍경에 취했는지 저마다 바위에 앉아 간식을 꺼내 서로에게 나눠주었다. 나눠주며 먹은 간식이라 그런지 더 꿀맛이었다. 올라오며 힘들었던 점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사이에 벌써 내려갈 시간이 다가왔다. 내려갈 때는 내리막길이라는 점에 눈이 번뜩였다. 하지만 내리막길도 내려갈 때 발 딛으면서 발이 아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픈 발을 달래며 나와 상민이는 즉석으로 가덕도 올림픽을 개최했다. 종목은 내리막길 달리기와 스펀지 연속 차기로 진짜 올림픽보다는 훨씬 못하지만 꽤 재미있었다. 다시 가덕도의 산이 아니라, 땅에 올라 밥을 먹기 위해 소희네 집으로 향했다. 소희네 집은 원래 식당이 아니었는데 요리를 잘하시는 소희네 어머니를 보고 마을 주민들이 식당을 해보라고 권유를 해서 식당이 되었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도 인정한 소희 어머니의 요리 솜씨는 우리들도 감동시켰다. 소희 어머니 덕분에 맛있게 점심을 먹은 우리들은 배에 올랐다. 배의 밖에서 바람을 맞는 기분은 안 맞아본 사람들은 절대 모른다. 바닷바람과 내가 하나가 되는 그런 기분 말이다. 이번에는 올 때와 다르게 배를 타고 버스를 탔다. 다시 해강초등학교로 오기 직전에 멀미를 한 게 조금 탈이긴 하지만 정말 잊지 못할 여행이었다. 이번 가덕도로의 여행을 통해, 가덕도 마을의 세월의 흔적과, 가덕도 바다의 바닷바람을 얻었고, 내 마음 속에서 건물들의 세월의 흔적은 나에게 지혜를, 바닷바람은 나를 다스리는 법을 가르쳐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