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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문/기행문

제목 아름다운 가게를 다녀온 뒤
글쓴이 주려람
8월 24일 화요일도서관사서로 봉사활동시간이 되는줄 알았던 나는 사서언니에게 안된다는 말을 듣고급히 모래내 아름다운 가게로 달려갔다.저번 학교 나오는 날에 나와서 봉사활동을 했으니 두시간은 채워졌겠고,그래도 남은 두시간만 해도 된다는 생각이 날 안심시켰다.오후 1시 30분쯤 모래내 시장을 헤메던 나는 드디어 아름다운 가게를 발견했고눈웃음을 지으며 아름다운 가게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그곳에서 내가 제일 먼저 한일은 옷걸이 정리.옷걸이들이 방향이 반대로 되었거나 고르게 분포되지 않고 뭉쳐있는걸 푸는 역할이였다.
두시쯤 자칭 완전동안이라는 이십대 언니가 뒤쪽으로 가서 옷을 분류하라고 하셨다. 그곳에는 상자 두개가 있었는데 하나에는 ‘춘추’ 하나에는 ‘겨울’이라고 적혀있었다. 언니가 말하길 기부로 온 약 이백 벌의 옷들을 계절별로 정리해 여름은 뒷칸에 있는 옷걸이에 걸어두고 겨울은 겨울 상자에 춘추복은 춘추 상자에 넣으라고 하셨다. 그리고 디자인이 이상하거나 늘어난 옷들 그리고 얼룩이 있는 옷들은 가차 없이 폐기처분하라는 당부에 말씀도 전하셨다.
처음엔 내심 무시했지만 겨울 옷 들을 정리하자니 너무 무겁고, 여름 옷 들을 옷걸이에 하나하나 정리하는 것도 힘이 들었다. 그래도 그중에서 제일 힘들었던 것은 폐기처분하는 옷들을 구별하는 것 이였다. 내가보기엔 디자인이 이상한데 다른 사람 한 테는 예쁘게 보일 수 있는 옷, 잘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얼룩이 있는데 너무 조금해서 나만 알아차린 것 같은 얼룩들, 그리고 더러운 먼지가 득실득실 하게 쌓였는데도 디자인이 너무너무 예쁜 옷들... 참으로 많은 심적인 갈등이 있었고 그보다 더한 육체적인 고통이 따라왔다. 원반던지기를 한시간정도 한 듯한 느낌. 모두 그 두꺼운 겨울 모피들 덕분인 것 같았다.
분류가 끝나고 나가자 의외로 손님들이 많이 계셨다. 시간을 보니 벌써 15분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 좀 쉬어도 되겠지 하고 손님들을 지켜보는데 대부분 이런 가게에 자주오시는 분들 같았다. 언니와 친하게 인사를 하시는 주부님도 계셨고, 다른 곳에서 아름다운가게를 여신다는 어떤 사장님도 오셨다. 한번 오고나면 다시 오고픈 느낌. 그게 이 아름다운 가게의 매력인 것 같았다.
언니가 마지막으로 부탁한 책정리 를 끝내고 500원짜리 다이어리와 립글 로즈를 들고 가게 문을 나섰다. 심신이 지쳐 피곤하기는 했지만 왠지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이번 체험으로 느낀건, 아름다운 가게는 꼭 더럽고 못쓸것 같은 것만 파는 곳이 아니라는 것 이다.그곳에서도 한번 쓰지도 않고 포장도 뜯지 않은 듯한 물건들도 많이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가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현명한 것 이라는 생각이 지금도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이번 봉사활동은 내신 점수만 올려준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인격 지수도 한층 더 높인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