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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소설

제목 [ 단편 ] 겨자소스 사이
글쓴이 이담비
"야, 니가 뭔데. 나한테 왜 이러는데."
"그러는 니는? 너가 뭔데 미대를 가고 난리야."
"그건 내 맘이지, 니가 왜 참견인데."
한창 툭탁거리며 싸우는데, 수업종이 울렸다.



"있다 마주치기만 해 봐. 전세희."
나는 이를 바득대며, 자리에 앉았고, 선생님이 이윽고 오셨다.
"오늘로부터 수능이 며칠 남았지?"
여기저기서 한숨이 들려왔다. 나도 매한가지였다.
"한달 남았습니다!" 세희였다.
'아우.. 전세희, 저 밥맛.'
이윽고 반 애들은 약속한듯이 입모아 아우성을 쳤다.
"그래, 한 달 조금 더 남았구나. 자, 여기서 수시 쓴 사람?"
몇 몇을 제외하고, 모두들 손을 들었다.
"그래, 초상향으로 쓴 사람도 있고, 초하향으로 쓴 사람도 있더라. 오늘부터는 수업이 없고. 다들 각자 피고 공부해. 문이과는 여기 있고, 예체능은 잠시 나와."
이윽고 나와 세희, 혜윤, 소영, 계명, 혜수, 지혜, 유민이가 불려나왔다.




"다들 대학은 정한걸로 알아."
"네.."
"혜윤이는 교원대 미술교육과, 맞지?"
"네."
"비실기, 실기?"
"실기요."
"소영이는, 서울예대 영상학부, 맞지?"
"예~."
"계명이는, 경희대학교 포스트모더니즘과지. 너도 실기니?"
"아니요. 비실기요. 수능백퍼로요."
"아, 맞다. 여기 나왔지. 그래. 혜수는 한양대학교 실음과?"
"네."
"유민이는, 이화여대 관현악부? 실기 위주지?"
"네~."
"자, 그럼. 아람이, 너는? 표시가 안 돼있네."
"아, 저는 성적보고 가려고요."
"어이구, 기깟 그 성적으로?" 세희였다.
"니가 뭔데 시비조야."
"그래, 세희 조용하고. 아람이는 내신이 좋고, 모평도 왠만하게 잘 나오니깐..."
"세희는?"
"저도 정시로. 하하하."
"그러면서 아람이한테 그러기는. 예민들 하세요. 그럼 확인됐으니까 가서 공부해. 너희들은 국어 영어 위주로 파야 할 거야."
"네에~~~~,"




공부를 다 마치고,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석식 시간이다.
수능까지 먹을 수 있는 석식이 점점 메뉴가 줄어들어 그닥 달갑지는 않지만, 먹을 만 하다.
"야, 니가 뭔데. 미대를 뭘로 보는거야. 그냥. 너는 성적대로 가. 내신좋다고, 모평좋다고 수능 잘 나오는 줄 알아?"
"잘 나오겠지. 그만들해라, 아주."
"하유.. 푸.. 말이 안 통해. 너 자신을 알라고."
"너야말로."
식판을 받고, 자리로 가는데 젓가락을 까먹고 온 게 생각난 나는, 부리나케 젓가락을 들고 왔다.
식사 기도를 드린 후, 콩나물국을 한 술 뜨는데 무언가 이상한 게 느껴졌다.
"왜 국에서 겨자맛이 나지."
옆에서 세희가 깔깔대며 웃는 것이 보였다.
"전세희, 너...."
"그래, 너는 그렇대. 깔깔깔. 호호호호."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식판을 엎고 싶었지만, 참았다.





야자하러 가는 길이였다.
"꼴~~ 좋다!!" 세희였다.
"그만해라. 재미없고 재수없거든?"
"크크크. 아.. 재밌다. 재수는 없어. n수도 없고."
"으이구, 말장난! 세희 이 자식.내일 기다려라."
그 이후로도, 서로가 서로의 국에 겨자소스와 칠리소스, 김치국물, 하루는 소금물, 설탕물을 부어가면서 우리의 수능날도 이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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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원하는 학교에 들어갔고, 마침 같은 학교 같은 과기에 매일 만났다.
과잠을 사러 가는 길이였다.
"야, 그 날 감자설탕물국은 진짜 아니였어. 어휴, 생각하기만 해도."
"누가 할 소리. 겨자콩나물국은 또 뭐고?"
"아유, 겨자콩나물은 그나마다. 간장설탕갈비탕은 암만 생각해도 아니야."
"야, 설탕에 갈비탕은 약과다. 왜 김칫국물에 주스를 붓고, 거기다 달걀에 과자는 뭐야."
"으휴.. 생각만해도 크크크크크. 그 당시는 막 질투땜에 미칠 거 같았는데.. 뒤돌아보니 같은 학교와서. 내가 너 땜에 한달동안 얼마나 공부했는지.. 아오. 내 인생에 그런 적 없다. 없어." 세희였다.
"아, 크크크크크."
그렇게, 우리는 관악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