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마당 > 글쓰기마당 > 동화/소설

동화/소설

제목 망상 익스프레스 1
글쓴이 최자인
" 경연아, 정말...정말로 괜찮겠어? 난...! "
옆에 있는 그 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주 애절하게.
" 도혁아. 너의 눈 앞에는 무엇이 보이니? 난 말야. 죽어가는 사람들과 무너져가는 건물들, 그리고 시들어가는 나무와 꽃들이 보여. 근데 이 모든 것들이 난 사랑스러워."
"...... 경연아...제발.."
"사랑스럽고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래. 이 모든 것들이 마치 나의 한 조각인 것 처럼.그래서 난 하고 싶어. 지켜주고 싶어. "
그를 뒤로 난 묵묵히 걸어간다.
" 이 세상을 지키기 위해서야. 도혁아..."
" 안 돼 ------ !"

" 띠리리리 - 띠리리리 - 딸깍 ! "
오늘도 역시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걸로 몇 번째인 걸까. 정확히 말하자면, 몇 번째 멸망이었던 걸까. 도혁이는 얼마나 울었을까. 머리가 뒤죽박죽이다.
난 하루에 한 번씩 일어나는 지구의 멸망을 매일 마다 힘들게 막고 있다. 그 대가로 내가 목숨을 잃게 되... 아니, 사라진다고 보면 되겠다. 그리고 모든 것이 평상시대로 되돌아온다.
이 때까지 궁금한 것이 있다하면 난 지구 멸망을 막기 위해 매일 마다 사라지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난 그대로 있다. 뭐 됬다. 지구를 구했다면 그걸로 족하다.

" 유경연 ! 빨리 밥 먹으러 나와 ! 지금 몇 신줄 알아?!"
"네네, 알겠다구요!"

아침은 평소대로 토스트를 입에 물고 교복 단추는 다 못 잠근채 뛰쳐나온다. 가까스로 버스를 탔고 남은 토스트를 마저 먹으며 바깥 경치를 구경한다. 늘 하는 말이지만 난 이 세상 모든 것들이 사랑스럽다. 그레서 지켜주고 싶은 거고...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도혁이가 보인다. 도혁이는 남자답지 못하게 쑥스러움을 속으로 많이 타 겉으로는 까칠하게 대한다. 그게 뭐 그의 매력이라 한다면 매력이지만. 난 그런 점이 좋은거니까.
"도혁아, 안녕 !"
"어, 그래."
매몰차게 축구공을 통통 튀기며 친구들과 바로 교실을 나간다.
난 매일 리플레이 되는 탓인지 모르겠지만 같이 다니는 친구가 없다. 늘 혼자 다닌다.
자리에 쓸쓸히 앉아 교과서와 노트, 필통을 두고 준비해 다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다.
' 오늘 밤에도 지구가 멸망하고 그것을 내가 막겠지... 하지만 이대로 리플레이가 되는 걸 가만히 놔두면 나도 무사히 있지 못할거야 ... 무슨 수를 썼어든 끝을 맺어야해. 하지만 무슨 수로 끝을 내지....? 만약 내..."

누군가가 내 앞에 앉는다.
"경연아, 언제까지 이럴꺼야 ... "
"괜찮아, 윤아야. 걱정마 ! 난 정말로 괜찮은 걸..."
한가지 애기 하는걸 깜빡했다. 가끔 내게 말을 걸어주는 친구, 윤아는 뭔가 내가 하는 일에 낌새를 챈 것 같다. 지구 멸망이 매일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막는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준다. 그래서 말을 걸어주는걸까? 좋은 아이다.
윤아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날 지그시 보다 다시 앞으로 바라본다.

수업이 시작되었고 4교시 역사 수업을 할 때쯤 내 책상에 쪽지가 날라왔다. 펼쳐보니 지구가 둥글게 그려져 있고 마법소녀 옷을 입은 여자아이가 지구를 지키고 있다. 왠지 이 여자아이, 날 닮은 것 같은데 ...

옆을 쳐다보니 내 옆자리인 경수가 씨익 웃는다.
나도 같이 웃어주었다.
'그래... 이제 모두들 알고 있구나... 지구가 위험하다는 걸 .... "

수업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난 깊은 고민에 빠진다.
공책에 하나 둘씩 해결책을 적어간다.

"첫째, 모든 사람들에게 지구가 오늘 밤 멸망할 거라고 얘기를 한다."
"두번째, 국가의 힘을 빌린다. 정부에게 말한다면 군인들을 보내줄 지 모른다. "
마지막 세번째는...



"도혁이에게 마지막으로 키스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