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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소설

제목 망상 익스프레스 2
글쓴이 최자인
점심시간이 되었다.
다들 얘기를 하면서 밥풀을 튀기고 즐겁게 웃는다. 그래, 마지막까지 행복을 즐겨야겠지.
난 떨리는 발걸음으로 앞으로 나가 아이들을 쳐다봤다.

"얘들아, 다들 이 얘기를 들어 죽고 싶단 생각이 들 수 도 있어. 하지만 걱정마. 내가 반드시 지켜낼꺼니까."
아이들이 동시에 바로 나를 쳐다본다. 어떤 표정을 지을까. 두렵고 또 두렵다.

"사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매일 멸망하고 있어. 난 힘들게 밤마다 그것을 막고 있고. 그래서 지금가지 너네들이 편히 지낼 수 있었던거야. 하지만... 이제 끝을 내려고 해. 그래서 너네들에게 이 얘기를 하고 있는 거야... "

아이들은 날 계속 보던가 싶더니 다시 원래대로 밥을 먹으며 떠든다. 날 너무 믿는 게 아닌가 싶다. 그만큼 태평한 건가? 사실 이 때까지 잘 막았지만 이제 체력에도 한계가 있는 것 같아 두려워 미치겠는데 ... 하지만 내가 두렵다고 어리광 부리면 아이들도 똑같이 힘들어 할 것이다. 그러니 어리광을 부려선 안 돼. 현실을 도피 해선 안 돼.

"얘들아 ! 난 말야 ! 반드시 지구를 지킬꺼야 ! 오늘 비로써 끝을 맺을꺼고 ! 그러니 날 믿고 기다려줘 ! 오늘 밤에 반드시 해낼께 !'

난 바로 가방을 챙기고 밖으로 뛰쳐나간다. 수업 들을 시간이 없다. 한 시가 급하다 지금 !
치마가 바람에 펄럭거려 팬티가 보일려 하지만 오늘 만큼은 팬티 따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당장 집에 가서 먼저 정부에게 전화를 해야해 ! 이야기를 해야 해 !

마음속으로 소리를 치며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뛰어갔다.
저 멀리서 빨간 빛이 내 눈에 환하도록 빛췄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도중 갑자기 세상이 거꾸로 뒤집혀졌다.

정신이 혼미해져간다.
"안 돼, 왜 갑자기 몸이 말을 않 듣지....? 그것보다... 멸망하려면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는데.... 세상이 왜 거꾸로 돌아가버렸지.... 안 돼.... 정신을 잃으면 안 돼.... 정신을 ..."

시간이 얼마나 지난걸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세상은 이미 멸망하고 있는 중이였다. 하늘은 검붉게 물들었고 운석들이 여기 저기서 떨어지고 있었다. 땅은 운석이 떨어질 때마다 크게 흔들렸고 불은 건물들을 태우고 있었다. 사람들은 ?
" 엄마 ~ ! 아빠 ~ ! "
군데 군데 시체들이 엄마와 아빠가 어딧는지 안내를 해주는 걸까. 날 계속 쳐다보고 있다. 난 혹시나 살아있을까 하는 마음에 시체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 저희 엄마, 아빠 어디있는지 아세요 ? 살아있나요 지금 ? 네 ? "
바싹 마른 입으로 중얼중얼 거린다. 그리고 간신히 들렸다. 귀 안의 고막이 진동을 하였다.
" 거의 끝나가 ..... "
그리고 피를 토하며 눈을 감았다.
"아아, 너무 늦었어. 이럴 순 없어.... 아아 !"

눈물을 흘리며 미친년처럼 거리를 돌아다닌다. 우리 집을 찾고싶어도 너무나도 망가져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겠다. 그저 엄마, 아빠, 도혁이가 보고싶을 뿐이다.

'도혁이 ....?'
"그래, 도혁이 ! 도혁이는 살아있을 지도 몰라 ! 나와 같은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아마 사람들을 구하고 있을지도 몰라 ! 학교! 학교는 어딨지 ?"

학교를 찾아다니며 거리를 방황하다 태극기가 높이 보이는 곳에 달려갔다.
학교는 이상하게 시리 말짱했다. 아니, 이상하다며 따질 필요는 없다. 도혁이가 살아있으면 된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가까스로 옮기며 계단을 걸어 우리 반으로 갔다.
교실 문을 열자 보이는 광경은 아이들이 모두 제 자리에 앉아 있고 내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다들 앞만 보고 있다.

그 중에 도혁이를 찾아 곧바로 도혁이를 꼬옥 끌어안았다.
"흐흡..흐... 미안해.. 도혁아..흐흑.. 내가 잘못 판단했나봐...! 흑 .... 끝을 맺고 싶었을 뿐인데.. 흑..흐흑 ... "
도혁이는 나의 손을 잡고 아이들이 모두 바라오는 앞으로 나갔다.
그리고 모두들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웅얼웅얼 거리며 날 빤히 쳐다보았다.아까 본 시체처럼.
힘들게 정신을 차리고 귀를 기울이자 맨 처음 들리는 소리는
" 인제 그만해, 유경연. "
도혁이가 말한다.
난 겁에 질린 얼굴로 소리 쳤다. 목에서 피 맛이 난다.
" 도혁아 ! 포기하면 안 돼 !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포기해선 안 돼 ! 너가 날 도와줘 !"
도혁이는 눈물로 범벅진 나의 얼굴이 혐오스러운 듯 얼굴을 찡그리고 어느 순간 다른 여자아이로 변해있었다. 그건 바로 나였다.

" 이걸로 세번째 망상 익스프레스는 끝이야. 이제 정신 좀 차리지? "
" 망상... 익스프레스라니 .... 그건 .... "
" 이 정도면 충분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 인제 남은 코스는 2개 남았어. "
어라, 망상 익스프레스가 뭔지도 모르는데 익숙하다는 듯 고민을 하게 된다.
기억이 날 듯 말 듯한데... 망상 익스프레스... 저번엔 ..... 뭐했었더라 ...
잠시 고민 한 끝에 모든 기억이 다시 되살아 났고 난 싱긋 웃었다.
그리고 천천히 입술을 움직여 글자를 하나 둘씩 말한다.

" 트와일라잇같이 도혁이랑 뱀파이어가 될래. "

아이들은 나에게 환호성을 지르며 다같이 소리쳤다. 인젠 쉽게 알아들을 수 있다.
" 망상 익스프레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 "
아이들의 얼굴이 왠지 다 날 닮은 것 같은 건 기분 탓이겠지.

눈을 천천히 감으며 새로운 상황이 돌아오도록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