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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소설

제목 환상의 다트 1
글쓴이 최자인
오늘도 어김없이 거울을 본다.
"아아 - 정말이지 아름답다는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이 외모, 사랑스럽기 그지없구나!"
만족감에 사로잡힌 얼굴을 하고서 한 마디 더 내뱉는다.
"이렇게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여성은 오로지 나 밖에 없겠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야, 꺄하하하하- "
나의 웃음소리가 집안 곳곳에 울려퍼진다. 목소리마저 벨벳같이 부드럽지.
그렇게 나의 외모를 3시간 동안이나 감상한 뒤 드디어 아침 식사를 한다.
오늘따라 더욱 더 내 몸 안을 붉게 만들어버리고 싶단 욕망이 들었다. 붉고 또 붉게, 티끌 하나 없이 붉게 말이다. 어쨋든 잡생각을 집어치우고 어느걸 마실지 고른다.
모두 다 신선해 보여서 구지 고를 필요는 없는 것 같지만.

9시 56분 26초.
지각이라고 말하기엔 턱없이 늦은 이 시각. 난 여유롭게 준비를 한다. 준비라고 해봤자 몇 초 밖에 안 걸리는데 뭐. 솔직히 이렇게나 끔찍하도록 어여쁜 이 몸에 준비라곤 눈꼽만큼도 필요없지만 그 이가 나에게 더 취하게 만들기 위해 열심히 준비를 한다. 밤마다 린스를 꼼꼼이 바른 효과가 있는지 오늘따라 머리카락에 윤기가 흐르는 것 같다. 이렇게나 완벽해도 될려나 - ?
아니, 난 이미 완벽한 존재지. 뱀파이어니까.

학교에 가자 인간들이 평소처럼 넘쳐흐르고 있었다. 난 언제나 의문점이 든다. 내가 알기론 뱀파이어는 인간의 피를 욕망하고 또 욕망하는 존재인데 어째서인지 난 인간의 냄새조차도 맡기 싫을 정도로 피가 싫다. 그래서 난 동물의 피만 먹는다. 참으로 희한한 일이지.

복도를 유유히 걷다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내 코 끝을 맹열히 흥분하게 만드는 이 냄새. 그 이의 채취다.
"아아 - 그 이의 냄새다. 이 주위에 있어."
얼마 못가자 그 이가 내 눈 앞에 보인다. 하지만 우린 인사도 하지 않은 채 지나가버린다. 아, 그렇다고 해서 연인 사이가 아닌 것은 아니다. 여전히 우린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있다. 인사를 나누지 않는 것은, 조각미남이라고도 칭하기 아까울 외모를 가진 남자와 이 세상의 유명 여배우들 보다 더 이쁜 내가 학교에서 뜨거운 사랑을 나눈다면 일이 피곤해질 뿐이다. 안 그래도 그의 팬이 넘쳐서 늘 불만인데.


체육시간이 되었다.
"미선아! 이쪽이야! 패스, 패스!"
"나이스 샷! 인제 한 명 남았어!"
그리고 그 한 명이 바로 나.
인간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본다. 속이 매스껍고 세상이 어지럽다. 더러운 시선들, 나 같은 존재에게 그렇게 눈을 떼지 못하는건가. 참으로 미개한 것들이로구나. 하 - .

나 혼자의 생각에 빠지다 어느 순간 공이 내 뒷통수를 맞췄다.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코에서 피가 흐르는 것 같지만 손으로 얼른 막고 경기장에서 나가버렸다.
스탠드에 앉아 머리를 식히는 도중 또 인간 여자아이가 날 찾아왔다.
"저기, 괜찮아 - ? 코피까지 날 줄은 몰랐어, 미안해."
"괜찮다. 난 그런 작은 일에 상처받는 존재가 아니란다. 날 너무 우습게 보지 말아줬음 좋겠다만?"
그녀가 당황한 기색을 보이더니 내 옆에 앉는다. 으-, 비린내가 내 코 끝을 찌르는군.
"시합을 다시 시작하는 것 같은데? 어째서 가지 않는거냐?"
"미안하잖아, 나 때문에 다친건데 곁에 있어줄께. 그나저나, 한가지 묻고싶은게 있는데 ..."
"말해보거라."
"지난 달 --------- ......."
갑자기 그녀가 말하는 소리가 안 들린다. 정말로 상태가 안 좋은 건가. 아침에 피도 제대로 마시고 왔는데.... 이상한 일이다.

'삑 -, 경기종료!"
"저기, 경연아! 내 말 들었어 방금?" 경연아-! 경연아 -!"
날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지만 무시한 채 교실로 올라간다.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었고 화장실에 들어가 몰래 피를 빨아먹고 있었다.
"흐읍- 퉤! 가방에 오랫동안 넣었더니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 같군. "
그리곤 잠시 자기 만의 생각에 빠진다.
난 요새 한 가지 고민이 있다. 원인은 바로 그 이, 도혁이다. 그 이의 원래 이름은 에드워드. 성은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고급스러운 기풍이 퍽이나 느껴지는 이름이다. 에드워드는 나랑 같이 250년 동안이나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살아왔다. 많은 일들은 수없이 겪으며 지금까지 지내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라면, 세계 2차 전쟁이 일어났을 때였나. 그 시기엔 우리 뱀파이어 마저 평화롭게 살 수가 없었다. 그만큼 소란스러웠으니까 말이다. 하여튼 고민을 다시 얘기하자면, 요새 그 이와 내 사랑이 식은 것 같다는 점이다. 다른 여자 뱀파이어들이 그 이에게 찍접거려도 오로지 나만 봐라봤던 그가, 요즘 나에게 통 눈길을 안 준다. 학교 끝나고 연락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정말로 섭섭한 일이다. 그가 만약 나에게 헤어지자고 말한다면 난 억누를 수 없는 감정에 지구를 멸망에 빠트리게 할 지 모른다. 물론, 나도 그런 짓은 하고 싶지 않다. 나도 지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갑자기 흐릿한 기억이 떠오른다.) 내가 지구를 사랑하는 이유는... 글쎄, 크게 별다른 이유는 없다. 그저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사랑스러울 뿐이니까.
하여튼 그 이와 내 사랑이 식은 관계로 이벤트를 준비해볼까 한다. 원래 그런건 남자가 해주는 건데... 칫. 어려운 남자다 역시. 참고로 이벤트 내용은 .....

즐거운 계획을 머릿속에 가득 담은채로 콧노래를 부르며 교실로 향해 간다.
그러던 도중, 이상한 것을 보았다.
그 이와 다른 여자가 아주 가까이, 0.59cm 간격을 두고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그 여자는 체육시간때 내 뒷통수를 맞춘 여자지. 그래, 이름도 기억나.
그녀의 이름...... 그래, 그녀의 이름은 분명히....

'이윤아' 였다.


이미 그 일을 막기엔 내가 그녀의 이름을 수천 번 머릿속에 되새긴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