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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소설

제목 환상의 다트 2
글쓴이 최자인
뱀파이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존재를 가진 생물.
그런 뱀파이어인 내가, 모든 것들을 만족하는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질투'란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도혁아, 오랜만."
도서관에서 작은 목소리로 그의 귓가에 속삭인다. 나의 숨결이 고르게 느껴지도록.
" 그만해, 진짜. "
아아, 벨벳같이 우아하고 기품있는 목소리. 벌써부터 뛰지도 않는 내 심장을 다시 뛰도록 만들게 만큼 설레였다.
" 내가 널 위해 이벤트를 준비했어, 달링. 기대해도 좋을꺼야! 내가 열심히 계획했거든, 헤헤."
귀여우면서도 앙큼한 미소와 눈빛을 그에게 날리지만 아무 소용이 없나보다. 칫.
그는 몇 초동안 뭐라뭐라 중얼대더니 책을 덮고 도서관을 나가버린다.
정말이지 그는 츤데레란 말이야. 싫어하고 싶어도 점점 더 빨려들어가는걸.


"딩-동-댕-동-"
방과 후 종소리가 들리고 난 오늘 밤을 멋지게 장식하기 위해 다른 날 보다 빨리 집으로 갔다.
"정확히 5초가 걸렸어. 이러다간 늦겠어!"
집 안 청소를 깨끗이 하고 조명을 바꾼다. 은은하고도 취하게 만드는 색으로 그의 기분을 풀어주고싶다. 장미꽃을 한아름 따 여기저기 조금씩 뿌린다. 식탁 위는 레이스로 장식하고 음식을 준비해둔다. 와인잔에 피를 잔뜩 따라 놓고 향수를 조금 뿌린다. 창문에는 새 커튼을 달아 둬 달빛이 비치도록 적당히 묶는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내가 준비한 선물이겠지? 후훗. 벌써부터 그 이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기대된다.


그렇게 준비를 다 한 뒤 흘러가는 시계를 쳐다보며 쓸쓸히 기다리고 있었다.
2시간 넘게 기다려도 그는 오지 않았다. 그치만 나란 여자, 포기를 모르는 법이다.
"아아- 왜이리 않 오지? 약속을 깜빡했나... 걱정이 되네."
내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선물이 꿈틀대며 소리를 질러댔다.
"우웁--! 웁! 으으읍- 흐읍! 읍!"
"아, 시끄러. 안그래도 기분이 영 않 좋은데 왜 그러는거야-?"
빨간 끈으로 이쁘게 묶어 마지막엔 리본으로 장식한 내 선물.
군침이 절로 돌도록 매력있는 냄새를 잔뜩 풍기는 내 선물.
도혁이와 사이 좋게 걸어가던 내 선물.


눈물을 흘리기에 난 테이프로 감은 선물의 입을 뜯어냈다.
"하아-하아- 제발..살려줘..콜록콜록! 살..콜록! 살려줘 제발...!"
" 선물아, 넌 식사를 하면서 돼지고기라든지 소고기라든지, 혹은 오리고기라도 먹어봤니?
아마 먹어봤을거야. 그거랑 똑같애. 나도 단지 널 먹으려는 거 뿐이야. 정확히는 선물을 할꺼지만. 후훗. "
선물은 기겁을 하는 표정을 지으며 눈물을 흘린다. 한 방울, 두 방울, 세 방울.
"아아-... 제발...제발! 난 죽기 싫어! 싫다고----!"
발악하는 모습이 어찌 더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마음같아선 지금 당장 살갗을 찢어내 피를 마시고 싶지만 그를 위해 꾹 참고있다.


선물은 이어서 또 말을 한다.
"내가 뭘 잘못했어? 부탁이야. 잘못한 게 있음 고칠께. 앞으로 안 그럴께. 그러니까 제발 살려줘!"
난 냉장고에 가 피가 담긴 콜라 한 캔을 들고온 뒤 뚜껑을 열고 선물 위에 잔뜩 뿌린다.
"아아아악! 피 냄새! 피! 피!"
"이러니까 더 먹음직스러운걸? 아하하하하하하하 !"
미친듯이 웃고 또 웃은 뒤 눈을 크게 뜨고 선물을 바라본다. 그리고 선물의 귓가에 입술을 대고 소름돋도록 속삭인다.
" 단지 너 잘못은 없어. 그냥 내 이와 사이좋게 걸어가고 있던게 죄라면 죄라할 수 있겠지? 넌 하찮은 인간 주제에 도를 지나쳐버린 것 같아. 그러니 죄값을 치른다고 생각한다면 억울한 느낌은 안 들겠지? 그치?"
"아냐아냐, 절대로 도혁이를 좋아하는게 아냐! 단지..난... 난....너를 위해서..한 것 뿐인데..."
"너를 위해서라니! 그게 무슨 -"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이 벌컥 열리고 벨벳같은 목소리가 우리 집 전체를 울리게 하였다.
"이윤아-!"
"도혁아! 나 여기 있어! 제발 살려줘!"
도혁이는 내 선물을 보더니 눈동자가 흔들리곤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달링, 왜이리 늦게 온거야! 걱정했었어. 선물도 준비했는데 늦게 오면 어떡해-."
내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보자 그는 나를 경멸하듯이 쳐다보았다.
"인간이 아냐, 넌.... 넌! 괴물이야..."
그를 몇 초 동안 쳐다본뒤 나는 우리 집 곳곳에 내 소리가 울려퍼지도록 크게 웃기 시작했다. 이 웃음은 그를 위한 것일까, 나를 위한 것일까, 단지 미쳐서 웃는것일까.
"아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선물도 그 도 나를 계속 쳐다보기만 할 뿐이였다.
"단지 난 이벤트를 열고싶은 것 뿐이였는데... 괴물이라니... 괴물..... 괴물이라...."
식탁 위에 있던 나이프를 들고 선물의 눈 밑을 살짝 그었다.
검붉은 피가 볼을 타고 흐르더니 선물은 또다시 소리를 질렀고 그는 내 손목을 잡더니 소파에 던져버렸다.

"지금 저 선물을 감싸는 거야? 그러는 거야? 내가 좋은 게 아니라 비린 내 나는 저 인간을 좋아하는 거야? 어째서? 왜? 왜 좋아하는데?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날 두고 왜!"
난 고래고래 과음을 지르고 그와 몸싸움을 벌였다.
식탁 위를 구르고 문을 부수며 벽에 부딪치고 싸운 곳들엔 피가 증거를 남겼다.
그에게 이런 짓을 당하다니. 내 몸을 보니 피에 얼룩졌고, 군데군데 뼈가 부러졌는지 아팠다.멀리서는 그가 선물의 매듭을 풀고있었다.
어째서지, 내가 뭘 잘못했지... 난 단지 그를 위해 준비한건데... 왜 싫어하지...대체 왜?
입가에선 "왜?"란 말 밖에 되풀이 되었다.


"윤아야, 빨리 이거 풀고 밖으로 뛰쳐나가자. 조금만 더 있음 쟤가 다시 공격해올꺼야."
"흐..흐윽... 어떡해 나... 다리에 힘 풀려서 못 움직이겠어... 어떡해 도혁아...흐흑.."
그는 윤아의 눈물을 닦아주고 뺨을 쓰다듬어 주었다.
"약한 소리 하지마, 잘 될꺼야. 걱정 마. 날 믿어줘. 반드시 널 지켜줄께."
그의 팔이 마지막 매듭인 리본을 풀으려는 순간, 그는 피를 토하며 선물의 무릎에 쓰러졌다.
'털썩'
"젠장, 유경연... 젠장.. 젠장.....젠장...!"
난 나이프를 들고 그의 넓은 등에 장미꽃들을 새겨주었다.
울긋불긋, 장미꽃들이 한 송이씩 피어나고 곧바로 시들어버렸다.


"하하하, 재밌어! 재밌어! 나만 나쁜 애가 되는거야? 그건 싫어! 아주 싫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나야! 이 게임의 주인공은 바로 나란 말이야! 너네들이 나쁜거야! 나빠!"
그렇게 그에게 장미꽃을 심어준 뒤 선물에게 다가가 장미꽃을 먼저 하나 심어 주곤 말하였다.
"슬퍼하지마. 괴로워하지마. 내가 다 괴로워할께, 내가 다 슬퍼해줄께, 넌 그저 이 이야기에서 나쁜 아이가 되면 돼. 난 나쁜 아이가 되기 싫거든. 알겠지? 부탁할께."
선물은 먼 곳만 응시하고 혼자서 중얼중얼 거렸다. 들릴 듯 말듯, 알듯 말듯.
내 기억을 담당하는 뇌 세포를 자극하는 단어들.
기억을 더듬어봐도 생각나는 건 없다.
"재미없어-."
마지막 장미꽃을 심어준 뒤 선물도 그의 등에 쓰러져버렸다.


나이프를 바닥에 떨어트린 뒤 웃으며 말하였다.
"이벤트가 아냐. 이건 다트 게임이야. 환상의 다트."



피로 물든 옷을 버리고 하얀 원피스로 갈아입은 뒤 난 집을 나가 앞으로 걸어갔다.
길이 나오고 골목이 보이고 골목에 들어가 하늘을 본다.
그리고 뒤에서 또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재밌었니-, 경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