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마당 > 글쓰기마당 > 동화/소설

동화/소설

제목 가짜 산타클로스
글쓴이 이담비
명희는 이제 갓 여덟살이 되는 순박한 여자아이이다. 여느 또래들과 다름없이 공주 인형 꾸미기를 좋아하고, 여섯 살 생일에 먹은 까르보나라 스파게티의 맛을 잊을 수 없어 혼자 해보려다가 후라이팬을 태워보기도 한 명희는, 초등학교에 들어갈 준비를 하느랴 한창 바쁜 중이였다.

"명희야~, 이리 온." 할머니였다.
"팔이 욱씬거리는구나. 팔 좀 주물러라."
"네, 할머니!" 명희는 할머니께 정성스럽게 안마를 해드렸다.
"우리 예쁜 손녀 명희, 설날에 뭐 사줄까. 까까 사줄까."
"에, 까까요? 하하. 저 이제 초등학생이예요! 할머니~."
"이 할미 눈엔 아직 아가다, 아가. 우리 명희. 우리 명희 한글은 다 깨쳤나?"
"네, 할머니."
"그럼 이 할미앞에서 이거 읽어봐라. 눈이 침침해서 뭔 소린지를 못 알아먹겠다."
"크리스마스가 오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백화점에 들러서 선물을 사고 있습니다."
"이야, 우리 명희. 잘도 읽네. 그럼 영어도 읽어봐라."
"아직은 영어 잘 못해요."
"그럼그럼, 핵교가서 열심히 친구들이랑 같이 공부해라~. 이 할미 명희 덕에 시원하다~"
"헤헤.네~ 할머니!"


"명희야, 네가 가는 학교 이름이 뭐지? 말해보자." 어머니였다.
"혜림초등학교! 요~."
"오냐, 알림장은 샀니?"
"네. 엄마."
"그렇지.이제 엄마랑 아빠랑 할머니 모시고 시장갔다올게. 바깥바람 쐬고 싶으시다고 하셔."
"네~ 안녕히 잘 갔다오세요!"


이윽고, 명희는 집에 홀로 남겨졌다.
"냐아아옹" 저 만치에서 아기고양이가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양이 이리 온." 할머니의 정다운 말투를 따라하며 고양이를 불렀지만, 고양이는 오지 않으려고 발버둥치기만 했다.
"나 무서운 사람 아니야. 여기 온."
"냐아옹." 처음에는 명희를 경계하던 고양이도 이윽고 명희한테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그렇지~. 너도 심심하구나!"
"냐앙."
"난 이제 초등학교 가는 김명희라고 하는데, 너는?"
"냐옹."
"냐옹이라고 하는구나? 냐옹이, 이름이 예쁘다! 헤헤."
"냐앙."
"너도 알다시피 말이지.. 배고프니?"
"냐아아아아아오옹."
"많이 배고팠구나. 사실 나도 뱃속에서 노래가 들려온다. 밥 좀 달라고. 크크크."
"냐아앙." 이윽고 고양이는 어디론가 가더니 다른 고양이를 데리고 명희를 찾아왔다.
"크크, 너희들. 배고팠구나? 그래. 먹을 것 좀 가져올게." 명희는 부리나케 주방으로 가서 우유곽에 있던 우유를 양동이에 다 털어넣었다. 그러고도 부족해보였던지, 자기가 먹으려고 하루동안 아껴뒀던 딸기우유까지 모조리 털어넣었다.
"으아, 이제 됐다!"
큼지막한 양동이를 아슬아슬하게 들고, 고양이들 앞에 턱하니 내려놓았다.
"자, 너희들 먹는거야! 알았지?"
고양이들은 배고팠다는 듯이 온갖 소리를 내며, 누가 먼저랄 새도 없이 우유를 다 마셨다.
"너희들~ 배고팠나보구나. 흠, 그래. 잘 먹고 잘 살아야지. 흐흐."
"냐야아아아옹"



고양이들은 우유를 벌컥벌컥 들이키더니 이내 어디론가 가버리고, 다시 명희 혼자였다.
"이제 뭐하지?"
"구온수학은 더이상 풀기 싫은데. 에라, 모르겠다! 밖에 나가봐야지."
명희는 잠옷 차림이었지만, 전혀 부끄러워하는 것 없이 밖으로 뛰쳐나갔다.



"으아, 바람분다. 바람불어도 괜찮아요~ 괜찮아요!! 난 씩씩한 김명희니까요~."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길을 가던 중에, 눈에 어떤 신문지가 보인 명희였다.
"이거 뭐지?... 크리스마스에도 슬퍼하며... 크리스마스에 왜 슬퍼하는데?"
명희는 신문을 읽기 위해 벤치에 걸터앉았다.
"크리스마스에도 저 멀리 아이들은 먹을 쌀이 없어, 마실 물이 없어 죽어가고... 응?"
그 때, 명희의 머리에 문득 스쳐간 생각이 있었다.
"아하! 그래야겠다."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