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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소설

제목 추억을 파는 가게입니다
글쓴이 남혜인
어서오세요, 환영합니다. 이곳은 추억을 파는 가게입니다.


잊혀졌던 당신의 어릴 적 추억을, 잃어버렸던 당신의 추억을…….
당신의 잃어버린 추억은, 저희 가게로 오게 되거든요. 혹, 추억을 다시 찾고 싶으시면 저희 가게로 오세요. 돈은, 필요없습니다.


추억을 파는 가게이지만, 팔지 않거든요. 저희는 추억을 다시 돌려드립니다.




"뭐야, 이게?"


이제 대학교에 다닌 지 1년이 넘은 2학년, 21살 회지. 그녀는 자신에게 날아온 전단지를 주워 읽어보았다. 추억을 파는 가게라, 어이가 없어서 콧웃음이 쳐졌다. 요즘은 하다 못해 추억으로 사기 행각을 벌이는구나, 싶었다. 그녀는 전단지를 주워 근처 쓰레기통에 버렸다. 요즘 세상에 누가 저런 걸 믿는다고…….


"그런데…… 궁금하긴 하다."


과연 그 가게가 정말 자신의 추억을 가지고 있을까? 아님 정신이 나가서 사기 행각을 벌이는 게 목적인 가게일까? 회지는 혼자 그 곳으로 가기가 뻘쭘하여 친구 하나를 불렀다. 하나는 짜증을 내면서도 흥미가 생겼는지 곧장 그녀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하나는 저가 먼저 신나서는 회지를 재촉하였다. 말이 대학생이지만, 그녀들은 영락없는 중고생 같았다. 꽤나 경사가 가파른 언덕을 지나고 보니, 다 떨어져 가는 가게 한 채가 보였다. 옛날, 우리 부모님 세대 때의 구멍가게 같이 정겨워 보이기도 한.



추억을 파는 가게



"추억을 파는 가게……"
"진짜잖아. 저 가게."
"하나야, 들어 가 보자."


둘은 슬쩍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 안은 꽤 깔끔했다. 한 아주머니가 둘을 반기며 말하였다.


"어서 오너라. 전단지를 보고 왔니?"
"예? 예. 전단지를 보고 왔어요."
"…… 무슨 추억을 가져갈래? 네가 잃어버린 추억이 얼마나 많은지."


아주머니는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들의 추억이 담긴 병을 가져왔다. 그녀들의 이름과 그 아래엔 짧은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기억이 추억으로 변하였다.] 라고.
기억이 추억으로 변하였다……. 괜히 코 끝이 찡해지는 둘. 알 수 없는 감정에 휘말렸다. 아주머니는 통에서 구슬 몇 개를 꺼내 그들의 손에 쥐어주었다.


"이건 정말, 네가 가져야 하는 추억이야. 집에 가서, 이 구슬을 삼켜."
"슬픈……추억인가요?"
"응, 그런 것도 없잖아 있지."
"……그러면 좀 곤란한데요."
"왜?"


하나는 회지의 어두운 얼굴을 보고는 눈물 한 방울을 떨궜다. 상처가 많은 회지다. 그래서 기억을 추억으로 바꿔 스스로 잃어버리게 한 것일지도. 하나는 조용히 회지를 안아주었다. 그리고는 입을 열었다.



"피하기만 하면……안 돼."
"……."
"이겨. ……네가 얼마나 힘들어하는 지, 알아."
"……."
"알겠지?"
"응. 알았어……. 아주머니, 이 추억 가져가도……."
"된다. 잘 가렴."



하나는 인사를 꾸벅 하고는 회지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나즈막히 하나에게 말하였다. 괜히 슬펐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상처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이 하나다. 회지는 그 기억을 피한 사람이다.



"내일 봐, 회지야."
"응, 안녕. 하나야, 내일 봐."



회지는 억지 웃음을 지으며 버스 15번을 타고는 집으로 갔다. 하나는 회지를 태우고 가는 버스를 보며 슬픈 웃음을 지었다.



"이제……다시 날 찾아줘."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면서.




"정말 구슬을 먹어야 할까……?"



한 편, 회지는 두려움에 가득 차 망설이고 있었다.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결코 좋았던 건 아니었다. 덕분에 그녀는 상처를 많이 입었었다.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그리고 그녀 곁에 갑자기 나타난 하나라는 여자. 그녀는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잘 생각나지도 않는 슬프고 아픈 기억을 그녀에게 털어놨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슬픔을 알고 있는 하나는…… 자신에게 피하지 말라고 하였다.


"하나 말이 맞아……."



그리고는 구슬을 꿀꺽 삼켰다. 숨을 못 쉴 정도로 압박감이 들었다. 그녀는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그런 그녀에게 누군가가 다가왔다. 하나였다.


"피하면 안 돼…… 회지야……. 내가 다시 너에게 가면 힘들겠지만 버텨 줘?"



그게 설령 아프고 슬픈 추억이든, 행복하고 기쁜 추억이든……



추억은 소중한 거니까……



"나는, 너의 추억이거든."



잊지 말아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