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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시

제목 버스 안에서(연시)
글쓴이 김현정
                                   1

나는 오늘 버스 안에서
무척 아름다운 것을 보았습니다.
구름 불꽃놀이입니다.
구름들이 이상하게도 일자로 쭉 퍼져나가고 있었습니다.
색색깔로 반짝이는 화려한 불꽃놀이보다 더 아름다운 게
구름 불꽃놀이였습니다.

나는 또 오늘 버스 안에서
무척 멋진 것을 보았습니다.
산 병풍입니다.
산들이 저 멀리서 병풍처럼 일렬로 늘어서 있었습니다.
운치있는 수묵화가 그려져있는 병풍보다 더 멋진 게
산 병풍이었습니다.

나는 또 오늘 버스 안에서
어떤 형용사로도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보았습니다.
지는 해가 강물에 비친 모습입니다.
햇님은 그 아름다운 얼굴을 자꾸만 다리기둥사이로 감추며 나를 조바심나게 만들었습니다.
내가 감히 이런 걸 봐도 될까 하게 만드는 게
바로 햇님입니다.

그런데 마침 알맞게도
라디오에서 '아름다운 세상'이란 노래가 들려옵니다.
세상은 정말 아름답다는 걸 새삼스레 다시 떠올렸습니다.

                                   2

나는 버스 안에서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외로운 건 가장 큰 슬픔이야.
슬플 때 곁에 있어 줄 사람이 없다면
그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 일거야.'
이런 생각을 하다 가끔
내가 외롭지는 않은지, 내게 진정한 친구는 있는 것인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어쩔 땐 내가 정말 외롭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럴 때 마다 모두가 나를 위로해줍니다.
오늘은 코스모스였습니다.
수많은 코스모스들이 손에손잡고 흔들리는 모습은
나를 울먹이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아. 코스모스도 외로운 걸 싫어하는구나.
모두가 손을 잡고 있네.
나도 모두의 손을 잡아줘야겠다.'

                                    3

어쩔 땐 멀리까지 버스타고 학교다니는 게 너무나 힘듭니다.
그럴 땐 화도 나고 짜증도 납니다.
하지만 버스가 출발하고 나만의 세계에 빠져들면
그런 건 사라져 버립니다.
그래서 나는 항상 버스 안에서
시쓸거리를 한가지씩 조심스레 안고 옵니다.
이것도 시골의 참맛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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