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바람이 귓가에 스치면
어여쁘고 가녀린 소녀는 살포시 눈을 뜬다.
높아만 가는 푸르름과 하얀 구름을 벗 삼아
바람의 얄궂은 희롱에도 아랑곳 않고
비웃듯이 내리치는 비바람에도 끄떡 않고
묵묵히 그 자리에 서서 흔들흔들
고운 빛깔 분장하고 고운자태 드러낸다.
환희의 그 날을 위해
지루하고 긴 여름을 그렇게 지켜낸 소녀
가녀린 목 길게 뽑아내며
춤추는 듯한 하늘거림이
연약하지만 강인한 소녀의 자신감으로
여름 길목부터 가을 끄트머리 까지
그리도 이렇게 아름다웠나 봐
내 주의의 모든 것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