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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북클럽2기] 과학이 가르쳐준 것들, 이정모 - 과학을 통해 내가 배운 것은 희망과 믿음
글쓴이 윤영옥



고등학교 졸업 이후, 과학은 내가 이해할 영역이 아니라며 아예 담 쌓고 살아온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는 수능은 봐야 하니 억지로라도 공부해야 할 필요성은 있었지만 그 이후에는 그런 필요성도 없어졌으니까요.


그러다보니 또 제가 너무 편독을 하는 경향이 심해서,

최근에는 관심 갖지 않았던 분야의 책들도 좀 읽기 시작했는데요.


그 중 하나가 '과학'이었죠.

물론 깊이 있는 전문 서적이 아니라 저처럼 과학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 과학을 좀더 가깝게 느끼게 해주는 과학에세이였고

TV에 많이 출연하셔서 이름도 얼굴도 익숙한 명사들의 책 위주여서

저의 이 무지가 약간은 부끄러웠지만 그래도 꽤 큰 성과들이 있었어요.



우선 과학에 대한 편견이 조금 깨졌다는 거죠.

과학이 나와는 머나먼 곳에 있는 게 아니라 나의 실생활에 밀접하게 들어와 있고 나는 과학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아는 것이 힘'이라는 것.

무지는 공포를 불러오니까요. 사실을 안다는 것이 어느 정도는 맹목적인 공포를 잠재우긴 하더라고요.


거기에 제가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사람을 나누었던 기준인 문과와 이과의 영역이 절대적이지는 않다는 것도 알았고요.

과학에세이들을 읽으면서 여러 과학자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바로 '태도'더라고요.

과학적 태도와 윤리, 도덕...


태도, 윤리, 도덕, 이건 제 기준에서는 인문학에서 다룰 항목인데 말이죠? ㅎㅎㅎㅎㅎㅎㅎ



이정모 관장님께서 <과학이 가르쳐준 것들>에서 그 과학적인 태도가 무엇인지를 정리해주셨네요.


목차를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끌리는 책이에요.






실패, 비판적 사고, 질문, 관찰....


각 챕터의 부제목은 더더욱 끌리고요~


- 실패가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 의문을 가질 수 있는 능력

- 정답 대신 좋은 질문

- 보는 법이 달라지면 세상이 달라진다




사실 챕터의 제목과 부제만 봐도 어떤 내용일지 살짝 감이 오는데,

그 말씀을 하시기 위한 예로 제시한 과학적 사실들이 정말 재미있어요.


과학 에세이를 읽으면서 '과학은 재미있다'는 것도 알게 됐네요.

놀랍게도요!



글도 어렵지 않게 쓰셔서 읽는 데 부담이 없어요.


인상적인 부분이 아주 많았는데요.


그 중에서 현실적인 목표의 중요성을 이야기한 부분이요.


누구나 목표를 세우지만 달성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죠. 어떻게 갈리는 것일까요? 목표는 자잘해야 해요. 자잘한 목표는 쉽게 달성하죠. 그러면 기분도 좋아지고요. 우리는 성취감을 먹고 자라는 사람들이잖아요. 자잘한 목표는 설사 실패해도 상관없어요. 워작 자잘한 것이니까요. 인생에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합니다. 그런데 커다란 목표, 오랜 시간이 걸리는 목표는 우리를 피곤하게 합니다. 성취감은 가져보지도 못한 채 결국에는 좌절감만 주죠. 좌절하면 다음 목표를 세우는 일을 아예 포기하게 됩니다. 심지어 자신을 배신하기까지 하죠. 92~93쪽


이걸 읽고 저를 돌아보게 됐어요. 저는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내 힘으로 어떠한 '성취'를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약간의 패배의식과 열등감에 젖어 있었는데, 기준을 달리 해서 보려는 노력을 하니 생각이 조금 바뀌었고요. 그것이 저는 인문학적 소양을 쌓으려고 노력한 데서 얻어진 결과라고 생각했는데, 그 역시 과학적 태도였네요.


또 더 넓게 생각하면 인문학적 태도와 과학적 태도가 결국은 하나였어요.

과학도 사람에 의해 연구되고 실행되는 것이니 그걸 다루는 '사람'의 태도가 과학적인 태도인 거고 인문학적 태도인 거고...ㅎㅎㅎㅎㅎㅎ


결국 같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제가 너무 어렵게만 생각했나봐요.


그리고 이 책에서 너무 반가운 말이 있었어요.


행동 파트예요.

'인류는 늘 한계를 극복하고 답을 찾아왔다'는 부분이요.


사실 요즘에 바이러스에 환경 오염에... 너무 살기 힘들어졌잖아요.

아이들을 보면, 과연 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 희망이 있는가 암담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이 글을 읽고 그래도 조금 희망이 생겼어요.

그렇다고 물론 지금처럼 무분별하게 쓰레기를 버리고 환경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멈추면 안 되겠지만

적어도 벗어날 길 없는 나락으로 향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아직은 벗어날 가능성이 조금은 있다는 희망이,

그리고 인류는 분명히 길을 찾아낼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고나 할까요.


과학은 기술을 만들고 그 기술로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생각을 바꾸고 마음을 바꾸기도 하는군요.


띠지에 있는 "이제는 과학을 이해해야 행복합니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