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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북클럽2기] 배움의 발견
글쓴이 안지현

책을 읽기 전 대단하다, 놀랍다, 엄청나다, 뭐 이런 반응을 봤던 것 같다.
5백페이지 정도의 이 책을 읽다보면 수많은 느낌들이 스쳐지나간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 결국 내가 봤던 반응들과 비슷한 느낌을 갖게 된다.


1부는 저자의 특별한 가족과 어린 시절에 관한 기억이다.
저자의 부모는 일곱 자녀를 두고 있고 어느 누구도 교육기관에 보내지 않고 심지어 출생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교육과 의료시스템은 모두 버려져야 하는 것들이라고 생각하는 아버지의 굳은 생각으로 자녀들은 아버지의 폐철처리장 일을 하며 자란다.
그것도 아주 위험하게

그 순간 몸이 뚝 떨어지면서 파란 하늘이 보였다. 이제 날카로운 쇳조각에 찔리기 아니면 딱딱한 땅에 부딪히기 둘 중의 하나였다.
내 등이 쇠에 가서 부딪혔다. 트레일러의 벽이었다. 머리 위쪽으로 발이 꺾였고, ......
숨을 쉴 수가 없었고, 등이 엄청나게 욱신거렸다. 몸이 두 동강 난 느낌이었다. (p112)


하지만 아버지는 간단한 일을 못 해냈다는 핀잔과 엄마에게 가서 피를 멈춰달라하라고 얘기한다.

책을 읽으며 아빠의 행동에 너무 화가 났다. 뭐 이런 아빠가 있는지, 이런 책이 뭐가 대단하다는건지, 화가 너무 났다.
하지만 시작에 불과했다.

자녀들이 당하는 사고와 특히 아버지의 행동은 상상을 초월했다.
배움의 발견이라는 제목조차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이 궁금해 (거기다 많은 곳에서 추천하지 않았던가) 책은 술술 읽혔다.



2부의 내용은 저자의 대학생활이다.
우여곡절 끝에 대학에 입학했지만
비누로 손을 씻어본 적 없는 저자가 다른 평범한 사람들과 지내는 것과
16년동안 접해보지 못 한 '교육'이라는 제도 안에서 적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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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랑 같지 않은 사람들과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를 한 번도 배워 본 적이 없었다. 학교에 다니고 아프면 의사에게 가는 사람들, 날마다 종말을 맞을 준비를 하는 데 온 정신을 집중하지 않는 사람들 말이다. (p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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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는 대학에 간 딸이 사탄에 씌었다고 생각하는 부모로 인해 생긴 갈등에 관한 내용이다.

저자가 부모에게 인정받지 못 하고 결국 배움에까지 집중하지 못 하며 극도로 괴로워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리고 86년생인 저자의 가족과의 갈등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저자가 어떻게 대학에 들어갔는지,
어떻게 전과목A를 받았는지,
어떻게 하버드 대학교 방문 연구원으로 초청받았는지,
어떻게 최고의 에세이를 쓰게 됐는지는 잘 나와있지 않다.
교과서도 없고 수업방식도 잘 몰랐던 그녀가 어떻게 2019년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안에 뽑혔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공부를 해보라고 제안한 오빠
재정적으로 힘든 그녀에게 방법을 찾아준 상담사
그녀의 재능을 알아보고 포기하지 않도록 도와준 교수
많은 사람들의 도움도 있었다.

몇 년 째 보지 못 하는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책을 읽으며 저자가 대학 입학 후 어려움 속에서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것을 보며 왜인지 모르게 <랩걸>이 생각났고
저자의 머리를 두피에 가깝게 잡고 욕실로 끌고가 변기에 머리를 박던 친오빠의 만행을 보며 <나의 살인자에게>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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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영향을 끼칠 수 없는, 대단치 않은 유령에 불과했다. 무게를 지닌 것은 미래뿐이었다. (p 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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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수많은 고통을 겪은 그녀가 배움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던 순간의 마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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