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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북클럽2기]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글쓴이 오란주

개인평점 : 3 / 5 (★★★☆☆)

한줄평 : 차가운 SF계 세계 속 따뜻한 감성 SF.



나로 말할 것 같으면


SF소설, 판타지, 스릴러물을 좋아함.

작가로는 아이작 아시모프, 테드 창

영화감독 리들리 스콧 감독님 엄청 사랑함.

무려 1993년에 개봉했던 그의 작품 블레이드 러너는 정말.... 최고다!

블레이드 러너
블레이드 러너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 오늘의 이야기는 SF소설에 관한 이야기다.

아, 그리고 중요한 한 가지.

남들이 다 칭송하며 읽는다는 베스트셀러는 일부러 안 읽는 청개구리 기질을 갖고 있다.

(두 달 전 선물 받은 해빙도 아직 안 읽고 미뤄두고 있다는...ㅜ.ㅜ 이번 달은 꼭 읽어봐야지!)

2019 오늘의 작가상, 작년에 각종 신문과 서점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던

그 책. 김초엽 소설을 이제서야 읽어보았다.




따뜻한 감성 SF

블랙 미러 1
블랙 미러 1

김초엽, 그녀의 소설을 말하고자 한다면~~~

SF 영드 <블랙미러>를 즐겨 보던 나에게

김초엽의 SF가 엄청 충격적이거나 신선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 안에서 뭔가 따뜻한 감성이 느껴진다랄까?

자칫 잘못하다가는 신파로 넘어갈 수도 있었을 것 같았지만

그 선을 넘지 않고 줄타기 하듯 흥미롭게 이야기들을 이끌어 간다.



이미 책 소개나 여기저기서 익숙하게 한번쯤은 봤을 제목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관내분실> 보다

내가 더 흥미롭게 읽었던 단편은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감정의 물성>

요 두 단편만 짧게 소개하고자 한다.


"망각, 그것은 내가 순례의식에 대해 가진 최초의 의문이기도 해."

"어쩌면 일상의 균열을 맞닥뜨린 사람들만이 세계의 진실을 뒤쫓게 되는 걸까?"

"아름답고 뛰어난 지성을 가진 신인류가 아니라, 서로를 밟고 그 위에 서지 않는 신인류를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델피의 올리브. 분리주의에 맞서는 삶을 살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11p, 19p, 49p, 51p



그녀의 단편 <순례자들..>에서는 순례의식이라고 부르는 수상한 성년식이 등장한다.

성년식을 치루고 나면 이제 앞으로 나아갈 일만 남아있다는 의미가 부여된다.

다시 말해, 성년식은 성장을 공식화해주는 의례행위인 것이다. 리츄얼(의례, 의식).

우리는 이 리츄얼에 주목해야 한다.

'앞으로 나아간다'라는 의미에 대해서도.



소설 속에서는 순례의식을 통해

발전된 사회라고 믿는 신인류가 사는 세상과 그 이전의 지구의 삶 중

어떤 세상에서 살아갈 것인지 선택한다.

마치 모피어스가 내미는 빨간알약과 파란알약 사이의 선택에서

빨간약을 삼켜버린 네오처럼.

그리고, 노력해야 한다.

읽는 독자로서 나는 다만, 지구로 돌아간 주인공이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


우리는 그곳에서 괴로울 거야.

하지만 그보다 많이 행복할 거야.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54p



"대체 왜 어떤 사람들은 '우울'이나 '분노', '공포' 따위를 사려고 하는 거지?

"부정적 감정 라인은 판매되는 물량에 비해 실 사용량 적대요. 다들 쓰지 않아도 그냥 그 감정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거예요. 언제든, 손안에 있는, 통제할 수 있는 감정 같은 거죠."

의미는 맥락 속에서 부여된다. 하지만 때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담긴 눈물이 아니라 단지 눈물 그 자체가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

나는 감정에 통제받는 존재일까? 아니면 지배하는 존재일까?

<감정의 물성> 200p, 204p, 215p, 217p




<감정의 물성> 제목 자체가 참으로 말랑말랑하지 않는가!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감정을 조형화한 제품이 판매된다면 나도 한번쯤은 사볼 것 같다.

나는 수많은 감정 중에 어떤 감정을 사서 옆에 두게 될까?

내 안의 수많은 감정에 대해, 그 감정들이 만들어지는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소설이다.




조금은 아쉬웠던...


여러 단편들을 읽는 동안 단순한 SF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오늘날 우리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 사이에 흐르고 있는 차별, 혐오, 불편한 감정들...

조심스럽게 녹아 있는 그 부분들 모두 찾아서 읽어내고 싶었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

내가 이번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서 느끼지 못했던 부분들, 아쉬웠던 지점은

김초엽 작가님의 다른 책을 통해 한번 더 느껴보고 싶다.



=> 이 도서는 한국독서문화재단 글나라북클럽 도서로 지원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