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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통합교과의 진수, 지리를 알자, 《세계시민을 위한 없는 나라 지리 이야기》 by 서태동 외
글쓴이 최현영



"그러나 지도 이면에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235쪽)

이 책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위의 문장이 될 것 같습니다.

학창시절에 소위 '국영수과' 외의 변두리 과목으로 치부되었고,

수업 차수도 비중도 딱 변두리 과목으로 취급받았던 '세계지리' 과목은

어른이 되고 나서 보니 가장 중요한 과목 중 하나고

가장 실제적이며

개인의 삶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디에 언제 태어나느냐가 아주 중요한 것이니까요.

이렇게 말하면 여러 공부에 바쁜 아이와 부모에게 감이 안 올지도 모르겠고,

"최고의 비문학 독해 자료"라고 하면 좀 감이 올까요?

지리, 경제, 정치, 세계사(역사), 지구과학, 생태 등이 모두 녹아있어요.

이 책은 7명의 지리교사가 "○○○이 없는 나라"라는 테마로

지리 이야기를 아주 재미있게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나가는 책입니다.

보통 "○○○이 있어서"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아주 재미있고 참신한 역발상이지요.

예를 들어, 러시아에 천연가스가 있어서,

호주(오스트레일리아)에 희토류가 있어서

중동에 석유 자원이 있어서 등등

자국이 있는 지역에 무엇이 있어서 그것을 무기로 휘두르기에

국제 분쟁이 일어나고 비극과 참극이 세계사에 반복된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는 어떤 것들이 없어서 어떻게 적응하고, 살아남았고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발전해왔는지를 그리고 있습니다.


[목차]

목차를 보면

1 눈이 없는 나라 싱가포르

2 바다가 없는 나라 몽골

3 강이 없는 나라 사우디아라비아

4 나무가 없는 나라 덴마크령 그린란드

5 갯벌이 없는 나라 투발루

6 밤이 없는 나라 러시아

7 전향력이 없는 나라 에콰도르

8 공항이 없는 나라 모나코

9 열차가 없는 나라 아이슬란드

10 자국 화폐가 없는 나라 짐바브웨

11 현금이 없는 나라 중국

12 적자가 없는 나라 일본

13 전쟁이 없는 나라 스웨덴

14 식민 지배를 받은 역사가 없는 나라 타이

15 2011년 12월 30일이 없는 나라 사모아

16 세계 절반의 승인이 없는 나라 코소보

17 스타벅스가 없는 나라 이탈리아

18 야생 포유류가 없는 나라 뉴질랜드

19 자원 걱정이 없는 나라 칠레

20 이름을 마음대로 지을 수 없는 나라 아제르바이잔

21 소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 나라 인도

22 길쭉한데도 알려진 적 없는 나라 브라질

이렇게 육대주 22개의 나라들을 다룹니다.

자기와 관련이 있을 때 사람은 더 흥미를 가지게 되지요.

여행을 가봤던 곳, 살았던 곳, 아는 분이 사는 곳 등등 관심이 더 가더라고요.

그리고 토막뉴스나 얄팍한 지식으로 알고 넘어갔던 일들의

배후에 있는 일들도 "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칠레와 볼리비아의 뒤바뀐 운명]

예를 들어, 지하 700m에 매몰된 광부 33인이 69일 만에 전원 구조되었던

실화를 다룬 감동 영화 <33인>

2010년 칠레의 산호세 광산 사건이 배경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휴먼 드라마에 초점을 맞추지만,

애초에 광부들이 왜 700m 깊이의 탄광에 들어가 구리를 캐야 했는지

이 책을 보면 그 역사적 배경을 알 수 있습니다.

본래 볼리비아의 자원 보고였던 지역을 칠레에게 빼앗겨

볼리비아는 남미 최빈국, 칠레는 남미 최대의 경제 대국이 됩니다.

볼리비아는 구리와 초석의 세계 최대 매장량을 보유한 리토랄 지역을

칠레에 넘기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소고기"도" 먹는 인도]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각 나라를 단편적으로만 보는지도 깨닫습니다.

한국 하면 김치! 이런 것처럼 상징성이나 대표성은 물론 중요하지만요.

힌두교 국가인 인도에서는 소고기를 아예 안 먹을 거로 생각하지만,

거대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에는 인구의 80%인 힌두교도 외에

20%의 이슬람교, 불교, 기독교 등의 종교가 있고,

20%라고 해도 우리나라 인구의 6배 가량인

3억 명 가까운 비힌두교도가 있으므로 소고기 소비량도 높지요.

그리고 힌두교도들이 소를 신성시하지만,

모든 소를 유일신을 섬기듯이 경배하고 섬기는 형태는 아니더라고요.


[코소보가 국가가 되었구나]

그리고 아주 작은 나라들 그러나 세계 역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근 25년 만에 들어본 '코소보'라는 지역명이 눈에 띄더라고요.

그 코소보? 발칸반도에서 일어났던 코소보 사태의 코소보? 이랬어요.

1999년 미국에 교환학생 갔을 때, 미국 정치학 수업을 들었어요.

듣고 싶어서 들은 게 아니라 우리나라로 치면

수강 변경 기간에 미국에 입국했기 때문에

수강인원 남은 수업들을 울며 겨자먹기로 신청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지 않고서야 월수금 오전 8시 미국 정치학 수업

영어도 변변치 않는데 선택할 리 만무하지요.

1999년 상반기에 발칸반도에서 코소보 사태가 일어났고,

한 학기에 너댓 번 봤던 시험에 그에 관련한 문제를 낼 테니

조사해서 시험 보라고 하셨던 교수님 말씀에 따라

검색해서 시험 봤던 기억이 나더라고요.

그 코소보가 지금은 하나의 국가로 성립되었는데

아직 UN 가입국이 아니고, 전 세계 절반 정도는 국가로 승인했지만,

UN 회원국의 절반 정도는 미승인 상태라고 하더라고요.

반대하는 국가들은 코소보의 국가 승인이

자국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등 정치/외교적 요소를 염려하는 거고요.

검색하다 보니 코소보 사태를 다룬 <발칸 라인>이라는 영화도 있네요.

한번 봐야겠어요.


[그 외 눈이 번쩍 띄는 이야기들]

그외에도 고립된 섬 뉴질랜드가 날지 못하는 새들의 천국이고

새들의 생태 보존을 위해 고양이를 야생에 풀지 못하게 하는 법령이 있다는 것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영국과 프랑스라는 두 열강이 팽팽하게 대립하며

동남아시아 모든 국가를 식민 지배할 때 혜안을 발휘하여

국토 일부를 내어주고 대신 식민 지배를 피한 타이(태국)의 이야기

일본에서 36년간 식민 지배를 받았던 우리나라의 이야기와 대조해보며

얻을 만한 교훈이 있을 것 같더라고요.

또 우리나라에서도 19세기에 스위스나 스웨덴 같은

'중립국' 논의가 있었다는 것도 신선했습니다.

중립국은 자주 국방이 가능한 강력한 군사력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죠.

정말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 같은 지정학적 위치의 우리나라는

여러 모로 수난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도 이렇게 눈부신 성장을 이룬 국민성에 감탄과 존경도 느끼고요,

분열과 대립을 극복하고 더 행복한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맘도 들고요.


[알면 사랑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아이들과 가 보고 싶은 나라가 너무나 많아져서

매월 적립하는 여행 자금을 조금이나마 더 늘려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7인의 저자가 집필했지만,

비교적 균일하고 수준 높으면서도 쉬운 설명의 서술도 좋았고,

무엇보다 세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게 좋았습니다.

저자들은 중고생을 메인 타겟으로 집필했다고 머리말에서 밝혔지만,

책을 읽으며 가슴 설렌 40대가 여기 있네요.

초5인 우리 아이 수준에는 조금 어려울 듯한 부분도 있고,

곁에서 조금 설명하며 보조해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지식과 흥미를 동시에 충족시켜 줄 수 있는 훌륭한 책입니다.

※ (사)한국독서문화재단의 독서문화사업으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