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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북클럽2기] 책들의 부엌
글쓴이 옥미선

2022 상반기 기대작 1위라는 문구에, 재밌고 힐링된다는 평에 넘어가 선택된 책이다. 역시 나는 팔랑귀다.

지금은 끝났지만 모 방송국에서 윤스테이라는 프로가 있었다. 한옥에서 배우들이 스태프로 외국인 손님들을 숙박객으로 맞이하는 프로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다고 알고 있고 나 역시 보면서 힐링이 되었던 프로다. 이 책은 윤스테이를 떠올리게 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책을 통해 위로받고 싶은 사람들이 홀로?(아마도 그런 듯) 와서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그러고 보니 성시경과 이경규였나? 호텔을 운영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는데, 윤스테이보다 그게 더 비슷한 것 같기도...

주인공인 유진은 스타트업을 접고 소양리에 북스 키친이라는 곳을 연다. 이곳은 말하자면 북까페를 겸한 북스테이다. 이곳에 위로와 휴식이 필요한 사람들이 방문하게 되고 신기하게도 그 방문객들은 모두 위로를 받고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각 챕터에는 각각의 사연이 있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 사람은 또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을까? 기대가 되긴 했지만, 결론은 똑같다. 위로를 받으며 북스 키친을 떠난다.

책 읽는 바보, 이덕무는 책을 읽으면 괴로움이 사라진다고 했다. 배가 고플 때, 조금 추울 때, 근심과 번뇌가 있을 때, 기침을 할 때 등 책을 읽으면 배고픈 줄도 모르고, 추위를 잊게 되고 온갖 상념이 사라지는 것이다. 확실히 책은 치유의 힘이 있는 것 같다. 소양리 북스 키친의 목적? 답게 책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들이 있었다. 느린 우체통, 나에게 편지를 쓰면 크리스마스에 편지를 받아보는 프로그램, 글쓰기 프로그램, 인근의 서점과 연계한 북토크 등. 혼자 있고 싶고 위로가 필요할 때, 나를 위로해주는 책과 북스테이 직원들의 따뜻한 한마디와 소양리의 자연은 충분히 힘든 일을 떨쳐내고 다시 살아갈 힘을 주기에 충분하다.

불교에는 템플스테이라는 것이 있고 천주교에는 피정이라는 것이 있다. 나의 삶을 돌아보거나 휴식이 필요할 때, 대체로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그 곳에서 위로를 받기도 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책들의 부엌이 그런 역할을 해 주는 곳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엔 또 다른 재미가 있었는데, 바로 책과 음악이다. 극중 북스 키친의 대표인 유진은 등장인물들에게 책을 추천해주기도 하고 음악을 소개하기도 한다. 등장인물들이 책과 음악을 소개하기도 한다. 책을 읽다가 음악을 소개하면 검색을 해서 음악을 틀어놓고 책을 읽기도 하고 책 제목이 언급되면 나중에 읽어봐야지, 하면서 메모를 해놓기도 했다. (뒤에 정리가 되어 있다)

일에 치여 쉬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치열한 삶을 살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아직은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어서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않는, 아주 평범한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작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나의 일에 만족하며 사는, 그래서 딱히 위로를 받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일까 등장인물들도 별로 공감이 되지 않았다. 내가 만약 저 곳에 간다면 잘 모르는 사람들(직원)의 호의는 불편할 것 같다. 북스 키친을 찾는 인물들에겐 각자의 사연이 있고 위로받아야 할 지점이 달랐지만 이야기가 좀 심심한 듯도 싶었다. 내가 힘든 상황이어서 위로를 받고 싶었다면 달랐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런 곳이 있다면 23일 정도 휴식하며 책을 읽는 시간이 너무 좋을 것 같다. 잠깐 쉬어가는 시간이 분명히 필요하다. 책들의 부엌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휴식처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