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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너희들을 위해 부모 자격증을 따려고 해.
작성자 고은영 작성일 2019-06-29
작성일 2019-06-29

사랑하는 우리 딸, 아들아,


엄마가 오늘 아침에 너희들에게 유난히 서두르라고 재촉해서 미안했어.

오늘은 너희 학교에서 엄마가 기다리던 강사님의 강연을 듣는 날이라 마음이 무척 바빴거든.

너희들이 등교하고 난 뒤 부지런히 단장을 하고 엄마도 학교 강당으로 발걸음을 옮겼어.

오늘 강연의 주제는 '좋은 부모 자격증'에 관한 것이였어.

'부모 자격증'이라는 말이 참 생소하지? 엄마도 처음엔 그렇게 들렸어.

너희들 방과 후 컴퓨터 수업 듣고 얼마나 잘 배웠는지 파워포인트 1급 자격증도 따고 워드 자격증도 따고 그러지?

사실은 엄마도 '부모 자격증'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거였어. 너희들에게 그냥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었어.

오늘 강연은 엄마가 너희들에게 진정 좋은 부모의 역할을 해 왔었는지 엄마를 돌아보게 해주는 값진 시간이었어.

좋은 부모가 되어 너희들에게 해 줘야 할 것은 수학 선행학습을 시키고, 좋은 학원을 보내주고, 원하는 물건을

사주는 것이 아니라, 너희들이 평생을 본받아 사용할 수 있는 바른 '모국어'를 가르쳐 주는 것이래.

여기서 강사님이 말씀하시는 '모국어'는 부모가 가정에서 사용하는 본보기가 될 언어로써 너희들이 어릴 때부터

엄마 아빠와 함께 사는 동안 내내 듣고 배우는 엄마 아빠의 말투와 대화의 내용인 거야.

사실 이 말을 듣는 순간, 엄마가 너희들에게 어떤 말투로 어떤 내용의 말을 하며 살아왔는지 생각해 보게 되더라고.

사랑하는 너희를 대하는 대화의 모든 시작과 끝이 잔소리는 아니었는지, 엄마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 하고 사용하지 말아야 할 거친 말을 사용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면서 부끄럽고 미안했어.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것'이라는 속담이 있잖아. 우리 큰 딸이 11살이 되는 만큼 시간이 흘러버렸지만,

지금이라도 엄마가 노력하려고 해. 아빠께도 말씀드릴거야, 함께 노력하자고. 아빠는 분명 함께 노력해 주실 분이잖아, 그렇지?

엄마와 아빠가 노력하는 모습을 너희들도 응원해 주고 도와주면 좋겠어.

사랑해, 우리 딸 아들.


6월 26일

너희들을 위해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엄마가


(고은영, 41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