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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작품

제목 나비
작성자 권규린 작성일 2020-01-27
작성일 2020-01-27

'딸랑'

술잔을 부딪히는 소리가 난무하는 술집에

총명한 종소리가 울렸다.

 

", 왔는가"

한 사내가 방금 문을 열고 들어온 사내에게 말을 건다.

 

"이번에는 또 어떤 일로?"

먼저 술을 먹고 있던 사네는 술잔을 손에 들어 보이곤 바로 들이마신다.

 

"내가 너무 늦게 왔나?"

늦게 들어온 사내는 비어있는 술병을 보곤 입을 땐다.

 

"그런 걸 신경 쓸 자네가 아니지. 자 오늘은 무슨 주제로?"

사내는 새로운 술병을 따 늦게 들어온 사내의 술잔에 술을 가득 채운다.

 

"자네는 나비라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이거 참 신박한 주제가 아닐 수 없군. 나비라, 그건 하늘을 나는 곤충이 아니오?"

"허나, 자네가 이런 생각을 듣고 싶어 하는 건 아닌 것 같고.. 그럼 자네는 나비가 무엇이라 생각하오?"

 

".."

늦게 온 사내는 술잔을 들어올려 빛에 비춰보이고는 곧바로 술잔에 있던 술을 마셔버린다.

"가느다란 몸을 이끌고 아스라이 높은 저 곳을 향해 아름다운 빛깔을 펼치며 날아가는 것이 과연 나비인 것 같소? 아니면

가느다란 몸을 이끌고 휘청거리는 다리를 애써 부여잡으며 들리지도 않을 작디 작은 아우성으로 겨우 날갯짓 하는 저것이 나비인 것 같소?"

"아니면 그 작은 두 눈에 햇빛을 찔러 담느라 자신의 색은 먹혀버린 채 아스라이 높아 닿을 수도 없는 그곳을 바라보는 것이 나비인 것 같소?"

"그것도 저것도 아니면 오늘도 소리 소문 없이 날개를 펴 홀로 세상 끝을 쫓아가는 저기 저 점이 나비인 것 같소?"

사내는 늦게 온 사내의 술잔에 다시 한 번 술을 기울여 술잔을 채운다.

 

"나야 평소에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살아서 이런 쪽에는 무지한지라 대답을 못 하겠으나, 뭐 날갯짓 하는 걸 보면 저것은 나비인가 하고 생각하지 않겠소?"

언제부터 비워져있었는지 텅텅 빈 사내의 술잔이 조명에 빛을 받아 홀로 반짝거리고 있었다.

늦게 온 사내는 사내의 술잔을 보곤 곧바로 술을 따르며 조금의 웃음과 함께 입을 열었다.

 

"역시 자내다운 대답이군, 내 그대와 대화 할 때면 항상 웃음을 짓게 되니 신기한 일이오. 앞으로도 술잔을 기울여 주겠는가?"

"그거 참 대단히 기쁜 말이로군, 너무 늦게 오지만 않는다면 앞으로도 술잔에 술을 가득 채워주지."

사내는 늦게 온 사내에게 웃음을 지어보이며 술병을 흔든다.

 

"내 그대와 대화하면 술이 목구멍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른 채 계속 술을 마시게 되는구려. 앞으로 많이 만나야할 테니 나는 적당히 이쯤에서 물러나겠소."

"그럼."

늦게 온 사내는 사내의 술잔에 마지막으로 술을 가득 채워놓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아까 들어왔던 문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딸랑'

술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난무하는 술집에

한 번 더 총명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떠난 사내가 따라준 술을 다 마셔버려 텅텅 비어버린 술잔에 홀로 남은 사내는 직접 술을 채워 넣었다.

사내는 아까 떠난 사내가 했던 것처럼 술잔을 들어 올려 빛에 비춰 보인다.

"이렇게 였던가?"

사내는 술잔을 잠시 바라보다가, 술잔에 있던 술을 다 마셔버린다.

 

"그것도, 저것도, 뭐가 나비인지 도통 모르겠으니. 역시. 빈약한 다리로 홀로 몸을 이끌고, 저기 저 높은 곳을 바라보며 보이지도 않는 날개를 달고 살아가는 우리가 나비인건가."

 

"딸랑"

달이 떠 있는 밤하늘 밑에 방금 술집에서 나온 남자가 서 있다.

남자는 자신의 머리 위에 떠 있는 달을 한 번 쳐다본 뒤 다시 고개를 내려 앞으로 걸어간다.

 

"자네랑 나는 오늘도 세상 위를 걸어가고 있는가보군.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세상 위를 말이야."

가로등 빛이 비춘 남자의 얼굴은 언제 고개를 내렸었냐는 듯, 높은 밤하늘을 향해있었다.

 

유난히 밝은 달이 떠있는 밤하늘 밑.

달밤에 걸어가는 나비는,

이미 오래전에 날개를 잃은 듯 보였다


(중학교 3학년 권규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