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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추억속의 황금산 앞바다 그리고 바지락
작성자 장은희 작성일 2020-04-27
작성일 2020-04-27

오동통 살이 오른 바지락 철이 돌아왔다.

사먹는 것 보다 직접 캐는 것을 좋아하는 나를, 남편도 아이들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자기 몸 못살게 구는 바지런 떠는 사람쯤으로 생각한다.

오랜만에 물때가 맞아 아이들을 데리고 바지락 캐기에 나섰다.

엄마, 오늘은 언제까지 캘거에요?”

물 들어올 때 까지지.” 당연하다는 말과 함께 갯벌에 고개를 고정시키고는 말없이 캐기 시작했다.

 큰 아이는 호미를 몇 번 휘두르다가 벌써 힘들다고 모래사장으로 올라가 놀이를 시작했고,

그나마 딸아이는 엄마 보다 더 많이 캘거라는 오기를 부리며 자기 손 보다 더 큰 호미를 여기저기 휘젓고 있었다.

그런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 바지락 씨가 말랐다더니 그 말이 맞는 모양이었다.

호미 한 두 번 다녀 간 자리에 다다닥거리며 몇 개씩 올라오던 바지락의 모습을 이날은 보기 어려웠다.

헛손질로 지쳐갈 때 즘 엄마, 언제 가요.”를 묻는 딸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린 시절 딱 그 맘 때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 시절 황금산 앞 바다는 나의 놀이터였고, 우리 가족 삶의 터전이었다.

항상 바닷바람에 검게 그을려 있던 아빠는 동네의 낙지잡이 꾼이었고, 엄마는 찬바람이 불면 굴을 따고,

지금처럼 따뜻할 때는 바지락을 캐러 다니셨다. 갈 때 마다 한 바구니 넘치게 캐오던 바지락은 밥상에 오르기도 했고,

일정량은 팔아 살림에 보탰다.

물때가 맞는 날이면 항상 엄마를 따라 나서고는 했다. 바닷가 가는 길에는 꼭 슈퍼에 들려 내 짬보를 막아줄 빵과 우유,

과자를 사셨다. 그도 그럴 것이 엄마는 캔 바지락양이 많든 적든 상관없이 항상 썰물로 나간 바닷물이 다시 밀물이 되어

발등을 적실 때까지 꼼짝도 안하셨다.

지루한 몇 시간을 버텨내기에 그 시절의 나는 너무 어렸다.

집에 가자~가자.”를 반복해서 외치다 꿈쩍도 하지 않는 엄마를 뒤로 하고 모래사장에 올라가 사온 빵과 과자를 먹었었다. 그리고도 남은 시간은 돌맹이와 갯벌을 가지고 혼자 놀았었다.

건강이 좋지 않아 입퇴원을 반복했던 엄마를 나는 항상 그리워했고, 때로는 다른 아이들처럼 함께 하지 못함에

미워도 했었다. 그런 엄마가 퇴원 후 기력을 차리고 바다에 가는 날이면 밀물이 밀려들 때 까지 꼼짝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나는 매번 따라 나섰다. 한참 세월이 지나 생각해 봤다. 그 시절의 나는 기다리기 힘든 시간을 알면서도

엄마가 있었기에 매번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이제 대산읍 독곶리 동네는 화학단지들이 들어서서 흔적만 남기고 사라져 버렸고, 추억이 서려있던 황금산 앞 바다도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양식장으로 변해 버렸다. 그리고 그 시절 바지락 한 바구니씩 이어 지고 가던 나의 엄마도

세상에 존재 하지 않는다.

나는 지금 엄마가 살아 보지 못한 시간을 지내고 있다. 그리고 딱 그 맘 때의 나와 같은 아이 들을 키워내고 있다.

지금의 내가 이제는 그때의 엄마가 되었다. 가자고 보채는 딸아이를 달래며 말이다.

추억 속에 담겨 있는 황금산 앞 바다.

그 속에 묵묵히 갯벌을 바라보며 바지락을 캐내던 엄마의 조그맣던 등을 나는 기억한다.

엄마와의 추억은 항상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온다. 가슴 시리게 말이다.

보고 싶어.엄마.